민초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필객들과 눈객들이 어울려서
말하고 노래하고
윙윙거리고
티각태각거리고
억울해 하기도 하고
사사건건 물고 넘어지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하고
반칙퇴장을 당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올 여름은
여러 필객들이 모여
우리가 죽고 못사는 예신이라고 하는 과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부담스러워 하는 과일
함부로 말할 수 없던 그 과일
일부러 따 먹을 수도 없는 그 과일
민초에 달아놓고
열대야의 뜨거움이 있었다.
이제 조금씩 잠잠해지고
청도의 소싸움처럼 단내나던 힘겨루기가
끝나는 즈음에
시카고엔
한자락의 찬바람이 불고
가을비처럼 비가 내린다.
이 가을엔 우리가 또 여기서 무엇을 할까?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마셔도 마셔도 해갈되지 않는
이 땅의 그 무엇을 얘기하고 먹고 마시며
살아 볼까?
가을비 맞았다고 입막고 코막는 감기에 걸릴 것인가?
화끈했던 김태호와 박찬희의 권투처럼 몰아치던
민초1님의 어퍼컷도 이대로 사그라지면 섭섭하다.
골리앗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십자가라고 하는 돌팔메에 예수라고 하는 돌을 담아
그 이마를 향해 던지는 용서의 기별뿐이다.
좀더 두고 말해도 좋은 복음일 것이다.
살아있는 한
말하고 노래하고
윙윙거리고
티각태각거리고
억울해 하기도 하고
사사건건 물고 넘어지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하면서
이 가을을 힘차게 살아보자
설악산 천불동의 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