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8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대학은 같지만 길은 달랐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일본 와세다대학 교정에서 떠올린 김상덕과 이광수오마이뉴스 | 이윤옥 | 입력 2016.08.26. 13:08                    


[오마이뉴스 글:이윤옥, 편집:박정훈]

여기일까 아님 저기였을까
츠보우치 연극관으로 가는
좁은 길목
나무 의자에 앉아
교정을 거닐었을 선배들을 그려본다

나라 잃은 몸으로
적국인 이 땅에서
고이 품은 꿈을
펼치려했던 이들

더러는 거목으로 우뚝 섰지만
더러는 춘원처럼
이름을 욕되게 했던 곳

무더워
매미도 울지 않고
바람 한 점 없는
한여름

니시와세다 교정엔 적막만이
강물처럼 흐른다.  -이한꽃 <와세다 교정에서>



한여름 무더위 속, 여름방학이라서 그런지 와세다대학 교정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23일(수) 오전 9시, 캠퍼스를 일찍 찾은 탓도 있지만 평소 같으면 학생들로 북적거릴 교정은 텅 빈 채 청소하는 아저씨들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20160826130802086ptgp.jpg
▲ 와세다대학 교정 와세다대학 교정은 방학이라 조용하다. 대신 방학을 맞아 공사하는 건물이 많다.

ⓒ 이윤옥


20160826130802351plnl.jpg
▲ 연극박물관 와세다의 명물, 츠보우치쇼요박사기념 연극박물관

ⓒ 이윤옥


20160826130802652tqzh.jpg
▲ 사회과학부건물 김상덕 독립투사가 다니던 1917년 당시의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 와세다에서 비교적 오래된 사회과학부건물

ⓒ 이윤옥


일본의 사립대학 가운데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와세다대학(早?田大學)은 과거 한국에서 조도전(早?田)으로 부르기도 했다. 초창기 '조도전(早?田)' 은 낱말 그대로 벼농사를 짓던 논이 즐비하던 땅이다. 그리고 때는 1882년 (명치 15년), 일본의 근대화가 한창이던 이 시기에 일본은 서구의 대학을 시찰하고 곧바로 미래의 일본을 책임질 젊은이들을 교육시킬 책무를 느끼고 대학 설립의 길로 들어선다.


와세다도 그런 이념으로 설립된 대학으로 초기에 동경전문대학(東京?門?校)을 인수하여 와세다대학으로 키웠다. 와세다대학은 2016년 현재 1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사립대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이야 외국대학에 유학 가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1910년대만 해도 외국유학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1917년, 이 캠퍼스를 드나들었던 사람 가운데 한 분이 광복 후 반민특위 위원장으로 선임되어 친일청산을 꾀했던 독립운동가 김상덕 (1891~1951) 선생이다. 그는 1917년 와세다대학에 입학한 뒤 1919년 2월 2·8 독립선언에 참가했다가 일제에 체포·구금되는 일을 겪는다. 이후 일본 와세다대학 정경학부를 중퇴하고 본격적인 독립운동의 길을 걷기 위해 상해로 망명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참여하여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20160826130802872pyvu.jpg
▲ 김상덕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

ⓒ 이윤옥


20160826130803049vahs.jpg
▲ 사진첩 김상덕 독립투사가 다니던 무렵의 학생운동을 소개한 <건학 80주년 와세다대학 사진첩, 1963년>

ⓒ 이윤옥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와세다대학을 드나든 또 한사람이 있었으니 춘원 이광수(1892~1950)다. 이광수는 1916년 9월 와세다대학 본과 철학과에 입학하여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초창기에는 2·8 독립 선언에 가담하여 독립운동에 관여했으나 훗날 변절의 길을 걷는다. 이광수의 변절을 말해주는 적극적인 창씨개명에 대한 주장은 그가 살아온 인생 후반부의 삶을 잘 대변해준다.

"내가 향산(香山)이라고 일본적인 명으로 개한 동기는 황송한 말슴이나 천황어명과 독법을 같이하는 씨명을 가지자는 것이다. 나는 깊이깊이 내 자손과 조선민족의 장래를 고려한 끝에 이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굳은 신념에 도달한 까닭이다.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이광수라는 씨명으로도 천황의 신민이 못 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향산광랑(香山光浪)이 조금 더 천황의 신민답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내선일체를 국가(일본)가 조선인에게 허하였다. 이에 내선일체운동을 할 자는 기실 조선인이다. 조선인이 내지인과 차별 없이 될 것밖에 바랄 것이 무엇이 있는가. 따라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하여서 온갖 노력을 할 것밖에 더 중대하고 긴급한 일이 어디 또 있는가. 성명 3자를 고치는 것도 그 노력 중의 하나라면 아낄 것이 무엇인가. 기쁘게 할 것 아닌가. 나는 이러한 신념으로 향산이라는 씨를 창설했다." -1940년 2월 20일 매일신보, 이광수〈창씨와 나〉- 


20160826130803244aewz.jpg
▲ 창씨와 나 1940년 2월 20일 매일신보, 이광수 〈창씨와 나〉 기사

ⓒ 이윤옥


춘원에 대한 긴 이야기가 필요 없는 대목이다. 나는 텅 빈 와세다대학 교정의 낡은 나무의자에 앉았다. 요 며칠 도쿄를 강타한 태풍의 상륙으로 매미들도 숨을 고르는지 캠퍼스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매미들의 후각은 아직 때가 아닌 듯 울지 않는다.

고요한 교정에서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고 외친 춘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독립투사 김상덕 선생을 떠올렸다. 같은 물이라도 젖소가 먹으면 '우유'를 만들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을 뿜듯, 같은 캠퍼스에서 빼앗긴 조국의 슬픈 자화상을 가슴에 새겼던 두 조선의 청년이 걸은 길이 어쩜 이다지도 다를 수 있는지 콘크리트 열로 달궈진 캠퍼스 의자에 앉아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한 통의 편지를 떠올렸다.


"하늘이 허락하는 천수에 가까워가면서도 저는 어머니 품을 그지없이 그리워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릴 적 민혁당 대가족이 모여 사는 손가화원에서 누구보다도 힘들게 어린 생명을 부지해야 했던 우리 남매는 어머니의 품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어머니 가신지 채 한 해도 버티지 못하고 막내 영이가 따라간 것도 이 탓입니다.


막내를 애장하고 돌아온 아버지께서 그길로 기약할 수 없는 어린 남매를 지키기 위해 고아원에 맡겨버리는 바람에 저는 영이의 어린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티 없이 자란 영이는 아마도 어머니 곁으로 갔다고 봅니다. 짧게 세상에 머물다 굶주려갔으니 어머니! 잘 보듬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김상덕 독립투사의 아드님인 김정륙(81세) 선생이 돌아가신 어머님께 쓴 편지글 가운데 일부이다. 독립운동을 위해 어린 남매를 고아원에 맡겨야 했던 그 심정을 지금의 우리가 어찌 헤아릴 수 있느냐만 이는 독립운동가 가족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그 뜻하는 바가 크다.


20160826130803466pvfo.jpg
▲ 와세다대학 주변 1890년대 와세다대학 주변은 논밭이었다.

ⓒ 이윤옥


20160826130803657kqcy.jpg
▲ 와세다대학 옛 건물들 1889년에 있던 구 대강당 건물들(위 사진)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파괴되어 현재 교정에는 옛 건물의 모습이 거의 없다

ⓒ 이윤옥


숭고한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변절자의 이름을 함께 거론할 수 있느냐고 따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다. 함께 거론하기도 껄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늘도 와세다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후학들은 이 두 사람이 걸은 길을 새겨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두 사람의 이름을 들어 보았다. 우리가 하는 작은 몸짓, 생각, 행동 하나가 훗날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와세다대학 교정을 나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4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7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5
895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한국교회 2015.03.29 87
894 사탄이 교황권에게 권세를 준 결과를 보세요 예언 2015.09.23 87
893 ▲제1부 빅데이터로 보는 이번 주의 남북평화소식 (제17회) (3:00-3:30). 북한의 교과서. 명지원 / ■제2부 38평화 (제47회) (3:30-4:30):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남윤우 / ●제3부 평화의 연찬 (제185회) (4:30-6:00): 성경과 한자 - 사랑은 눈높이를 맞춘 동행, 경건의 능력. 이소자 file (사)평화교류협의회 2015.09.24 87
» '대학은 같지만 길은 달랐던'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다른길 2016.08.25 86
891 급식이래요 맛짱 2016.07.27 86
890 차선을 바꾸지 않았으면 우리 가족이 저 관광버스에 뭉개졌을텐데 [사고영상7월17일]영동고속도로 5중 추돌... 4명 사망,16명부상 찰라다 2016.07.17 86
889 못난이 집합 시사인 2016.07.10 86
888 “소수의 악행보다 다수의 침묵이 아팠다” 쁘띠 2016.06.18 86
887 황장엽이 보는 남과북 1 하현기 2016.03.16 86
886 <재림신문 889호> 세상의 정치행태, 교회에선 뿌리 뽑자 (2015년 12월 28일) 진리 2016.02.28 86
885 강아지 5마리 구조 동물사랑 2016.03.20 86
884 그저 그렇게 여름 2016.02.01 86
883 표창원 "安측 '이승만 국부 발언'은 수구 우파 수구똘만이들 2016.01.14 86
882 LA타임즈 위안부 합의 만평, “미안, 그러니 이제 닥쳐!”. SORRY AND SHUT UP SHUTUP 2016.01.05 86
881 [월드피플+]바퀴 펑크난 경쟁자 '추월 거부'한 사이클 선수 1 경쟁 2015.12.18 86
880 ▲제1부 빅데이터로 보는 이번 주의 남북평화소식 (제27회) (3:00-4:00) : 대북 지원사업의 변화과정의 발전방향과 준비. 최창규 / ■제2부 38평화 (제57회) (4:00-5:00) :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버드대 샤하르 교수의 긍정과 행복심리학 III. 서만진 / ●제3부 평화의 연찬 (제196) (5:00-6:00) : 제자백가사상과 동양사회. 장성록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12.10 86
879 서울대도 ‘국정교과서’ 집필거부 동참 1 국정화반대 2015.10.21 86
878 전시작전권도 모르는 총리 민의 2015.10.14 86
877 간디. 1 야무나 2015.10.06 86
876 4/24일 전국집회에 누구든지 초대합니다 file 루터 2015.04.13 86
875 누가 그날 2015.04.03 86
874 Stories of Power & Grace: The Polo Player & The Horse Whisperer 레드포드 2015.02.26 86
873 복 없는 사람은 ... (1) 1 청지기 2016.08.15 85
872 나의 살던 고향은 1 fallbaram. 2016.07.28 85
871 선지자의 권면을 외면해 버렸다! 1 현대기별 2016.07.27 85
870 복음은 단순하고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주민 2016.07.31 85
869 힐러리측 "이러다 진짜 트럼프가 대통령될 수도" 자금지원 호소 크리어 2016.05.28 85
868 괜챦은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 3) 소개! 무실 2016.04.22 85
867 '박근혜 선덕여왕, 박근령 진덕여왕' 공화당 포스터 논란 file 일본찌꺼기 2016.04.12 85
866 그래 너 같은 건 구케으원 하지 마라. 고마 됐다 버드나무 2016.02.29 85
865 [만화] 테러방지법 막아야 하는 5가지 이유 형제 2016.02.25 85
864 강자. 보통사람. 약자 4 사회 2016.02.21 85
863 북한 로켓 발사를 핑계로 한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김원일 2016.02.07 85
862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 국정화 찬성 성명서 발표 왜? 2015.12.01 85
861 폭력의 원조 김원일 2015.11.26 85
860 "세월호 당일 '대통령 7시간' 따지는 게 정치적?" 울음표 2015.11.21 85
859 그대 영혼에 빛을 먼저 품으라 영성 2015.10.14 85
858 • 국사편찬위원장 "70년대 집필진이 더 낫다는 평가" 한심 2015.10.12 85
857 함께 걸어요 우리 2015.08.31 85
856 개표 도득질 사례와 법안 개정안 상정취지 2 국회 2015.08.19 85
855 이말씀을 하시고 엿새 후에 변화산에서 변형 되심. 김운혁 2015.06.30 85
854 임박한 <마지막 위기> 예언 2015.05.25 85
853 교인들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것 예언 2015.05.17 85
852 깜짝 놀라 일어나게 할 기별 예언 2015.04.20 85
851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2 ooo 2016.06.02 84
850 종말론자들을 스스로 사라지게 할수있다 1 가장자리 2016.04.30 84
849 오늘의 요리 4 file 난감하네 2016.05.01 84
848 한나라당 대선불복과 막말 총정리 안성 2016.04.13 84
847 김종인이 이겼나, 친노가 이겼나, 조선·동아 뒤틀린 논조. [뉴스분석] 내분 수습 분위기에 급당황… 김종인 내세워 국민 속였다? 문재인이 나서라 친일 2016.03.23 84
846 국회방송이 시청율1위 할줄이야.. 2 청중 2016.02.26 84
845 떡줄사람은 딴생각 하는데 4 맹구 2016.02.24 84
844 내가 KBS뉴스를 보는이유 1 서유기 2016.02.17 84
843 한선교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의혹...손 놓은 수사기관 친일청산 2016.01.18 84
842 인류의 노예화~어디까지 진행됐나? 당신은 그동안 노예로 살아왔습니다~! 세상읽기 2015.12.31 84
841 "위안부 합의, 국제법상 조약이면 대통령 탄핵 사유" 미디어 2015.12.30 84
840 뉴스타파 - 말 바꾼 대통령, 여론엔 나 몰라라(2015.10.29) 그림자 2015.11.05 84
839 한국사 file 장도리팬 2015.11.02 84
838 Women Pastors: A Biblical Perspective Duck 2015.04.21 84
837 아침저녁으로 기도해도 소용없는 경우 예언 2015.09.23 84
836 ‘사드 직격탄’…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먹구름’ 2 스파크 2016.08.20 83
835 미국, 일본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도 있는 내용이 한국에만 없다. 어이없는 한국의 현실.. 1 눈뜬장님 2016.07.07 83
834 존경하옵는ᆢ 진실 2016.06.08 83
833 <어른들이 꼽은 디즈니 명대사 BEST 10> 샘물 2016.05.06 83
832 <마이클 조던의 18가지 어록> 마이클 조던 2016.05.06 83
831 지상파·종편, 북한 조선중앙TV에 억대 저작권료 지불 2 투표의 파워 2016.04.20 83
830 하현기님 1 대표 2016.02.19 83
829 짜고 치는 고스톱 친일청산 2016.01.24 83
828 소녀상 뺨 어루만지는 어린이와 어머니 1 소녀 2015.12.31 83
827 미국 총기 면허 1위 텍사스, 2016년부터 '총잡이 전성시대' Texas 2015.12.31 83
826 [권순활의 시장과 자유]‘도로명 주소’ 새 옷은 몸에 맞지 않는다 비밀 2015.12.22 83
Board Pagination Prev 1 ... 208 209 210 211 212 213 214 215 216 217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