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by 김균 posted Aug 29, 2016 Likes 0 Replies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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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영욕의 갈림길에서 한을 안고 살다 간 재벌회장 정모씨는 연필로 결재 Sign을 했다는데,

그 후 그 사업의 진척이 어려우면 자기가 결재한 서류를 가져 오라 하고서는 

실무자 앞에서 태연히 연필 Sign을 지웠다고 합니다.

사업의 진척이 잘 되질 않는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같은 일을 되풀이 하던 어느 날,

또 하나의 시행 착오된 일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어느 서류를 가져 오게 했는데......

회장이 Sign을 지우려고 하자 그곳은 이미 실무자가 투명 Tape로 봉한 뒤였습니다.

이것을 본 회장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실무자의 그 지혜를 칭찬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온 모든 부분에 대하여 결재를 받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연필로

Sign한 내 죄의 큰 부분에 대하여 결코 투명 Tape를 붙이지 아니하십니다.

내가 언제나, 생각나는 대로, 읊조린 회개의 기도를 가납하시어서 인자하게 웃으시며 수시로 지워 주십니다.

주님이 가지신 지우개는 수명이 다하는 법도, 닳아서 작아지는 법도 없이 인생이 올리는 수

많은 향연에다 지우시는 능력을 부여하십니다.

 

요사이는 컴퓨터가 나와서 주님의 지우시는 방법도 바뀌었을 겁니다.

편집의 지우기 항목을 Click하시려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시는 주님을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찹니다.

그래서 용서 받은 죄인, 결코 기억나지 않도록 자국까지도 없애신 주님의 Click하심을

죽는 날까지 맛보며 살아가렵니다.


2010년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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