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스 콤플렉스

by 아기자기 posted Aug 30, 2016 Likes 0 Replies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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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으로 산다는 것은 - 릴리스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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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는 서당 훈장님이셨다. 그리고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남아선호 사상을 가지고 있어서 아들을 낳아서 학문을 가르치고 싶어 하셨으나, 딸만 내리 셋을 두신 후로는 여자는 학문을 해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실망해서 서당을 닫으시고 전국을 방랑하시면서 술로 세월을 한탄하셨다. 내 기억 속의 외할아버지는 몇 년 만에 한 번 들리시면 말없이 술만 드시다 가시곤 하셨다. 집에 술 먹는 이가 없는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술을 드신 분이시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오던 어릴 때의 생각이 어렴풋하다. 덕분에 세 딸들의 교육은 소홀히 여겨졌다. 그래서 어머니와 이모님들은 항상 젊었을 때 공부를 마음껏 하지 못한 것을 내내 한스러워 하셨다.


어머니는 세 자매 중 둘째로 아직 살아 계셨으면 올해로 91세가 되시지만 벌써 돌아 가신지가 11년이 된다. 큰 이모님은 서울에 계신데 올해로 96세라 하시는데 내 기억으로는 30대 후반부터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푸념을 털어 놓으시곤 하셨고 이번 통화에도 또 예외 없이 몸이 안 좋으시다 하소연부터 하시지만, 목소리는 아직도 정정하시다. 


젊으셔서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 열심이셔서 평생을 문서 전도인으로 헌신하셨다. 조금 늦게 여성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셨다면 분명 목사가 되셨을 테인데 그러지 못한 한이 있어서 자녀교육에 남다른 열성을 보이셨고 바라던 결과를 얻어 만족하셨다. 종교학 박사인 큰 아들은 대학 총장이 되었고, 영문학 박사인 둘째 아들은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며 차관급인 '한국 문학 번역원장'이라 흐뭇해하시고, 두 사위는 다 목사들이다. 그 중 둘째 사위는 최고 행정직을 지냈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자녀들을 통해 이루신 셈이다.

 

오늘 나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구순을 바라보는 막내 이모이시다. 우리는 아직도 '군산이모'라고 부르는데 대부분을 고향인 군산에서 사셨다. 나도 국민(초등)학교까지는 군산에서 살았는데, 군산이모는 키도 크고 미인이시고 성격도 활달한 나름 당시 군산에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신여성이었다. 그래서 좋은 조건의 중매로 서울의 알부잣집으로 시집을 가셨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무시를 받고 자라났지만 시집을 잘 가서 잘 살 줄 알았는데 불행히도 시집살이가 심했었다 한다. 아들 딸 하나씩 낳고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막내이모는 시집에서 쫓겨나서 군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녀들과의 만남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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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신구약을 통 털어서 약 3000명의 사람이름이 등장한다. 그 중에 여성이 몇이나 되는지 아시는가? 내가 헤아려 본 바로는 여성은 약 153명이다. 전체의 약 5%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성경 저술자가 당대의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에 물들어 있는 남성들이었기 때문 아닐까. 아직도 교회에서는 여성 차별의 정당성의 근본원인을 '하와의 원죄'로 돌리곤 한다. 하와가 남자인 아담의 말을 안 듣고 홀로 다니다가 사단의 꾀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고 남자인 아담에게까지 주어서 아담마저 죄를 짓게 했다는 뭔지 어색한 그 주홍글씨의 낙인 말이다.


창세기를 읽을 때 이런 의문을 한 번씩 품어 본 적 없는가?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이고 하나님께 쫓겨 날 때 가인이 만나면 화를 당할까 두려워한 이들은 누구일까? 창세기에 의하면 당시에는 이 세상에는 아담과 하와 그리고 가인 밖에 다른 사람은 없었을 터인데 말이다. 무언가 성경에 생략되거나 삭제된 이야기가 있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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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전통 문헌에 의하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Robert Graves and Raphael Patai, <Hebrew Myths: The Book of Genesis(New York: Doubleday, 1964) 하나님은 태초에 남자 아담과 여자 릴리스를 똑같이 흙으로 지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둘은 평화롭게 살지는 못했다. 아담이 릴리스에게 일방적으로 복종하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힘센 아담은 복종을 요구했고, 지혜로운 릴리스는 "나도 역시 당신과 동등하게 흙으로 지어졌는데 내가 왜 당신께 복종해야 되는 거요?" 라고 다투었다. 마침내 아담은 힘을 써서 릴리스를 복종시키려 했고, 이에 화가 난 릴리스는 아담을 버리고 에덴동산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담이 릴리스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하나님께 하소연하자 하나님은 세 천사들을 보내어 릴리스를 설득해서 데려오라 명하셨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세 천사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 천사들이 릴리스를 만난 곳은 에덴동산 밖인 홍해 근처였는데 천사들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릴리스는 당당하게 맞서 오히려 세 천사들을 회유하여 천사들과의 사이에서 자녀들을 낳고 살았는데, 이들이 가인이 만나기를 두려워한 사람들이었고 후에 네피림으로 불리는 고대의 거인들이었다는 내용이다. (구미정, <성경 속 세상을 바꾼 여인들>)


이 부분이 창세기 1,2장에 들어가면, 안 맞던 여러 퍼즐을 맞출 수도 있겠다. 릴리스 이야기를 꼭 믿으라는 말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있으니 참고하라는 말이다. 여기서 다시 창세기로 돌아가면 된다. 하나님께서 (릴리스를 잃고) 외로워하는 아담을 더 이상 홀로 둘 수만은 없어서 (새로운) 짝을 만들어 주려고 아담을 잠들게 하시고 그의 옆구리(side)에서 갈비뼈 하나를 취하여 하와를 만들어 아담에게 보여 주셨다. 이에 아담은 능동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릴리스와는 달리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하와를 보고는 마음에 쏙 들어서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하와는 예의 선악과 사건으로 벌을 받아 대대로 해산의 고통과 남편에 복종함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여성의 원죄의 실상이라고 아담의 후예들은 주장하지만 현대의 여인들은 릴리스의 피가 섞인 릴리스-하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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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군산이모는 하와보다는 릴리스에 더 가까웠었나 보다. 그러나 그가 사는 세상은 아직은 릴리스로 살기에는 녹녹치 않은 세상이었다. 그 후로 계속 홀로 사시며 군산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이모는 평생 열심히 사회와 교회활동을 하였지만 역시 여성으로서의 성차별의 유리천장에 부딪치며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에서 의사가 된, 그립지만 낮선 아들이 찾아 왔다고 한다. 그 후로는 자녀들을 가끔씩 만나면서 늦게나마 자녀들의 효와 정을 느끼며 사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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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등장한 여성이 남성의 5%인 150여명 정도인데, 그 중에 신약에는 약 34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성경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세계철학사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 중에 여성의 이름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에 와서야 한나 아렌트 정도나 겨우 등장한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여성 철학자들이 없었던 게 아니다. 노골적인 여성 차별과 무시가 있었던 고대와 중세에도 특출한 여성 철학자들이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스승인 아스파시아, 피타고라스의 제자이자 부인이었으며 유명한 '황금 분할'의 명제를 만든 테아노,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을 가르친 히파티아, 독일 신비주의학파의 선구자 힐데가르트 폰 빙엔, 프랑스의 신비주의자 수녀 마르그리트 포레트, 스페인에서 수많은 수도원을 세운 테레사 폰 아빌라 등이 있었다. (잉에보르크 글라히아우프, <여성철학자>)


르네상스 이후로는 남녀평등의 문제를 선구적으로 제기한 구르네, 최초로 생태윤리학을 제시한 미기렛 캐번디쉬, 칸트 이전에 이미 여성의 선거권을 주장한 에밀레 사틀레 후작부인, 역사상 최초로 여성 인권 선언문을 작성한 올림프 드 두즈, <여성 인권의 정당성 입증>을 쓴 헤드비히 돔 등이 있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시몬 베유, 한나 아렌트, 시몬 드 보부아르, 아그네스 헬러, 사라 코프만, 도나 헤러웨이 등 수많은 여성 철학자들이 있었다. (Marit Rullmann, <Philosophinnen> 1998)


현대 기독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기독교인구의 약 70%가 여성이지만, 아직도 많은 교단에서 여성들은 목사나 장로 안수는 물론 임명도 못 받고, 집사도 여집사들은 남자들이 안수 기도 받을 때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도록 한다. 그나마 집사도 여성들은 안수 집사가 아니라 임명집사인 것이다. 신대원을 졸업해도 진로의 제약이 심해서 포기하든지 진로를 바꾸는 이가 많다. 불행히도 이런 여권 차별의 최악의 지대 중 선두에 재림교단이 있다. 아직도 전부는 아니지만 감리교나 성공회 그리고 침례교단이나 장로교단 등에서는 여성목사의 안수를 인정하는 추세이다. 천주교에서는 신부와 수녀로 가르고 수건을 씌우는 등 차별이 이어져 왔고 성모 마리아를 통해 하나님의 여성성을 보완하기도 한다. 이렇게 여성의 남성과의 평등을 가로막고 용납 못하며 약자들을 차별하는 유아적인 미성숙한 찌질이들의 인성을 릴리스 컴플렉스(Lilith Complex)라 한다. 불행하게도 재림교단에도 이런 릴리스 콤플렉스를 성경적이라고 옹호하는 이들이 많으며, 요즘에 소란스러운 Trumpism도 릴리스 컴플렉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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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약의 부조들도 여성차별을 그들의 삶으로 실천했다. 일부다처는 물론이거니와 아브라함도 자신의 부인을 위기봉합용으로 상습 상납했으며, 다윗도 일부다처는 물론 간통한 여인의 남편을 살인까지 감행했다. 심지어 신약의 사도 바울도 여자는 교회에서 수건을 쓰고 잠잠하며 질문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에게나 하라는 등 성차별의 빌미를 기독교에 제공했다. 성경에 나오는 이들 중에 우리가 완벽하게 본 받을만한 이는 오직 예수밖에 없다. 예수만이 남성과 여성을 그리고 모든 민족과 약자들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하셨다. 성경상의 12 제자가 모두 남성인 것은 어쩌면 사실이 아니라, 저자인 남성들이 당시의 사회적 관점에서 기록한 이유라 볼 수 있다. 사실 예수의 가장 가까운 제자는 막달라 마리아였음을 부인 할 수 없다. 그 이외에도 베다니 마리아와 마르다,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 등이 있었고, 예수의 죽음을 최후까지 같이한 이는 이들 여성들이었다. 부활 후 최초의 목격자도 여제자들이었다. 그런 점을 볼 때 예수에게는 남자들 못지않게 많은 여제자들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사도시대에도 교회에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짐을 성경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예배소 교회의 브리스길라, 빌립보 교회의 순두개와 유오디아, 두아디아의 루디아, 고린도 교회의 글로아, 골로새 교회의 압비아, 로마 교회의 드루배나 드루보사 버시 율리아 등과 욥바의 도르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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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전해들은 얘기지만 군산이모는 군산의 도르가라는 별명도 있었다 한다. 자신의 불우했던 젊은 시절 때문이었을까, 불우한 청소년들과 미혼모, 갈 곳 없는 여인들을 위해 많은 구제를 하였고 새 교회 건축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한다. 그래선지 교인들은 이모의 이름을 딴 교회 이름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어느 잡지에 실린 나의 글을 보고 이모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96세의 큰 이모는 목소리와 기억이 아직도 정정하신데, 더 젊은 막내 이모는 이제는 먼 기억들이 잘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개 치매는 먼 기억을 잘 잊는다고들 하는데, 반대인 것을 보면 아마도 군산이모는 젊었을 때의 아픈 기억들을 잊고 싶으신 모양이다. 지금은 두 이모가 서울에서 의지하며 같이 생활하고 계신다. 훨씬 험하게 사신 이들에게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의 삶을 통해 한국 여인들의 삶의 역사를 본 듯하다. 어디에 살든지 한국 여인으로 산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힘들고 외로운 것인가 보다!


여인들이여 당당하시라. 그리고 항상 공부하시라. 무엇보다 책을 골고루 많이 읽으시라. 지성이 없는 삶은 복종을 강요당하며, 이성이 결여된 '무조건 믿어라'의 신앙은 맹신일 뿐이다. 고난과 유혹이 오면 쉬 무너질 수 있음이다. 이 시대는 권위와 폭력과 전쟁의 남성적 리더쉽보다는 따뜻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포용적인 여성의 리더쉽을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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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정에서의 개인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며^^ 여성 평등을 주장하고, 사회적인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며 성소수자들의 차별을 반대하고, 애국심을 의심 받아가며 인종 평등을 주장하고, 믿음을 의심 받아가며 타종교인들(무슬림 등) 차별을 반대하는 이유는, 내가 여성이나 동성애자나 서류미비 이주민(불법체류자)이나 노숙자들이나 무슬림이 더 예쁘거나, 그들같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아직은 이 땅에서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예수도 그렇게 사셨다.


앞으로는 분명히 재림교단도 여성의 목사 안수가 인정될 것이고, 여성들 모두가 평등한 권한을 누릴 날이 올 것이다. 벌써 여러 곳에서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또한 이미 여자가 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힘을 가진 여성이 반대로 약자에게 갑질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들을 비난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탈무드에 보면 남자는 늙으면 힘을 잃고 정글에서 쫓겨나 도시의 건물 밑 도로에 쭈그리고 앉아서 눈치 밥을 얻어먹는 원숭이 신세가 된다고 한다. 반면에 여인들은 나이 들면 가정에서 이제는 때를 만난 힘센 고릴라로 변한다고 한다.^^ 힘 있는 여인들이여 권력을 쥐었다고 다른 약자들(약한 남성, 약한 여성(며느리...), 피고용인, 성소수자, 서류미비이주민, 가난한이들, 타종교인들)을 차별하는 릴리스 콤플렉스를 가진 저 찌질이 남자들을 제발 닮지 마시라!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평화롭고 따뜻한 여성의 리더쉽이지, 또 다른 여성의 폭력적 권력은 아니니까!


당신이 남성이든지 여성이든지 오직 예수의 삶만 본받아 따르고, 누구한테도 차별 당하지 말고, 누구라도 어떤 이유에서라도 차별하지 않는 당당하고, 떳떳하고,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바란다! 


이 시대의 모든 여성들과 두 분 이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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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내 생애 단 한번 만이라도 그대를

사랑하게 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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