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경" 같은 소리: 엘렌이 뭐가 어때서--"원숭이 똥구멍"에서 엘렌까지

by 김원일 posted Aug 31, 2016 Likes 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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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똥구멍"에서 "백두산 뻗어내려"까지 그 과정은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의 형성 과정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는 성서 형성사나
성서 형성 이후 그 해석사나
성서에서 엘렌으로 넘어 뛴 과정이나

도낑개낑(도긴, 개긴이 사실 정확한 표기법^^)이라는 얘기이고
같은 역사의 줄기 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성서가 무슨 하늘에서 내려온 도깨비방망이인가.

"오직 성경" 좋아하고 자빠졌다.



성서는
"원숭이 똥구멍"에서 "백두산 뻗어내려"까지
인간들이 우왕좌왕 걸어간 신앙과 신학의 여로
그 흔적이다.

신의 계시는
그 우왕좌왕 속에 스며 있다.




몇 년 전
학회에서 어떤 글을 발표했을 때
그 session에서 사회를 본 유대인 학자가 나와 함께 걸어 나오면서 한 말이다.

너희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뭐라고 말하는가 묻지만
우리는 랍비가 뭐라고 하는가 묻는다.

You Christians ask, "What does the Bible say?"
But we ask, "What does the rabbi say?"


그래서 웃으며 말했다.

내가 소속된 교단에서도 그렇게 묻는다.
"엘렌이 뭐라 하는가?" ^^



쉽게 말하면
엘렌은 우리의 랍비다.




랍비가 뭐라고 하는가 묻는다는 말은

성서에 집착하지 않고
흐르는 세대에 따라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이고

사실 이 말은
성서를 토대로 하는 모든 종교와 교단
그 수천 년 역사의 모습을
잘 반영해 주는 말이다.

기독교의 성서 해석 역사는 유대교의 그 역사나
아예 성서 형성 과정 그 자체의 역사와 
어떤 면에서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는 얘기다.

"오직 성경"을 내세우는 개신교 교단들을 포함해서다.

"오직 성경"을 주장한 마틴 루터 역시
그의 궁극적 기준은
"오직 성경"이라기 보다 (sola scriptura)
"오직 그리스도"였다 (solus Christus). 



그러나 그리스도도
사실 해석의 대상이다.

그리스도가 누구인가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물어보라.

두 사람에게서 똑같은 대답을 듣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성서는
끊임없는 해석을 대대로 요구하는

죽지 않고 살아서 펄떡거리는
대화의 대상이다.




우리의 비극은
우리 여로에 엘렌이 함께한다는 것이 아니라

엘렌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수십, 수백, 수천의 Rabbi Ellen이 있었어야 했고
우리는 그 수많은 랍비의 난무 속에서

우리의 신앙과 신학을 형성했어야 했다.


우리
너무 늦었는가?



그리고,
누가 우리의 랍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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