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878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테러와 살육을 그치려면

 

금 장 태(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주경철교수의 『문명과 바다』(2002, 산처럼)에는 유럽의 주도로 바다에서 근대세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모험과 폭력으로 엮어지는 한 편의 드라마로 펼쳐 보여주고 있다. 에스파니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해 가는 과정의 폭력은 참혹함의 극치를 이루었던가 보다.

쿠바의 어느 추장은 도망 다니다가 붙잡혀 사형을 당하게 되었는데, 말뚝에 묶인 그 추장에게 프란체스코회 수사가 다가가서 처형되기 전에 기독교 교리를 강론하였다 한다. 이 때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고 죽으면 지옥에 가서 영원한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수사의 말을 듣고서, 추장은 “기독교도들은 모두 천국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한다. 수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추장은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지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다가, 가슴에 충격이 와서 책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멍하게 있었던 일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기독교도 없는 지옥으로 가겠다”

신의 이름을 내걸고 신의 축복과 의로움에 대한 확신 속에서 얼마나 혹독한 파괴와 잔혹한 살육이 이루어져 왔는지 가해자에게는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는가 보다. 피해자로서 이 추장은 기독교도들의 공격을 받는 고통보다는 기독교도들이 없는 세상이라면 차라리 지옥의 어떤 고통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선언이다.

이런 갈등은 16세기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21세기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빈 라덴이 저지른 9.11 테러의 만행을 가슴 아프게 새겨두지만 그동안 이슬람인들이 어떤 고통을 받았던지는 전혀 기억조차 없다면, 어떻게 그 테러와 저항이 그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빈 라덴을 죽였다고 워싱턴 광장에 모여 환호하는 군중들을 보면서, 예수의 사형판결을 듣고 환호하던 빌라도 법정의 유태인 군중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두 군중들 사이에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기중심적 본능을 극복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인간다운 품격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易地思之)는 격언을 흔히 끌어다 쓴다. 자기 입장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생각해보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나와 네가 대립하고 갈등을 일으킬 일이 거의 대부분 해소될 수 있게 될 터이다.

나만 옳다는 독선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해치는 악의 원천이다. 이러한 독선이 가장 심한 경우가 바로 종교일 것이다. 나는 진리고 정의고 선이라 확신하는 순간 상대방은 거짓이고 불의고 악이라 판단하여 증오하고 배척하기 십상이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독선에 빠져 불교를 배척하였던 사실이나, 근래에 한국의 기독교도들이 독선에 빠져 다른 종교들을 배척하였던 태도는 모두 자신만이 옳다는 확신의 굳은 껍질에 갇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잃은 소아병적 행태일 뿐이다. 독선의 껍질에 갇히면 자기가 전체를 지배해야 한다는 공격성만 키우게 되어, 남과 어울리고 화합하려는 포용성을 상실하고 만다. 그 결과는 대립과 갈등이 일으키는 온갖 폭력과 비극만 초래할 뿐이다.

     나만 옳다는 독선이야말로 불화와 악의 원천           

그런데 금년 봄에 불어오는 봄바람은 한결 따스하고 향기로운 바람인 것 같아 반갑다. 5월 10일(4월 초파일)을 앞두고 서울 성북동 성당과 대전 선화동 빈들감리교회 등 몇 곳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플랜카드를 내걸었다고 한다. 지난 4월 19일 조계종 총무원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영화 ‘바보야’를 상영하였고, 5월 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법정스님의 추모 다큐영화 ‘법정스님의 의자’ 시사회를 연다고 한다. 부디 바라노니 일회적 행사로 끝나지 말고 이렇게 열린 마음을 더욱 넓게 열어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마음을 닫고 서로 상대방을 미워하는 곳에서 지옥이 열리고, 마음을 열어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곳에서 천국이 열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온 국민을 복음화하고 온 세계를 복음화 하겠다는 팽창의 논리는 제국주의적 사고방법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종교들 사이에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는 열린 세상이 실현된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복음의 세상이 아니랴. 공자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 충고했던 일이 있다. 다른 종교가 나의 신도들을 빼앗아가는 것은 원하지 않으면서 나는 다른 종교의 신도들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것으로 사명감을 갖는 것은 열린 마음에 상반되고 화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종교도 교세확장의 경쟁에서 벗어나 서로 화합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시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봄이 왔으면 겨우내 추위를 막기 위해 입고 있었던 갑옷같은 두꺼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경쾌한 차림을 하며 얼굴도 환한 웃음으로 활짝 펴야 할 때가 왔다는 말이다. 마음을 한 번 열면 세상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문제도 끝 없는 의심과 대결을 넘어서 좀 더 넓게 열린 마음으로 대화와 화합의 길을 찾을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가장 폐쇄적이고 독선적 사유 집단인 종교도 서로 문을 연다는데 세상에 서로 대화할 수 없는 집단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 ?
    감사 2011.05.13 13:29

    제가 그러한 걸음에 앞장서겠습니다. 재림교회 신자로서 다른 종교도 껴안고, 무엇보다도 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빈배 2011.05.13 14:44

    저의 개인 메일에도 이 글이 들어와 있어서 여기 퍼올리려고 했는데,

    이미 퍼서 올리셨네요.  감사 님이 말씀하신대로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금장태 교수는 제 한 해 후배로서 유학의 대가이십니다.

    같은 종교학과 출신으로 뿌듯함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 ?
    코스모스 2011.05.13 18:46

    다시한번 제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뜻 깊은 글 올려주셔셔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2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7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77
1175 콩과 우유 로산 2012.05.29 3442
1174 쿠데타 왜 했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조회수 15 후 수정 7 김원일 2013.04.01 1685
1173 퀴즈 하나 냅니다 2 file 1.5세 2013.03.15 2414
1172 크나큰 착각(현대진리연합님 참조) 3 구독자 2015.08.04 151
1171 크레딧 카드할 때 주의 사항 재정가 2010.11.29 3863
1170 크리스마스 케롤 모음 - ( 4 편의 동영상 ) 1 잠수 2014.12.14 584
1169 크리스마스 피아노 2 file 1.5세 2010.12.21 2487
1168 큰 교회로 이전하는 미주 협회 운영위원 목사님들 4 큰교회가 좋은가? 2014.05.06 1104
1167 큰 너울 때마다 한 명씩 사라져…서로 뺨 때리며 10시간 견뎠다 2 생사 2015.09.06 143
1166 큰 사랑, 작은 사랑?????????? 1 한소리 2010.12.17 2229
1165 큰 안식일 회복 호소 영상 김운혁 2014.11.14 387
1164 큰 안식일 회복운동에 대한 호소 : 교회 지도자들께(동영상) 11 김운혁 2014.03.11 1043
1163 큰믿음 교회 변성우 목사 이단인가? 2 1004 2014.06.06 2810
1162 큰믿음교회 부목사, 대형 마트서 여성 몰카 찍다 검거 기도 2015.11.07 181
1161 큰안식일 회복 운동에 대한 호소 : 교회 지도자분들께 김운혁 2014.07.03 734
1160 큰안식일 회복 운동을 위한 호소문 13 file 김운혁 2014.07.11 730
1159 큰안식일 회복 켐페인에 참여,활동해 주세요. 김운혁 2014.06.30 767
1158 큰일 났어요~ㅎ 어마나 2016.04.17 82
1157 클났다 접장님 며느리감들 넘 많다 2 눈물 2015.10.19 242
1156 키스 키스 키스 3 로산 2012.01.03 1876
1155 킹제임스 성경의 결정적인 오류 하나 6 file 김주영 2015.03.31 474
1154 타교파인들이 보는 허시모 사건 그리고 교단이 공개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2014.10.31 746
1153 타락의 시작 2 김주영 2011.08.21 1721
1152 타락의 진수 12 로산 2011.11.20 1176
1151 타락한 지도자 4 로산 2011.11.20 1061
1150 타령 3 로산 2012.09.20 1316
1149 타불라 라사 11 박성술 2012.10.05 1797
1148 타이타닉 vs 에스토니아호와 세월호. 놀라울정도로 유사한 세월호와 에스토니아오 침몰 상황. 1분 15초 부분부터 보세요~ 5 팽목항 2015.02.19 302
1147 타인의 시선 6 아침이슬 2015.03.22 275
1146 타임 머신 타고 19 김주영 2012.10.22 1528
1145 타임지 표지 교황과 신세계 질서 file 타임 2014.11.15 573
1144 타임지는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10 먹통 2012.12.22 1350
1143 탁 까놓고 얘기해 보자 17 김주영 2012.02.11 1834
1142 탁구이야기 1 바다 2013.02.01 2073
1141 탄자니아 다종교가 평화로운 이유는 김다해 2013.09.04 1725
1140 탄저병 실험 2015.05.28 141
1139 탄핵이란? ( 조갑제닷컴 2004-03-11 ) 4 이너넷 2015.08.30 181
1138 탈 역사적이란 6 제자 2015.11.22 188
1137 탈르로 물감들인 검은깨 ? 2 검은깨 2012.09.20 1758
1136 탈모에 좋은 2 file 박희관 2012.12.16 1561
1135 탈북자 강룡을 아십니까? 2 김균 2014.09.05 770
1134 탈북자 사회 이념 편향 어떻게 해소할까’ 정책토론회 3 사)평화교류협의회 2012.08.12 1905
1133 탈북자, 한국국가인권위에 진정 민초2 2011.04.19 2238
1132 탈북자수기 ( 아픔 속에 맺힌 사랑의 열매들 ) 페론 2011.03.07 1994
1131 탈출하라, 지금 당장!!! 지금은 '사이버 망명' 시대[사이버 新공안시대-상] '여론재갈' 시선에 긍정취지.. 1 사이버망명 2014.10.19 504
1130 탕녀 아제리나의 글을 읽고-흑장미 한송이 3 fallbaram. 2014.12.30 583
1129 탕자의 아버지는 변하였는가? 고바우 2011.01.19 1418
1128 태국식 줄서기? 이게 아메리카의 줄서기다 !!! 2 file 김주영 2013.09.21 2822
1127 태극(국)뽕이 바람에 휘날립니다~ 1 김원일 2015.08.15 263
1126 태산(太山)은.... 2 file 김종식 2014.12.14 521
1125 태아의 손에 들린 열쇠가 보이나요? 2 배달원 2014.12.23 470
1124 태안 기름유출 당시 노무현 대통령 3 대통령 2014.09.19 790
1123 태안 기름유출 당시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2015.04.16 169
1122 태양과의 경주(어제 내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리고 '돈키호테'라는 칭호를 얻었음) 3 최종오 2011.09.09 1887
1121 태양마져도 눈물을 흘린다. 4 아자디 2016.06.05 80
1120 태어난대로 1 김원일 2016.07.09 96
1119 태워버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책들 2 예언 2015.04.21 229
1118 태음력 안식일의 오류 (2) ; 레위기 23:16 김운혁 2015.09.14 166
1117 태음력 안식일의 오류(1) ; 행 20:6,7 김운혁 2015.09.14 117
1116 태자마마와 유신공주-금고털이 전문가(?)- 로산 2012.08.04 2695
1115 태초에 키스가 있었다-퍼온글 3 로산 2011.06.04 1772
1114 택시 아저씨 정말 고마웠어요. 푸른송 2012.05.18 1526
1113 탱크로리 한대 사서 콘크리트 짓이겨 개겨 한차 싣고 질풍노도 같이 들이받고 싶어져 미워도 미워도 어떻게 이렇게 미울수가 있는지...모두를 위해 정씨랑 함께 떠나주라 대바가~ 제발 부탁한다 2 file 너무도미워 2014.08.12 1194
1112 탱크와 대포를 이기는 힘은 바로 이거다 1 주인 2015.11.15 121
1111 터진 심장 2 student 2011.05.24 1664
1110 텅빈 거리와 마트... 한국경제 뒤흔드는 메르스 (백화점·마트 등 5월보다 25% 급감, 관광업계 직격탄... 정부 뒤늦게 지원책 내놔) 물과불 2015.06.10 54
1109 테드 충견 이재룡목사 재선되다(수정 본) 26 사악한종교권력 2015.07.07 672
1108 테드 충견 이재룡목사 재선되다....글에 달린 댓글(반초님)에 댓글. 사악한종교권력 2015.07.14 371
1107 테드월슨 선출과 북한의 투표는 쌍둥이다 2 쌍둥이 2015.07.05 353
» 테러와 살육을 그치려면 - 펌 3 민초2 2011.05.12 1878
Board Pagination Prev 1 ...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213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