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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20:24

못 이루어도 괜찮다

조회 수 1981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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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 / 신년주일

못 이루어도 괜찮다

창세기 32:22-31 빌립보 3:12-14

 

곽건용 목사

 

석 달 동안 4천 킬로미터를 걸어간 소년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까요 불행한 사람일까요? 꿈을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습니까, 아니면 꿈은 반드시 이뤄야 행복해지는 걸까요? 2011년 첫 주일에 여러분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석 달 동안 무려 4천 킬로미터를 걸은 소년이 있습니다.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런 그가 마지막 35킬로미터를 전진하지 못해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일까요 불행한 사람일까요? 소년은 죽어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비록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거기까지 도달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웃으면서 죽었을까요, 아니면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뒀을까요?

 

이라크의 모술(Mosul)지역에 살던 열일곱 살 난 쿠르드 소년 비랄(Bilal)이 프랑스 항구도시 칼레(Calais)까지 무려 4천 킬로미터를 걸어서 갔던 이유는 그에게 두 가지 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지금 한국의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 간 여자 친구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열일곱 살 소년에 어울리는 순진한 꿈 아닙니까? 그런데 그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일은 그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비랄은 칼레에 당도하자 자기처럼 영국으로 밀항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트레일러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 안에 숨어서 영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서였지요. 트레일러는 부두에서 검사를 거친 후 영국해협을 건너는 배에 실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전에 경찰은 개까지 동원해서 밀항자를 수색하는데 이때 밀항자는 후각이 예민한 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얼굴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참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호흡기질환이 있는 비랄이 숨을 참지 못하고 비닐봉지를 벗는 바람이 트레일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체포되고 맙니다.

 

비랄은 약식재판에 회부되는데 초범이라 감옥행은 면합니다. 그는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갈 다른 방법을 찾다가 영국해협을 헤엄쳐서 건너기로 결심합니다. 해협을 건너려면 35킬로미터를 헤엄쳐야 합니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수영실력이 형편없는 그는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시작하는데 거기서 수영코치 시몬(Simon)을 만납니다. 수영실력은 형편없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연습하는 그를 시몬이 눈여겨봤지요. 시몬은 지금은 동네 수영장에서 코치로 일하지만 과거에는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딴 사람입니다. 이 만남으로 두 사람의 운명은 크게 요동칩니다.

 

 

비랄 덕분에 현실에 눈뜬 시몬

 

중년의 수영코치 시몬이 수영강습을 두 번 받으면 영국해협을 헤엄쳐 건널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하고 무모한 비랄을 통해서 프랑스 사회현실에 눈을 뜨는 일은 아이러니컬합니다. 그는 매사에 시니컬하고 자기 일 이외에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 갖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런 그에게 비랄과 같은 서류미비 이민자의 사정이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그는 어떤 사회문제에도 관심 기울여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그는 아내와 이혼할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낮에는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부두에 나가서 서류미비 이민자들에게 따뜻한 국과 빵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동정심을 가진 사람이었으므로 그녀의 눈에 시몬은 불쌍하지만 같이 살긴 힘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혼하려 했던 것입니다.

 

지금 프랑스 사회에는 서류미비 이민자, 특히 회교도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가 중대한 사회문제입니다. 정부는 이들이 적발되는 대로 추방하는 것을 물론이고 그들을 재워주는 사람도 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누가 서류미비 이민자를 재워주는가 여부를 경찰이 무슨 수로 알겠습니까? 이웃 주민이 신고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형편이니 프랑스 사회는 적어도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에 관해서는 나의 편한 삶을 위해 이웃을 고발하는 사회인 셈입니다.

 

시몬은 별 생각 없이 비랄을 자기 아파트에 데려와 하루 밤 재워주는데 이 일 때문에 그는 곤경에 빠집니다. 그의 이웃이 그를 경찰에 신고한 것입니다. 다행히 경찰이 시몬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는 비랄이 거기에 없었기 때문에 시몬이나 비랄이 체포되지는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시몬은 경찰의 감시를 받습니다. 비랄과 관계를 맺으면서 시몬의 성격이 바뀌어 그는 현행법을 어겨가면서 비랄을 돕습니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시몬에게 일어난 셈이죠.

 

시몬이 비랄을 잘 훈련시켜 드디어 해협을 건널만한 실력을 갖추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도중에 해안경비대에 체포되어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혼 수속도 끝나 이젠 남이 된 아내에게 미련이 남아 시몬이 반강제로 그녀를 안으려 하던 때 그는 비랄의 체포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비랄을 찾아 밤마다 부두를 뒤져 결국 그를 발견하지만 비랄이 같이 가기를 거절합니다. 자기 때문에 시몬이 고초를 겪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몬은 그를 거의 강제로 자기 집에 데려갔고 비랄은 두 번째로 영국해협 건너기에 도전합니다.

 

영화를 많이 보다보면 영화 내용이나 줄거리에 상관없이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제게 이 영화는 좋은 영화로 기억되겠지만 또한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 영화로도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 장면은 비랄이 망망대해에서 홀로 수영하는 장면입니다. 전신수영복을 입고 오리발을 신고 물과 잔뜩 찌푸린 하늘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바다를 홀로 헤엄치는 비랄을 카메라가 공중에서 잡았는데 이 장면은 매우 아름답고 동시에 한없이 슬프기도 합니다.

 

비랄이 망망대해에서 수영하다 멀리서 경비선을 발견하고 놀라서 반대방향으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경비병은 곧 그를 발견하고 금방 따라잡습니다. 수영속도가 배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습니다. 경비병은 확성기를 통해 도망치지 말라고 외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다가 잠수하기를 몇 번 하더니 결국 떠오르지 않습니다.

 

비랄이 무리해서 하루라도 빨리 영국으로 건너가려 했던 이유는 애인의 아버지가 그녀를 나이 많은 부자에게 시집보내려 했기 때문입니다. 비랄의 장례를 치른 후 시몬은 경찰로부터 여행금지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비랄의 애인을 만납니다. 시몬은 그녀에게 아내와 이혼할 때 돌려받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며 비랄이 그녀에게 주려던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반지를 받지 않고 발길을 돌립니다. 그렇게 떠난 그녀의 뒤에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는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스타플레이어 크리스티아누 로날도가 골을 넣고 거만하게 포효하는 장면이 비춰지고 영화는 끝납니다.

 

 

예수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했을까?

 

프랑스의 필리페 리오레(Phillippe Lioret) 감독이 2009년에 만든 이 영화의 제목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환영 Welcome>입니다.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프랑스에서 큰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영화 개봉 후 감독과 프랑스 이민국 장관의 텔레비전 토론회도 열렸고 의회에서는 불법이민자를 재워주면 처벌하는 법의 개정도 추진됐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였습니다. 법률은 부결됐고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를 두고 프랑스 사회는 더욱 깊게 분열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많은 얘깃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 이외에도 인종 갈등의 문제, 프랑스라는 문화 선진국이 내가 살기 위해 남을 감시하는 사회라는 충격적인 사실, 시간 제약 때문에 상세히 얘기하지 않았지만 시몬 부부가 갖고 있는 갈등의 문제 등등이 영화에 담겨 있습니다. 그 중에서 서류미비 이민자 문제는 미국사회에서도 중요한 사회문제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개혁을 공약하여 수많은 이민자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지난 2년여 동안 그는 공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2010년 말에는 의회에서 이른바 ‘드림법안’이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도 프랑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은 프랑스와 달리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민자 문제에 있어서는 프랑스보다는 관대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민자 문제도 중요하지만 제가 영화에서 감명을 받았고 신년주일에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한 비랄의 불굴의 도전정신입니다. 누가 그를 순진하고 무모하기만 한 어린 소년이라고 보겠습니까? 그는 애인과 같이 있겠다는 일념으로 석 달에 걸쳐 4천 킬로미터를 걸었습니다. 배로 영국에 들어가려는 계획이 실패했습니다. 이쯤 되면 웬만한 사람은 꿈을 포기하겠지만 그는 수영을 배워서 영국해협을 건널 꿈을 꿉니다. 한 번 실패했지만 그것도 그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는 다시 도전했고 결국 바다에서 죽었습니다. 오로지 죽음만이 그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대신 영국해협을 건너간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 밖에 모르고 매사에 냉소적이었던 시몬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시몬 역시 영국으로 갈 수 없는 처지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랄의 부활이 되어 그가 꿈에 그리던 영국해협을 건너가 애인을 만났습니다.

 

부모의 성격과 체질은 유전자를 통해 자녀에게 유전됩니다. 그렇다면 꿈은 어떻게 될까요? 꿈은 누군가에게 유전됩니까, 아니면 꿈꾼 사람이 죽으면 그것으로 꿈도 죽어버립니까? 예수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위에 이루어지는 꿈을 꿨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넘실거리는 하나님 나라, 자유와 평화와 평등이 힘주어 말해야 할 특별한 말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일상 언어가 되는 하나님 나라, 사람과 사람을 구별하고 나누는 장벽이 없는 나라, 그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꿈을 예수는 꾸었습니다. 그런 꿈을 꿨던 예수는 초라하게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반대하고 그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으려 애썼던 사람들의 손에 의해 그분은 잔인하게 죽임 당했습니다. 하지만 예수가 꿨던 꿈은 그분의 죽음과 함께 죽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부활과 함께 그분이 꿨던 꿈도 같이 부활했습니다. 그분의 부활을 증언했던 제자들에 의해 하나님 나라의 꿈도 같이 증언됐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꿈은 그렇게 부활했는데 과연 예수의 제자들은 자기들의 꿈이 성취되리라고 믿었을까요? 그들은 그 정도로 ‘순진’했을까요? 만일 그랬다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순진하게 만들었을까요? 불의한 권력이 죽음의 춤을 추고 온갖 거짓과 사기가 난무하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리라는 ‘순진한’ 꿈을 꿀 수 있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말입니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들이 따랐던 예수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요?

 

 

예수가 꿨던 꿈을 꾸는 우리는 2011년의 야곱이요 바울입니다

 

여러분은 왜 믿습니까? 왜 그리스도인입니까? 옛날 순진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리스도인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 다 자란 성인이면서 여러분은 왜 아직도 그리스도인으로 남아 있습니까?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과연 그리스도인다운 그리스도인이 어디 얼마나 있습니까? 자칭 그리스도인들 중에 예수가 걸었던 길을 걷는 예수의 제자들이 얼마나 있습니까? 요즘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세속적인지는 길게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이 예수의 가르침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예수의 가르침을 얼마나 심하게 왜곡하는지 더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왜 그리스도인입니까? 왜 여전히 믿는가 말입니다.

 

여러분은 왜 향린교회에 나옵니까? 여러분은 아직 교회에 희망을 두고 있습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양적으로 성장해야만 하는 교회, 교인숫자가 늘지 않으면 교인들이 앞장서서 목회자를 추궁하고 내쫓는 교회, 그래서 목회자는 다른 무엇보다 양적 성장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교회, 양적 성장을 이룬 목회자는 ‘당당하게’ 그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교회, 예수께서 꿨던 하나님 나라의 꿈을 얘기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는 소리나 듣는 교회, 지금 대부분의 교회들이 이 모양인데 여러분은 왜 아직 교회에 나옵니까? 왜 향린교회에 나옵니까? 향린교회는 다릅니까? 다르다면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향린교회는 겉보기에는 대단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교회입니다. 향린교회는 목사 한 명과 아이들을 포함해서 육십 명이 채 안 되는 교인을 가진 작은 교회입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예수와 함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일으켰던 열두 명보다는 큰 모임입니다. 우리가 예수가 꿨던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꾼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작고 힘없는 교회가 아닙니다. 영혼이란 것을 몽땅 잃어버리고 물질만능으로만 치닫는 미친 세상에서 향린교회가 예수의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꾼다면 우리는 ‘작은 거인’입니다. 비랄처럼 비록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 할지라도 우리가 전례를 만들어놓으면 훗날 누군가 같은 꿈을 꿀 것이고 같은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월 발행되는 <향기나는 이웃> 마지막 장에는 향린교회가 어떤 교회인가를 여섯 가지 항목으로 천명한 글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21세기에 향린교회가 꾸는 예수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입니다. 향린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의 근간은 예수이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끊임없이 묻는 질문은 “예수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입니다. 예수는 고정된 석고상이 아닙니다. 예수는 지금도 살아 숨쉬는 구세주이십니다. 세상의 변화에 맞게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분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물어야 할 질문은 “예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입니다. 2천 년 전에 예수가 어떻게 했는지를 아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 예수가 살아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둘째로 ‘성서를 삶의 지침으로 삼는 교회’입니다. 성서는 죽은 글자가 아닙니다. 성서는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성서는 딱딱하게 굳어버린 교리(doctrine)가 아닙니다. 성서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고 대단한 적응력(adaptability)을 갖고 있는 신앙과 삶의 지침이요 나침반 같은 것입니다. 사도 바울도 “문자는 사람을 죽이고 영은 살린다.”고 했습니다. 이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는 무턱대로 자기를 믿어달라고 호소하거나 강권하지 않습니다. 성서는 이해하는 지성을 요구합니다.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머리로 동의할 것을 요구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성서는 머리와 가슴으로 읽을 것을 요구합니다. 성서를 머리와 가슴으로 읽고 신앙과 삶의 지침으로 삼는 교회, 이런 교회가 향린교회입니다.

 

셋째로 ‘삶을 통해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입니다. 삶이 동반되지 않는 말은 무기력하고 죽은 말에 불과합니다. 예수는 “내가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내 행동을 보고 믿어라.”고 말씀했습니다. 말이 가진 힘을 결국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삶에서 우러나는 힘입니다. 우리는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입에 예수란 이름을 얼마나 자주 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서 얼마나 예수의 향기가 짙게 풍겨 나오느냐의 문제, 곧 예수께서 살았던 삶을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향린교회는 이렇게 삶으로 예수를 증언하는 교회입니다.

 

넷째로 ‘민주적이고 차별이 없는 교회’입니다. 민주적이라는 말은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남과 생각을 나누고 뜻을 모르고 힘을 합해야 하는 것입니다. 차별이 없다는 말은 예수 안에는 유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다는 바울의 선언을 에누리 없이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것이기 이전에 복음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요구하는 삶의 자세입니다. 차별 없음은 선언으로 달성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향린교회 문턱을 넘어 들어온 사람은 누구나 아무런 차별을 느끼지 않게 되어야 합니다. 부자의 특권을 허락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동등하게 교회 일과 삶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차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다섯째로 ‘다문화목회를 실천하는 교회’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우리 겨레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문화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교류하는 교회를 가리킵니다. 지금은 우선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으로는 교류와 일치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컬한 교회’입니다. 이 말은 본래 ‘교회 일치운동’이란 뜻입니다. 현재 그리스도교가 여러 교파로 나눠져 있는데 이를 기계적으로 합치거나 일치시킬 수는 없지만 연합운동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른 종교와도 대화하고자 합니다. 곧 종교 간의 대화 말입니다. 종교 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은 절대자의 진리, 절대자에 관한 진리를 인간이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인식이고 고백입니다. 우리는 자기 종교에 대한 사랑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타 종교와 대화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습니다. 향린교회는 타 종교에 대한 무지가 빚어내는 갈등을 치료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여기에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가꿔나가는 일이 더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2011년을 이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2011년의 야곱입니다. 하나님의 허리춤을 붙들고 죽기 살기로 씨름했던 그 야곱 말입니다. 밤새도록 씨름하다가 허리춤을 얻어맞아 절뚝이며 아침 해를 바라본 바로 그 야곱 말입니다. 또한 우리가 예수께서 21세기에 오셨더라면 꾸었을 위의 일곱 가지 꿈을 꾼다면 우리는 2011년의 바울입니다. 이미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완전한 사람이 되지도 못했지만 다만 예수께서 꿨던 꿈을 같이 꾸면서 달음질치는 우리는 2011년의 사도 바울입니다.

 

이만하면 멋진 꿈 아닙니까? 이만하면 그 어느 해보다 멋진 한 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모두가 이런 멋진 한 해를 만들어가기를 기도합니다.

  • ?
    김종식 2011.05.13 22:51

    관건용 목사님과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속 깊이 파고 드는 설교입니다.


    꿈을 이루지 못해도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아!  오늘 내 마음이 한층 가벼워 지고

    동시에 용기를 갖게하는 그런 "미세한 음성"이었습니다.

  • ?
    노을 2011.05.14 01:17

    아멘

  • ?
    김주영 2011.05.14 05:29

    Dream On!!

    오늘 아침 읽은 말씀


    "내가 내 신을 만민에게 부어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며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저희 젊은이는 이상을 볼 것이며" 

  • ?
    김 성 진 2011.05.14 05:35

    "종교 간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은

    절대자의 진리, 절대자에 관한 진리를 인간이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인식이고 고백입니다."


    아멘입니다 !!!

    아멘 !!!


  • ?
    牧同牲覺 2011.05.14 14:58

    향기나는 이웃 목장 한켠에서

    맘껏

    웃으며, 

    울으며,

    떠들며,

    얘기하고 싶어 집니다.  

     

    - 목동생각 -

  • ?
    Windwalker 2011.05.15 10:07

    왜 이런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가 60명도 안될까 의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저를 포함해서) 그만큼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없다는 이야기도 되겠군요.

     

    요즘들어 갑자기 민스다가 아주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정말로 이성과 감성의 사용이 모두 필요한, 읽을 거리도 많고...

    필진도 다채롭고, 다양하고...

    많은 댓글들의 내공도 만만치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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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2 北군인들, ‘바나나·파인애플 구입용 휴가 인기’ ( 대대장동지 딸 결혼식 상에 놓을 바나나. 내가 맞겠습네다 한광복 2011.05.13 2451
1571 [부고] 김준팔 장로님 주안에서 잠드셨습니다. (장례일정) 2 admin 2011.05.12 2407
1570 테러와 살육을 그치려면 - 펌 3 민초2 2011.05.12 1878
1569 제자의 제자 넉두리 3 로산 2011.05.12 1959
1568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4 빈배 2011.05.12 2244
1567 성경과 예언의 신-김 상래 교수님의 동영상을 보고서 로산 2011.05.12 2739
1566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 성 진 2011.05.12 2116
1565 여기는 왜 종북적 인사들이 많은가?(24세 여성이 교과서 문제로 대통령께보 낸 편지) 로얄 2011.05.12 1756
1564 민초마당 입장 4 제자 2011.05.12 1867
1563 5.18 광주 학살은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인가? 1 광주 2011.05.11 2290
1562 오강남 교수님의 이곳에 오심에 부쳐 7 김원일 2011.05.11 2120
1561 서로 사랑하자 2 file 1.5세 2011.05.11 2602
1560 누가 우리의 선지자입니까? 4 지경야인 2011.05.11 1605
1559 로얄 훼미리 (Royal Family) 교육 죠앤나 김 2011.05.11 2395
1558 고향으로 돌아들 오시요 !! 땡초 2011.05.11 1830
1557 커피 차 그리고 초콜릿 로산 2011.05.11 1918
1556 Jane Haley 제인 핼리 별세 중서부 2011.05.11 2119
1555 빈배님... 7 snow 2011.05.11 4277
1554 분명히 밝힙니다 16 빈배 오 강 남 2011.05.10 3416
1553 과학 그리고 신학 8 로산 2011.05.10 2005
1552 재림교회의 한계.. 로산님에게.. 5 김 성 진 2011.05.10 2027
1551 카스다 관리진의 항복문서 3 로산 2011.05.10 2043
1550 현 재림마을의 사태를 보면서 3 YJ 2011.05.10 2222
1549 "농협해킹 北소행은 천안함 같은 날조극"(종합) 지옥 2011.05.10 2351
1548 "'손학규 3일 천하', 민주당이 갈 길은?" - [우석훈 칼럼] "'FTA 밀실협약'…민주당, '지는 ㄱㅔ임' 시작" 천국 2011.05.10 3260
1547 석탄일 아침에 1 로산 2011.05.09 1771
1546 EGW 여사의 기도력 (5/09/2011) . . . 하나님께서 높이심 4 삼대 예신 연구원 2011.05.09 2153
1545 거기서 나오라. 베네통과 홍세화 베네통 2011.05.09 1773
1544 삼육대학교대학원 기독교교육학과 동문회(2011년 5월 10일 오전 11시 30분) 명지원 2011.05.08 2269
1543 롬8:1의 정죄함이 없나니 7 로산 2011.05.08 3224
1542 창세기를 방황하며-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1 로산 2011.05.08 1918
1541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엘렌 화잇 5 김주영 2011.05.08 2283
1540 누가 참 그리스도인인가 8 빈배 오 강 남 2011.05.07 3255
1539 2300주야가 없으면 재림교회에 쓰나미가 오는가? 2 로산 2011.05.07 2212
1538 김정일은 대북 풍선의 전단지에 눈이 뒤집혔지만 김정금기자 2011.05.07 2065
1537 당에 대한 10년 충성 1주일만에 무너져( 남한 드라마 북한을 흔들다) 김성욱 2011.05.07 2238
1536 99%의 진실 1%의 오류를 어떻게 판단할까? 로산 2011.05.07 1754
1535 시 읽기-사람들의 슬픔의 낟가리가 물레소리로 울리는 사원 박훈 2011.05.07 1885
1534 쯔쯔쯧....... 카스다 운영진이 불쌍해 보인다. 1 김민철 2011.05.06 3133
1533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3 로산 2011.05.06 2140
1532 펌 글입니다. 오바마의 새빨간 거짓말 박훈 2011.05.06 1825
1531 오 강 남 인사드립니다 20 오 강 남 2011.05.05 2826
1530 마담뚜 2 로산 2011.05.05 7040
1529 저주의 굿판 로산 2011.05.05 2044
1528 재림교 이외에 천주교, 불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는 귀신 종교이다 3 로얄 2011.05.05 3085
1527 불교를 통해 예수님을 더 잘 알게 되었다. 6 돌베개 2011.05.05 2396
1526 어린이날에 부쳐 (전세계 어머니들의 이야기) 바다 2011.05.04 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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