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어디 있는가?

by 빈배 오 강 남 posted May 18, 2011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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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올리면 또 시끄러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제 다 들어난 마당에 가릴 것 없이 올려봅니다.

모 일간 신문의 부탁으로 어제 밤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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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어디 있는가?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명예교수 종교학)

 

세계 제1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천국은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쇼킹하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던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늘에 천국이 없다고 하는 것 쯤은

스티브 호킹 박사처럼 위대한 물리학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날 기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리가 아니던가?

 

성경이 쓰일 당시 "하늘"이란 일차적으로 우리가 보는 파란 하늘 위에 놓여 있는 무슨 장소 쯤으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파란 하늘이 지구의 뚜껑이며 동시에 하늘나라의 마루바닥이었던 셈이다.

이제 지구가 판판하다고 본 성경의 세계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듯 성경에서 말하는 그런

하늘나라라는 것도 문자 그대로 하늘 어디에 붕 떠있는 땅 덩어리 쯤이라 생각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사실 지금 뿐 아니라 오랜 옛날에도 종교의 심층에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물리적 천국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경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4세기까지 유통되던 『도마복음』이라는

복음서 제3절에 보면, 예수가 친히 그 제자들을 향해 "너희를 가르치는 자들이 너희에게 ‘보라,

그 나라가 하늘에 있다.’고 하나, 그렇다면 새들이 너희보다 먼저 거기에 가 있을 것이라."고 하며

파란 하늘 위에 있을 하늘나라를 부인하였다.

 

스티븐 호킹 박사 같은 분이 천국이 없다고 했을 때 그것이 이런 물리적 천국의 부재를 뜻한 것이라면

그는 물리학자로서의 소임에 충실한 것이다. 거기까지가 물리학자로서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독교도 심층 차원의 기독교는 하느님의 나라가 정말로 있다고 주장한다. 어디에 있다고 하는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다고 한다. 성경에 있는『누가복음』에서는 아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고 했다. 앞에서 말한『도마복음』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나라는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밖에 있느니라.”고 하였다. 내 속에, 그리고 내 이웃의 속에 있다는 뜻이다. 이 복음서는 계속해서

내 속에, 그리고 내 이웃의 속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임재를 '깨달으라'고 한다. 이렇게 될 때

하늘과 나와 내 이웃이 '하나'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진정으로 이 지상에서 하늘나라의 삶을 사는

것이라 가르친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천국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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