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천장-1-빈배님게

by 로산 posted May 18, 2011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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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오균 기자]

이생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확실한 일이다 - 달라이 라마

독수리에게 육신을 보시하는 천장(天葬)의 현장에 가기 전에 먼저 티베트의 전통 장례식인 천장에 대해 랑무쓰 빈관의 지배인으로부터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천장 풍습을 보기 원하는 피터와 나에게 천장의 전통과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천장(天葬, Sky Burial, 조장鳥葬이라고도 함)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티베트 불교의 장례풍습이다. 불교에서는 신체는 현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의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몸을 떠나므로 육체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빠드마삼바바도 수행을 할 때 공동묘지에서 용맹정진한 후 대오 각성하여 큰 신통력을 얻었고, 붓다께서도 전생에 사신공덕(捨身功德)을 행하여 굶주린 호랑이에게 몸을 내주는 수행을 했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생겨난 육신은 영혼이 떠나면 다시 지수화풍으로 흩어져 자연으로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지구촌의 장례식은 종교와 풍습에 따라 다르지만 땅으로 가는 매장, 물로 가는 수장, 불로 가는 화장, 바람으로 가는 풍장으로 행해지는 데 모두가 자연으로 되돌려 주는 방법에 지나지 않다. 그러므로 어떤 장례식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죽은 육신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티베트 천장'







시신을 쪼아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독수리들(중국 쓰촨성 랑무쓰)

ⓒ 최오균

중국 쓰촨성 랑무쓰에서는 티베트인들이 오랜전부터 망자의 시신을 하늘나라로 올려 보내는 천장이 행해져 왔다. 천장은 시신을 독수의 먹이로 준다고 해서 조장(鳥葬)이라고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육신을 독수리의 먹이로 주는 것은 살았던 세상에 베푸는 마지막 자비보시이고 윤회의 고리를 이어주는 행위가 된다.

티베트에서 독수리는 신성시 되는 동물로 육식을 하는 신(Dakinis)의 현현이라고 믿어진다. 윤회사상을 믿는 티베트인은 사후에 시신을 신성한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것이 독수리를 통해 죽은 육신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승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천장은 나무가 드물고 토양이 너무 단단해 땅을 파기 힘든 곳에서 시신을 유기할 수 있어 생태적으로 자연친화적인 건전한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티베트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화장을 했고, 천연두 등의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은 조각을 낸 뒤 수장시켜 물고기 밥이 되게 하였다. 티베트 식단에서 생선이 인기가 없는 이유가 이 탓일지도 모르겠다.







시신을 감쌌던 천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최오균

해발 4000m를 전후한 티베트 고원은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척박한 땅인지라 화장을 위한 나무를 구하기도 힘들고, 수장은 귀한 물을 오염시키게 되고, 매장은 메마른 땅을 파기도 힘들어 시체가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자연친화적인 천장이 생성된 것이다.

중국은 1960~1970년대에 천장을 금지했지만 1980년대에 티베트가 제한적인 종교적 권리를 되찾으면서 천장을 다시 합법화시켰다. 천장은 원래 외부에 공개를 하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은 자신들의 장례를 구경거리로 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대받지 않으면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천장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 때문에 티베트에서 관광객들이 천장에 참가하려면 공식적인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망자의 시신을 자르는 도끼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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