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있다.

by 김원일 posted May 20, 2011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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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있다고 내가 말한다 해서 없던 천국이 생기는 건 아닐 터.

천국은 없다고 내가 말한다 해서 있던 천국이 없어지는 것 역시 아닐 터.


죽음에 이른 봉이 김선달에게인가 친구들이 와서 물었다 했다.

죽게 되니 어떤가.

글쎄, 처음 죽는 게 돼서 죽어 봐야 알겠네.


물리적 천국이 있는가.

있다면 어디 있는가.

하늘 위? 저 아래 어디? 그냥 저 멀리 어디? 여기? 내 안에?

위에 언급한 곳 모두에?

그 어느 곳도 아닌 우리가 모르는 어떤 곳에?


나는 물리적 천국을 믿는가.

믿는다.

어디 있다고 믿는가.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고 믿는다.

내 마음 안에도 있고 내 마음 밖에도 있다고 믿는다.

이 지구에도 있고 저기 어디 우주에도 있다고 믿는다.

위가 됐든, 아래가 됐든.

다 물리적 천국이다.

나는 천국의 유무에 대한 답을 과학자에게 기대해 본 적 없다.

나는 천국의 유무에 대한 답을 신학자에게 기대해 본 적 없다.

나는 천국의 유무에 대한 답을 종교철학자에게 기대해 본 적 없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천국에도 아직 못 가 봤고

내 마음 밖에 있는 천국에도 아직 못 가 봤다.


그러나 있다고 믿는다.

둘 다.

그리고 둘 다

물리적 천국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궁금하다.

봉이 김선달식으로 말하자면

가 봐야 알겠지만,

나는 천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내 마음 안에 있는 천국도

내 마음 밖에 있는 천국도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둘 다 물리적 천국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궁금하다.


그 천국이라는 곳에

가난한 자,

주변화된 자,

억압, 착취, 불평등,

이런 것들이 있는지.


가 봐야 안다.

김선달식으로 말해서.


그래서 말인데,

나는 궁금하다.

우리의 물리적 천국에서,

여기 있는 물리적 천국에서,

동성애자가 손잡고 교회에 들어오면

우리는 어떤 물리적 반응을 보일지.


흑인과 결혼한 우리 아이가 그의 배우자 손을 잡고 교회에 들어오면

우리는 어떤 물리적 반응을 보일지.


의사, 치과의사, 교수 아닌,

막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물리적 반응은 어떤지.


천국은

여기 있든 저기 있든

물리적 공간이다.


궁금한 건

그 물리적 천국에 대한

우리의 물리적 반응이다.


천국은 있는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있다면

그곳은 물리적 공간이다.

어디가 됐든.


궁금한 건

어떤 물리적 공간이냐이다.


봉이 김선달식으로 말해서

가 봐야 안다.


가 봤는가.


천국은 있다고 내가 말한다 해서 없던 천국이 생기는 건 아닐 터.

천국은 없다고 내가 말한다 해서 있던 천국이 없어지는 것 역시 아닐 터.


가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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