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마당 소회(김 주영님께 답글)

by 제자 posted May 22, 2011 Likes 0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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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영님 글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합니다. 단답으로 말하라면 율법주의가 더 나쁘고 고질적인 중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중 있게 고민하는 영역이며 다만 아직 그것을 논할 접점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신앙사상을 조립해 나가는 문하생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그것을 균형 잡고 내 것이 되기 위한 작업으로, 습작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변증이든 그것은 신앙의 제일보라고 생각하나 저도 모르는 사이에 경직된 사고가 투사되고, 저의 결기가 과격함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타종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편협한 율법주의자의 아류로 비쳐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탐색의 기간 없이 너무 저돌적인 입문이 되어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게 되었고 나름 필수 덕목으로 생각하는 사랑과 긍휼에 대해서는 적절한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오래고 바른 신앙연조로 인한 튼실한 신앙내공이 있기에 여타 종파의 교리와 주창에 대해서도 충분히 취사하실 수 있는 자질을 소유하셨다고 여겨집니다. 일반의 굳세지 못한 범인은 미혹케 하는 감언에서 돌아서는 것이 정로를 쫓는 자들의 제일지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류로 점철된 사람일지라도 깊은 연민으로 대하여야 함은 자명하지만 땅위에 꽂힌 오류의 깃발은 냉정한 판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특별히 유사해 보이는 짝퉁진리들을 분별하고 그 해악과 폐해를 주지시키는 것은 선도자들의 마땅히 행할 바라고 여깁니다.

 

혼돈과 표류의 시기를 거쳐 지금은 예전에 등한히 했던 철학과 과학, 예술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특별히 오류와 이설 속에 파묻힌 보화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 없는 예술세계가 없듯이 정설로 차곡차곡 채워진 토양이 없이는 어긋나는 길로 들어서기는 십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율법주의 신앙, 어쩌면 가장 고질적이고 불치에 가까울 수 있는 위폐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유행하는 그러한 율법적 사조 가운데서 혼미한 시기를 보내기도 했고 부끄럽게 느껴지는 작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눈으로 보고, 만지고 부딪혀서 감각에 의존하는 단면적 신앙에서 탈피해 영혼이 감각하는 고된 수련을 받고 있습니다. ‘죽은 자와 산자’, ‘죽은 신앙과 산 믿음인생의 여정 속에 피해갈 수 없고 부닥칠 수밖에 없는 신앙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분위기는 물씬한 자유주의적 색채를 호감하고 한편으로는 경직되고 교조적인 교회적 분위기에 식상하고 환멸을 느낀  민초들의 대안교회같은 감이 들게 합니다. 아직 단언해서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구원의 도와 사상 섭렵의 수련기를 마치고 유유자적의 극치의 신앙 소유자도 있고 지나친 자유분방함으로 진리에 대한 심미를 하지 못한 체 중심핵의 언저리를 떠도는 부평초 같은 부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실명으로 나서지 못함을 다소 미안하게 생각하나 무명이며 애송이 같은 자가 실명을 내놓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명에 의한 선입견도 강한 것이거니와 잠재한 내면을 토로하는 글속에 나타나는 최상급 자아와 먼지와 때로 얼룩지어진 현실세계의 자아와의 차이에서 오는 부끄러움도 익명을 쓰는 나름의 궁한 소신입니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의 드러난 허실상처럼 많은 필객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익명은 인간의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숨고 싶은 본능, 안면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흔들림 없이 기탄없는 진술을 하기에 좋은 시대적 장치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주목받지 않으나 어필은 강한 콘셉트를 원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낍니다.

 

근거 없는 비방과 심히 과격한 언사가 태반이 아닌 이상 글을 삭제하거나 익명기고에 대한 비난은 적절치 못하고 이곳의 룰에도 상충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나 신앙소신은 충돌할 수 있는 대상이 있기 십상이고 표현에 있어 날이 선 양날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형평에 준하지 못했다는 섭섭한 생각이 들기도 하나 심판이 지녀야 할 고공의 시야와 그 노고와 고충에 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 페널티를 달게 받겠습니다. 목회자 아닙니다. 어느 분이 목회자나 지망생으로 예측을 하시기에 짚어 드립니다. 세상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늘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더해지며 한 시대를 함께 통과하는 동반자 의식이 진하게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마당을 제공하신 운영자님께 감사하며 또한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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