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짜파게티로 때우고 책상에 앉아있는데 어떤 젊은 처녀가 제 아파트에 찾아와서 음식을 건네주고 갔습니다.
정** 집사님이 요리하신 거라고 하더군요.
점심은 이미 해결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또 먹었습니다.
먹는 내내 방금 전 음식을 만드셨을 정 집사님의 따스한 마음과 손길을 음미하였습니다.
짜파게티를 먹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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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엔 왕과 노숙자의 삶을 오가고 있습니다.
초대받아 가면 왕처럼, 집에 있으면 노숙자처럼 식사를 합니다.
공부에 전념하려고 집에서는 될 수 있으면 요리를 하지 않고 적은 양의 과자나 빵을 뜯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먹으면 잠이 좀 모자라도 맑은 정신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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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보면 기절하면서 음식을 먹게 됩니다.
집에 오면 포만감에 공부대신 잠을 청하게 됩니다.
문제는 다음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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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 그렇게 많이 먹었어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배가 고픕니다.
그럼 찬장을 열어 과자나 빵 혹은 바나나를 꺼내어 먹습니다.
그런데 간사한 혀가 전날에 먹었던 음식을 기억하고 얼마나 음식을 거절하는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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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유원지에 있던 간판이 생각났습니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야생동물들이 온갖 양념으로 맛을 낸 자극적인 음식에 맛을 들이면 자기들이 그동안 먹던 먹이는 밍밍해서 못 먹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자연을 떠나 사람 주위만 빙빙 돌게 되겠지요.
그래서 간판에 그런 글을 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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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야생동물하고 똑같은 신세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빵을 뜯어먹기 전에 전화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잘못하면 밥을 또 두 번 먹게 되니까요.
지난번에는 어떤 집에서 밥을 국그릇으로 세 번이나 먹었습니다.
배가 부른 게 아니라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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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무슨 조치를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도 간판에다 뭔가를 써서 문 앞에 붙여놓을지 모릅니다.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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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야생목사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주시려면 계속 주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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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5. 수. 앤드류스에 홀로 산지 며칠이 못되어 외로움에 지친 최종오 올림.
이건 나한텐 하나도 안 웃기는 얘긴데... 채빈님의 독해능력에 문제가 생기신건 아니신가요? 나를 불쌍히 보셔야죠. 혼자 살자니 너무 처량하고 사람들하고 어울리자니 살찌는 소리가 막 들리고... 제가 살쪘는지 어떻게 아는지 아세요? 주먹을 쥘 때 손에 뭔가 잔뜩 잡히는 느낌이 들 때 압니다. 지금이 딱 그럽니다. 손이 거의 야구공같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