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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표층" "심층"이냐 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대해 불분명하게 느끼거나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제 책 <종교, 심층을 보다>의 앞부분 일부와 후기를 퍼옵니다.  지금 이 게시판에서 논의되는 문제나 우리 주위에서 보는 종교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감부탁합니다.  (쌩욕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

(전략)

 

제가 평생을 비교종교학 전공자로 살면서 세계종교들을 연구해보고 얻은 결론 비슷한 것은 세계 거의 모든 종교에 표층表層이 있고 심층深層이 있다는,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러면서도 지극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기독교에도, 불교에도, 힌두교에도, 이슬람교에도, 유교에도 모두 표층과 심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어느 종교에서나 일반적으로 표층이 심층보다 상대적으로 더 두꺼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종교 전통에 따라 어느 종교는 표층이 심층보다 어느 정도 더 두껍고, 어느 종교는 표층이 심층보다 압도적으로 더 두꺼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종교는 표층과 심층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표층 종교와 심층 종교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차이를 수십 가지로 열거할 수도 있지만 가장 뚜렷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만 손꼽아봅니다.

 

첫째,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표층 종교가 변화되지 않은 지금의 나, 다석 류영모 선생님의 용어를 빌리면 ‘몸나’, ‘제나’를 잘되게 하려고 애쓰는 데에 반하여, 심층 종교는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나를 죽여 새로운 나, 즉 ‘참나’, ‘큰나’, ‘얼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강조합니다. 교회나 절에 다니는 것, 헌금이나 시주를 바치는 것, 열심히 기도하는 것 등도 표층 종교에 속한 사람들은 그것으로 내가 복을 많이 받아 이 땅에서 병들지 않고 돈도 많이 벌어 남 보란 듯 살고 죽어서도 지금의 내가 그대로 어디에 가서 영생 복락을 누릴 것을 염두에 둡니다. 그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심층 종교에 속한 사람들은 그런 일을 내 욕심을 줄여가고, 나 자신을 부인하고, 나아가 남을 생각하기 위한 정신적 연습이나 훈련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표층 종교는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심층 종교는 ‘깨달음’을 중요시합니다. 표층 종교에서는 자기 종교에서 주어진 교리나 율법을 무조건 받아들이고 따르면 거기에 따른 보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층 종교에서는 지금의 나를 얽매고 있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금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나로 태어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깨달음을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깁니다. 모든 종교적인 의례나 활동도 이런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깨달음을 좀 거창한 말로 표현하면 ‘의식의 변화’ 또는 ‘주객초월적 의식의 획득’이나 ‘특수인식능력特殊認識能力의 활성화活性化’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있을 때 진정한 해방과 자유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셋째, 표층 종교는 ‘신은 하늘에 있고 인간은 땅에 있다’는 식으로 신과 나 사이에 ‘영원한 심연’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과 인간이 관계를 맺으려면 신이 그 심연을 뛰어 넘어 인간에게로 오거나 인간이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쳐야 된다고 믿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신의 초월超越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심층 종교는 신이 내 밖에도 계시지만 내 안에도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신의 초월과 동시에 내재內在를 주장하는데, 이를 좀 어려운 말로 해서 ‘범재신론凡在神論․panentheism’의 입장이라 합니다.

 

넷째, 위의 셋째 차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입니다만, 표층 종교에서는 신이 ‘저 위에’ 계시기 때문에 자연히 신을 내 밖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심층 종교에서는 신이 내 속에 있고, 이렇게 내 속에 있는 신이 나의 진정한 나, 참나를 이루고 있기에 신을 찾는 것과 참나를 찾는 것이 결국은 같은 것이라 봅니다. 이런 생각을 연장하면 신과 나와 내 이웃, 우주가 모두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히 내 스스로도 늠름하고 의연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고 내 이웃도 하늘 모시듯 하는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다섯째, 의식의 변화를 통해, 깨침을 통해, 내 속에 있는 신을 발견하는 일, 참나를 찾는 일 등의 이런 경험은 너무나 엄청나고 놀라워서 도저히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표현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상징적symbolical’ ‘은유적metaphorical’, ‘유추적analogical'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말은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경험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런 엄청난 경험은 이런 보통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심층 종교의 사람들은 종교 전통에서 내려오는 경전들의 표피적인 뜻에 매달리는 ‘문자주의’를 배격합니다. 표층 종교에서 경전을 ‘문자대로’ ‘기록된 대로’ ‘그대로’ 읽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 때 심층 종교는 문자 너머에 있는 ‘속내’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실 모든 종교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표층에서 시작합니다. 시대적으로도 역시 특별한 경우를 예외로 하고 옛날에는 이런 표층 종교인들이 절대다수를 이루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많은 종교인들이 개인적으로도 머리가 커졌고, 시대적으로도 인지가 고도로 발달하고 여러 가지 문화 환경도 급격히 변화된 상태라 위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표층적 종교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40이 되었는데 아직도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굴뚝을 쑤신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병이 나면 병원에 가고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종교를 이렇게 병이나 고치고 돈이나 벌게 해주는 등 개인적, 집단적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마술 방망이쯤으로 생각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면 이제 종교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인가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떠나는 것은 대부분 표층적인 종교가 종교의 전부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종교에서 심층 차원을 찾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것은 이런 심층 차원이 가져다줄 수 있는 시원함입니다. 종교의 이런 ‘심층’ 차원을 종교사에서 보통 쓰는 말로 바꾸면 ‘신비주의神秘主義․mysticism’입니다.

 

‘신비주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기 쉽습니다. 그것은 ‘신비주의’라는 말의 모호성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 신비주의라는 말 대신 ‘영성’이라든가,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창안한 ‘영속철학perennial philosophy’이라는 말을 쓰는 이도 있고 ‘현교적顯敎的․exoteric’ 차원과 대조하여 ‘비교적秘敎的․esoteric’ 차원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아리송함을 덜기 위해 독일어에서는 신비주의와 관련하여 두 가지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뜻으로서의 신비주의를 ‘Mystismus’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영매, 육체 이탈, 점성술, 마술, 천리안 등 초자연현상이나 그리스도교 부흥회에서 흔히 발견되는 열광적 흥분, 신유체험 등과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이거나 거기에 관여하는 사람을 ‘Mystizist’라 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종교의 가장 깊은 면,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순수한 종교적 체험을 목표로 하는 신비주의는 ‘Mystik’이라 하고 이와 관계되거나 이런 일을 경험하는 사람을 ‘Mystiker’라 합니다.

 

신비주의에 대한 정의로 중세 이후 많이 쓰이던 ‘cognitio Dei experimentalis’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을 체험적으로 인식하기’이며, 하느님, 절대자, 궁극 실재를 몸소 아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안다’고 하는 것은 이론이나 추론이나 개념이나 논리나 교설이나 문자를 통하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권위 있는 말을 믿는 믿음을 통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영적인 눈이 열림을 통해, 나 자신의 내면적 깨달음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체험적으로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종교에서 이런 신비주의적 요소가 없는 종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라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신비주의’라는 말이 거슬린다고 생각하면 일단 그것을 우리가 여기서 하는 것처럼 ‘심층 종교’라 부르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20세기 가톨릭 최대의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1904~1984년)는 “미래의 그리스도인은 신비주의자mystic가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되고 말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독일 신학자로서 미국 뉴욕에 있는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오래 가르친 도로테 죌레Dorthee Soelle(1929~2003년)도 최근에 펴낸 <신비와 저항>이라는 책에서 신비주의 체험이 역사적으로 특수한 몇몇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무엇이 아니라 이제 더욱 많은 사람에게서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른바 ‘신비주의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mysticism’, 대중화를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이 두 대가들이 거론하는 ‘신비주의’라는 말은 물론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신비주의’가 아니라 여러 종교 전통을 관통해서 흐르는 종교의 가장 깊은 ‘심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스승들의 구체적인 삶과 가르침을 알아가다 보면 자연히 위와 같은 특징들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금 이런 복잡한 이야기가 껄끄러우시거나 이해하기 곤란하다고 생각되시면 그대로 지나가시고 크게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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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세계 종교사에서 심층종교에 접한 사람 60명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서 심층종교를 통섭한 분으로 류영모/함석헌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지요.  끝으로 <닫는 글 - 남기는 화두>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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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횃불을 들어준 인류의 스승들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살핌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하나는 종교라는 이름의 같은 지붕 아래 지금의 나를 위하는 데 신명을 바치는 자기중심주의적이고 기복적이고 미성숙한 표층 종교가 있고, 이와 대조적으로 정신적 눈뜸을 통해 지금의 내가 우리가 받들어야 할 궁극 실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므로 큰나, 참나, 얼나를 발견함을 궁극 목표로 삼는 심층 종교가 병존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이런 엄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살펴보게 됩니다. 우리는 아직 표층 종교에 속한 사람인가, 이제 심층 종교에 속하는 사람인가? 아직 심층 종교에 속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심층 종교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차원으로 우리의 눈을 돌리려 하는가, 아니면 아직도 표층 종교를 고집하면서 심층 차원의 종교 자체를 부정하고 그런 차원에 속하거나 그런 차원에 이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정죄하고 욕하는 사람 쪽에 서 있는가?

 

이것을 필자가 이 책을 끝맺으면서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화두(話頭)로 받아주시기 바라며 이제 컴퓨터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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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뒤숭숭 2011.06.27 19:35

    빈배 님의 글을 읽고 질문을 드립니다.

     

    1. 심층, 표층이 각 종교마다 있다고 하셨는데 재림교인이 표층에서 심층으로 가는데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은 무엇일까요? 빈배 님의 관찰을 토대로 답을 듣고 싶습니다.

     

    2. 종교마다 특징들이 있는데 심층 비율이 제일 높은 종교는 무엇일까요? 역시 빈배 님의 입장에서 주시는 답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3. 심층으로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재림교인인데 저 역시 소위 '심층'으로 가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 ?
    빈배 2011.06.28 03:49

    구체적인 질문 감사합니다.

    구체적으로 질문하셨으니 구체적으로 답해봅니다.

     

    1.  불리한 점은 아직도 많은 재림교인들이 문자주의를 고집하고 있고 그것을 마치 성경을 잘 믿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종교에서 가장 치명적 오류는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한 점은 화잇의 경우 종교적 체험을 중시하였다는 것입니다.

        화잇의 체험 자체는, 전에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심층 종교적 차원이라 봅니다.  이런 선례를 따라

        재림교인도 종교적 체험을 교리나 이론보다 중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2.  제 개인적인 관찰로 볼 때 서양에서는 퀘이커교, 동양에서는 도가 사상, 한국에서는 동학이라 봅니다.

        퀘이커리즘에 대해서는 <기독교사상> 6월호 정진석 박사의 글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3.  심층으로 가는 방법은 각 종교 전통마다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림교회에서는 <Steps to Christ> 같은 것일 수 있겠지요.

        어느 전통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금의 내가 죽은 것" "나를 비우는 것"입니다.  기도나 헌금이나 사회봉사를 통해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그것으로 지금의 내가 잘 되겠다고, 잘 되었다고, 어디 가서도 잘 살 것이라고 하는 것은 표층종교의 전형적 모습입니다. 

       기도나 헌금이나 사회봉사를 지금의 나를 죽이고 나를 비우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심층으로 들어가는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겠지요.

      

      

  • ?
    cogito 2011.06.28 05:01

    질문도 감사하고 답변도 감사합니다.

    특히 2번 질문과 대답은 앞으로 제가 정진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답인 것 같습니다...

  • ?
    빈배 2011.06.28 22:28

    cogito 님, 2번 중 어느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 퀘이커교 창시자 조지 폭스에 대한 글 올릴께요.

  • ?
    cogito 2011.06.28 23:43

    어쩜 이렇게....^^

    순서대로 조금씩이나마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통력도 있으신 모양입니다....ㅋ

    기도 응답이라 하기도 멋적고~~

  • ?
    뒤숭숭 2011.06.28 21:00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주신 답변들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퀘이커리즘에 대한 잡지 글도  읽어보겠습니다.

    저는 재림 교인으로 깊이 있는 신앙인이 되려고 기도도 하고 성경도 보고 봉사도 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종교학자이신 빈배 님은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시는지요.  

    실례가 안 된다면 솔직한 고백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빈배 님 개인의 방법을 물었지만  단지 종교인이 아닌 종교학자들은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군요.

  • ?
    빈배 2011.06.28 22:08

    다시 뒤숭숭하게 해 드린 것 아닌가 염려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하실 것이 있습니다.

    종교학자는 "나를 따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일은 종교인들이 하는 것입니다.

    종교학자는 그저 종교사에 나타난 종교적 인물들을 연구하고 그들의 종교성이 어떤 것인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들의 가르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들의 가르침을 다른 전통의 가르침과 비교하면 무엇이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지  등의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려 할 따름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종교학자는 어느 면에서 축구 해설자와 비슷합니다.

    축구선수들, 그들의 기술, 그들이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끼치는 영향, 축구의 역사,

    훌륭한 축구선수들의 공통적 기술 등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이 주된 업무입니다.

    물론 축구해설가 중에 축구를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박지성은 아니지요.

     

    말씀하신대로 종교학자는 각자 자기나름대로의 종교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리학을 가르치는 제 동료 유대인 교수는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합니다. 

    예수전을 가르치는 한 동료는 스스로를 마르크스 주의자라 공언합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도 있고, 불교인도 있고, 힌두교인도....  그러나 종교연구를 자기 자신의

    신앙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 않지요.  이른바 non-confessional 태도입니다.

     

    그러니 종교학자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단 그들이 말해주는 역사적/과학적 연구 성과를 기초로 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의 신앙을 의미 있게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종교학의 역할에 관해서는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후반부에 좀 더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지요.

    길어져 이만 그칩니다. 

     

    (퀘이커교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하시니, 또 Cogito 님도 2번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니,  퀘이커교의 창시자 조지 폭스에 대해 쓴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심층이 무엇인지 더욱 뚜렷하게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
    cogito 2011.06.28 23:46

    뒤숭숭님....

    공부하신 것을 좀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도반"의 체험도 제가 공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 ?
    무실 2011.06.28 01:50


    민초에서 빈배님의 글들을 대할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금번에 새로 내 놓으신 책들이 많이 보급이 되어져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바랍니다.


    빈배님이 모든 종교를 대하시듯이 다양한 사람들을 골고루 잘 대해 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항상 배우고 싶은 사람 ( 저를 포함) 들에게

    귀중한 가르침들을 아낌없이 전하려고 하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맙습니다.


    남겨주신 화두인 심층에 대한 이야기가 이 누리에도 또 한국에도 많이 울리고 대화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빈배 2011.06.28 03:57

    무실님, 좋은 말씀으로 격려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민초에 글을 올리는 것은 무실님 같은 분들, 그리고 침묵하는 여러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깡으로 욕하는 분들이나 빈정거리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민철님이 지적한 것처럼 아무런 내용 없이 무조건 욕하는 댓글은 관리자님이 잘 처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유게시판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곳이지 자유롭게 욕하라는 곳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무실님의 건필을 빕니다.

  • ?
    최창규 2011.06.28 06:19

    생깡도 표층이라 그리 먼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속 상하시더라도 심층으로 바라보시지요

     

    지난주 함선생님기념사업회에서 김진목사의 아쉬람공동체 이야기 듣고 왔습니다.

    어려운 학문 용기있게 평생 일궈낸 노작에 경의를 표합니다.

    가끔 들리는 곳에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시길 빕니다. 최창규 ius358@hanmail.net

     

  • ?
    빈배 2011.06.28 22:26

    김진 목사를 만나셨군요.  저도 잘 알지요.

    그분이 쓴 몇 가지 책에 제가 추천사를 썼습니다.

    최근에 나온 <통짜로 예수 읽기>는 아주 훌륭합니다.

    얼마 전에 나온 책은 제목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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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9 자전거를 위한 기도. 10 서초타운 2012.04.24 1773
12348 나를 정말로 웃게 만드는 것들 3 강철호 2011.10.07 1773
12347 거기서 나오라. 베네통과 홍세화 베네통 2011.05.09 1773
12346 前수서서장 "국정원 중간수사 발표 문제 있다" 국가걱정원 2013.09.17 1772
12345 자살과 타살 2 로산 2012.08.20 1772
12344 “민주·언론자유 후퇴… 서민 고통… 한국은 4·19혁명 전야 같다” 2 정론직필 2012.04.18 1772
12343 태초에 키스가 있었다-퍼온글 3 로산 2011.06.04 1772
12342 꽃 피는 봄이 오면 - 이채 2 file 1.5세 2011.03.01 1772
12341 예의 없는 것들 - 이런 우리 맴을 갸들은 알랑가몰러? 2 아기자기 2013.05.25 1771
12340 우리 신앙의 수치심에서 로산 2013.03.31 1771
12339 최인님과 또 다른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생각나는 노래하나 10 무시기 2013.01.07 1771
12338 물 한잔(3) 흰까치 2012.08.05 1771
12337 이북방송 입니다. 동무 2012.03.25 1771
12336 '잃어버린 MB의 5년'을 되돌리려면… 6 로산 2012.03.22 1771
12335 석탄일 아침에 1 로산 2011.05.09 1771
12334 남쪽나라 교인들을 지지한다 11 무사만루 2013.05.25 1770
12333 광야지기 인사드립니다. 3 광야지기 2011.09.28 1770
12332 아무리 그놈(분)이 그놈(분)이라지만... 4 김주영 2011.01.29 1770
12331 하나님의 젖가슴 김원일 2013.06.20 1769
12330 교회는 호텔로 구원은 번영으로 교인은 동전으로! 아기자기 2013.05.30 1769
12329 고 신계훈 목사님 12 박희관 2012.11.09 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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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7 삼성 美서 동물학대 광고 논란 사성 2012.11.19 1768
12326 빈배님의 "예수 팔아먹는 사람들" 을 읽고... 1 student 2011.09.29 1768
12325 우리가 ‘개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 6 꼴통 2013.09.09 1767
12324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날치기 되자 팔짱 끼고 웃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독도 2012.05.22 1767
12323 만들어진 간첩인가? 11 로산 2012.05.03 1767
12322 어디 가서 제발 안식일교인이라고 하지 말아라! 9 김주영 2011.01.19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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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8 이 아이가 눈을 싫어하는 이유 1 아기자기 2013.11.22 1766
12317 문명의 기로에 선 초기 기독교 - 안연희 백근철 2013.08.22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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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5 꼴통들 니들이 게맛을 알아? 니들이 빨갱이가 어떤 놈인지를 알아? 7 김균 2013.06.27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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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9 1 정태국 2012.01.23 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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