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기꾼이냐 종교 장사꾼이냐 -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

by 빈배 posted Jul 03, 2011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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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로산님이 <중교 사기꾼>이라는 글을 올리셨군요.

이 글을 보고 제가 30여년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예수가 외면한 그 한가지 질문>>이라는 책에 포함된 것인데, 여기 옮겨 봅니다.

최근 정양모 신부님을 만났는데 (제 책, <<종교, 심층을 보다>>에 추천사를 써주신 분입니다.)

그분이 최근에 쓴 책 제목이 <<내 글 보고 내가 웃는다 >>는 것입니다.

제가 쓴 글을 보니 저도 웃음이 나네요.  제가 쓴 것을 보니 종교 사기꾼이라는 말보다

<종교 장사꾼>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씁쓸한 현실입니다.  아직도 사기꾼인지 장사꾼인지가 설치는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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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허상과 실상으로서의 종교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물에 빠진 사람은 아무 것도 의지할 데가 없으므로 옆에 지푸라기가 떠 있으면 그것이라도 잡으려 한다는 뜻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멀리 호수 한복판에서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마침 그 옆에 떠 있는 한 올의 지푸라기를 잡으려 애를 쓰고 있다고 하자.

물가에 섰던 사람은 수영도 할 줄 모르고, 배도 없고, 정말 어떻게 달리 해볼 길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이럴 경우 그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게 놓아둘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닌 줄은 알지만 큰소리를 치며 헛된 짓이라고 나무랄 수가 없다.

최후 순간의 그 애처로운 희망마저 짓눌러 꺼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를 잡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그 순간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또 그 희망 때문에 그만큼 생명을 더 연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푸라기 장사

 

그러나 좀 극단적인 예긴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의 절망적인 극한 상황을 악용하여 전문적으로

지푸라기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지푸라기라도 찾는 사람에게

그 옆에 서서 지푸라기를 흔들며 사지 않겠느냐고 한다. 자기 멋대로 값을 부른다. 물에 빠진 사람은

값을 흥정하고 말고 할 여유가 없다. 자기 뒷마당 어디에 얼마 큼의 보물을 감추어두었고,

집안 어디에 땅문서, 집문서를 숨겨뒀는데 이런 것들을 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지푸라기 장수는

이런 정보와 약속을 받아낸 다음 자기가 팔겠다고 한 지푸라기 한 올을 던져주고 곧장 물에 빠진 사람이 말한 보물들, 땅문서를 찾으러 간다.

 

이런 사업에 재미가 들린 이 지푸라기 장수는 매일, 매주 지푸라기를 들고 물에 빠진 사람이 없나

살피면서 물가를 서성거린다. 물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혼자만으로 벅차면 다른 '세일즈맨'들을

모집하여 적당히 지푸라기 판매의 테크닉을 가르치고 다같이 나가 여기저기 고객을 찾아 배회한다. 정말 기막힐 노릇이다.

 

그러나 더욱 가공할 일은, 이렇게 지푸라기 판매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니는

세일즈맨은 허우적거리는 사람 바로 뒤에 큰 나뭇가지가 늘어져 있는 것을 봐도 뒤로 돌아

그것을 잡으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만 보면 무조건 눈앞에

지푸라기를 흔들면서 그로 하여금 지푸라기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믿게 한다. 그렇게 장삿속을 차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푸라기 장수는 물에 빠진 사람이 만족할 만큼 많지 않아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함정을 판다든가 사람들을 유인하여 물에 빠지게 해놓고 눈앞에 지푸라기를 흔들어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래도 고객이 모자란다고 생각되면 이들 세일즈맨은 길가는 사람을 붙들고

나중에 물에 빠질 때 필요할 테니 미리 지푸라기를 사두라면서 강매하는가 하면, 행인이 뜸하면

집집마다 찾아가 집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지푸라기를 판다.

 

참된 종교라면, 지푸라기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믿고 그것에만 집착하려는

사람에게 지푸라기에 대한 집념을 버리게 하고, 찬송가의 내용처럼 확고한 '생명줄'을 던져

그것을 붙잡도록 일깨우고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상을 깨버리고 실상을, 참다운 실재를 보도록 하는 종교가 참된 종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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