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경님, 포스터 음악이 바로 그 당시의 대중가요(유행가)였습니다.

by 음악사랑 posted Nov 23, 2010 Likes 0 Replies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재경님, 포스터 음악이 바로 그 당시의 대중가요(유행가)였습니다.

 

세속노래 중에서도 맑고 깨끗하고 단순한 노래들
예를 들면 포스터 작곡 [올드 블랙 죠] 나 [스와니 강]
등은 그대로 콘트라팍투어 하여 성가 가사를 붙이면
찬미가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감리교 찬송가에 [올드 블랙 죠]가락을 콘트라팍투어 하여

" 내 모든 죄 나를 얽어맸으나 저 구세주 나를 풀어주셨고
내 지은 죄 주홍 빛과 같아도 내 주의 피가 나를 희게 씻었네 ."  
 
라는 가사로 수록한 적이 있다는 증언은 귀중한 한국교회음악사의 한 장면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스티븐 포스터는 기독교인으로 살지 않았고
재림교인은 더우기 아니었습니다.
음주벽.방랑벽으로 자기 가정을 돌보지 않고 떠돌다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객사 요절한 비운의 천재입니다.

200여곡의 노래를 작사 작곡 하였으나 성가는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고
교회음악에 별 관심이 없던 분입니다.

 

그런데

조재경 님같이 철저히 보수적인 분 조차도
포스터의 음악을 성가로 수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을까요?

 

그 이유는 포스터 노래의 음악적 특징이
현행 찬미가의 주종을 이루는 19세기 영미 찬송가(Hymn)와 동일하다는 데 있습니다.

 

[19세기 영미 찬송가의 음악적 특징]

1.선율의 진행
주로 순차진행이나 자주 3도 도약, 그리고 가끔 5도 이상의 도약진행

 

2.리듬 패턴
정박(4분음표)패턴 보다는 분할박(점4분 + 8분, 혹은 8분+8분)선호
가끔 당김음(싱코페이션)으로 장식

 

3.화성 패턴
I(으뜸화음, 도미솔), IV(버금딸림화음, 파라도), V도(딸림화음, 솔시레)
이상 주요 3화음만을 주로 사용한 단순한 화성 패턴.

 

4.악식론적(음악형식) 특징

두도막 형식

A - A` -  B - A`

 

위와 같이 단지 음악적인 측면만을 본다면
포스터의 노래를 포함한 19세기 영미 대중가요의 음악적 특징은
19세기 영미 찬송가의 음악적 특징과 동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터의 노래에 성가가사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입니다.

 

19세기 주류 음악계는 낭만파의 시대였습니다.
베버, 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바그너, 비제, 브람스, 차이콮스키 등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서유럽 주류 음악계를 주름잡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음악계에서 변방으로 취급되던 영국과 미국에서는
포스터, 스콧, 비숍 등이
오 수재너
애니 로리
즐거운 나의 집
언덕 위의 집
등의 대중가요(유행가)를 작곡하며
민중의 삶과 애환을 노래하였는데


이들의 작품들이 19세기 영미 찬송가의 음악적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기에
찬송가로 콘트라팍투어 하여도 거부감이 없는 것이며
특히
애니 로리를 콘트라팍투어 한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찬송은
한국에서 애창 찬송가 순위에서 항상 수위를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영미 찬송가는 그 도입 초기부터 교회의 전폭적 지지 속에 수용되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조재경님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있어왔습니다.

 

19세기 영미 찬송가의 비조는 18세기 영미찬송가의 창시자 아이삭 와츠와 찰스 웨슬레입니다.
18세기 교회음악, 즉
찬송가(Hymn)가 지어지기 전의 영미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음악(시편성가)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18세기 영미 프로테스탄트 교회음악(시편성가)의 특징]
1.선율의 진행
철저히 순차진행이었습니다.
도약진행은 간간이 허용되었으나 3도를 벗어나는 도약은 금기시 되었습니다.
 
2.리듬패턴
정박(4분음표)만의 나열이 주종을 이루었으며
분할박(점사분 + 8분, 혹은 8분 + 8분)은 금기시 되었습니다.

 

3.화성 패턴
그 당시 교회음악은 단선율(Monophony), 즉 화성이 없는 멜로디만의 제창(Unison)이었습니다.
게다가 교회에서의 악기 사용 역시 금기시 되었으므로
무반주 아카펠라 제창, 다시 말해서 천주교식 그레고리안 찬트와 비슷한
단순한 시편성가들만이 교회음악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4.성가의 가사
그 당시의 성가를 [시편성가]라고 부르는 이유는
성가의 가사는 오직 시편의 성경절을 일점일획도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하였으며
새로운 가사의 창작을 금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와츠와 웨슬레는 이러한 [전통적인] 성가들이 회중에게 음악적으로 깊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 밖에서 널리 불려지는 대중가요(유행가)의 가락을 콘트라팍투어 하거나
대중가요의 음악적 특징을 지니는 노래들을 작곡하여
찬송가(Hymn)라는 새로운 장르의 교회음악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와츠와 웨슬레의 찬송가 중 대표작은 아래와 같습니다.
만 입이 내게 있으면(O for a thousand tongues to sing)
웬 말인가 나를 위해(Alas, and did my saviour bleed)
만왕의 왕 내 주께서(영어 제목 상동)
주님이 지신 십자가(When I survey the wondrous cross)

 

오늘날 누군가가 위의 찬송들을 가리켜
"경박하고 시끄럽고 정신을 혼란하게 한다.
가사만 성가일 뿐, 세속 유행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라고 한다면
별로 광범위한 지지와 동의를 얻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짐작하시다시피
이렇게 새로 교회안에 도입된 찬송가(Hymn)는
기존의 단순하고 무거운 시편성가에 익숙한 보수적인 인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은 와츠와 웨슬레의 찬송가에 대해 이렇게 혹평하였습니다.

"경박하고 시끄럽고 정신을 혼란하게 한다.
가사만 성가일 뿐, 세속 유행가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게다가 성가의 가사는 오로지 시편의 구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교회의 전통인데
감히 자기 마음대로 가사를 작사하는 것은
교회의 전통(Tradition)을 허무는 것이며,
따라서 정통(Orthodox)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 교회안에 도입될 때마다
언제나 일어났던 일입니다.

 

역사의 패턴은 반복됩니다.

 

도입 초기에 그렇게 격렬한 반대를 받았던 찬송가(Hymn)!
그러나 지금은 교회음악 하면 으레 찬송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도입 초기에 그렇게 격렬한 반대를 받았던 복음성가(Gospel)!
그러나 지금은 초보수 몇몇 분들 빼고는 복음성가를 반대하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상당한 반대를 받고 있는 동시대적기독교음악(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


아마도 여러 세대가 흐르면
찬송가가 받아들여졌던 것처럼
그리고 복음성가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처럼
CCM도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역사의 패턴은 반복되니까요.


Articles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