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스 박사님 조심하세요 - 산골 할머니와 앤드류스 박사님

by 빈배 posted Jul 11, 2011 Likes 0 Replies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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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밑에 cogito 님이 쓰신 글에  "바보"라는 필명을 가지신 분이

다음과 같은 댓글을 올렸습니다.  이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 생각되어

여기 별도로 그 문제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바보님, 절대 바보님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문제를 제기해 주셨기에 그 문제를 좀 더

분명히 하고 넘어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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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1 04:17:27
바보

무식한 산골  한 할머니의 지식은 

앤드류스 박사님의 지식에 비교하여 형편없이 얇지만,

진실한 산골 할머니의 신앙은 신학박사 보다 깊습니다.

진실한 신앙은 마음을 울리지만 

많은 지식은 귀에 만 울리는 꽹과리 소리와 같습니다. 

박사의 지식보다 진심어린 산골 할머니의 믿음을 갖고 싶습니다.

그래요 저는 바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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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산골 할머니의 신앙이 앤드류스 신학박사의 신앙보다 더 깊을 수 있다고 했는데,

어느 면에서는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앤드류스 신학박사님의 신앙이

산골 할머니보다 더 깊을 수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일 수 있습니다.

 

신앙의 깊이가 일률적으로 무식이냐 유식이냐로 저울질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가 한국 산골에 살던 미국 앤드류스 대학에서 가르치던

중요한 것은 "나를 위한 신앙이냐" "남을 위한 신앙이냐"하는 것에 따라

표층신앙, 심층신앙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입니다.

 

산골 할머니가 진정으로 예수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자기를 잊어버린 상태"로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너그럽고 아름다운 삶을 산다면 그는 깊은 신앙을 가진 분일 수 있고,

동시에 자기와 자기 식구의 육체적, 물질적 이해관계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가득하여

예수 믿는 것을 오로지 자기의 이런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믿는다면

그가 아무리 산골에 살아도 아직 표층신앙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이런 신앙을

깊은 신앙, 본받아야햐 할 신앙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앤드류스 신학박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거기 살고 많이 배웠다는

사실 하나로 깊은 신앙을 가질 수 없다고 할 수가 없지요. 여기서도 그의 신앙이

자기 중심적이냐 신 혹은 타인 중심적이냐로 판가름 되어야 하겠지요.

 

우리는 흔히 시골 할머니의 신앙이 더 순수하다는 말을 하고 이것을

당연시 여기는데, 만약 생래적 무지를 훈장처럼 여기며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왜 다니고

안식일마다 과정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무반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잘못된 지식을 버리고 진실에 가까운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요?

 

<도덕경> 2장에 "사람들을 무지하게 하십시오"(使民無知)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쓴 도덕경 풀이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의식에서 나온 분별지를 없애야 한다는 뜻이라 풉니다. 

이런 분별지를 없앤 상태로서의 "무지"는 일상적 지식을 넘어서는 초특급 지혜라 할 수 있지요.

이런 무지를 중세 신비주의자 쿠자누스는 "박학한 무지(doctoa ignorantia)"라 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도통한 사람들이 스스로를 바보라 하는 것은 이런 의미일 수 있습니다.

여기 필명을 "바보"라 하신 분도 이런 경지에 도달하셨는지 모르겠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배움이나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꼭 무슨 고등교육이나 학위를 따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시골 할머니도 물론 시골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배움을 얻었을 수 있겠지요.

어쨋든 영적 성장의 길에서, 가만히 있어서는 거기에 도달할 확률이 극히 적다고 보아야 합니다.

깊은 신앙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져주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노력 없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너무 요약하느라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만,  힘드시면 그냥 지냐가셔도 좋습니다.)

 

흔히 신앙이 이성을 무시하는 차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신앙은 이성에 못미치거나 이성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contra ratio (against reason)이 아니라 supra ratio (above, beyond reason)

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부추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앤드류스 박사님들, 이제 안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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