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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배님, 오랜만에 글을 드립니다.


빈배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흔히 신앙이 이성을 무시하는 차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신앙은 이성에 못미치거나 이성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contra ratio (against reason)이 아니라 supra ratio (above, beyond reason)

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를 부추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신앙이 반지성주의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성을 넘어서는 것"(above, beyond reason)에 대하여서는 단어의 뜻은 알듯합니다만,

어떠한 경지인지 혹은 어떠한 경우인지 혹은 구체적으로 어떻한 상태를 묘사하는 의미인지가 궁금합니다.


인문과학에 문외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종식드림



  • ?
    빈배 2011.07.12 06:48

    김종식님,

    네, 오랜만이네요.  지금은 아틀란타인가로 이사가셨다면서요?

    말씀하신대로 "자세한 설명"을 해야 하겠지만, 일단은

    제가  이 게시판 6월 16일자에 올렸던 글을 다시 한 번 차근히 읽어주시고 그래도

    의문되시면 다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글이 질문하신 것이나

    제가 밑에 쓴 것과 직접 관련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지성/이성에 못 미쳐도 안 되지만 지성에만 머물러 있어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유영모 함석헌 선생님의 경우 지성을 넘어서는 경지에 이를  때까지 치열하게 정진을 했지요.

     

    계속적인 정진을 빕니다.

    ===

    [생명의 窓] 지성의 한계를 넘어

     

     

    지성(知性)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은 지성에 한계가 있다고 하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성이 지성을 발휘하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오만(휴브리스)을 보게 되었다고 할까? 아무튼 지성이 자기의 한계성을 절감한다는 것은 지성으로서 최고 경지에 이른 것이다.

     

    선(禪)불교의 임제종(臨濟宗) 계통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성으로 사물의 진수를 파악하려는 오만을 없애주기 위해 공안(公安)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제자들에게 ‘한 손으로 치는 박수 소리(隻手)’ 같은 문제를 주고, 그것을 지성을 가지고 풀어 보라고 한다. 스승은 ‘문답(問答)’을 통해 제자들에게 그 소리의 특성, 부피, 색깔, 넓이 등을 말해 보라고 윽박지른다.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대답을 하면 야단을 맞고 쫓겨난다. 이렇게 하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지성으로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지성에 대한 우리의 절대적 신뢰를 내려놓을 때 지금껏 지성으로써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실재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지에 이름을 일러 불교에서는 ‘깨우침’이라고 한다.

     

    지성의 한계를 절감할 때 이른바 ‘신앙의 도약(leap of faith)’을 감행하게 된다. 지성의 영역에서 튀어나오게 된다는 뜻이다. 튀어나오게 될 때 어디로 튀느냐, 그 튀는 방향이 중요하다. 쉽게 두 방향으로 나누어 보면, 지성에도 못 미치는 지성 이전 단계로 튀느냐, 지성을 초월하는 지성 다음 단계로 튀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성의 한계 내’에서 자기 나름대로 도출한 어떤 신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자. 지성을 활용하여 내린 결론이 아무래도 찜찜하다. 무신론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유신론이라고 믿을 수도 없다. 이럴 경우, 지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성의 한계성을 인정하게 되었다면 무신론이나 유신론 중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이 둘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여전히 지성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는 지적 작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종교들의 심층에서 신에 대한 이론을 모두 버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신앙은 지성에도 못 미치는 맹신이나 미신이 아니다. 신앙은 지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영어로 ‘against reason’이 아니라 ‘beyond reason’이다. 구체적으로 신을 우리의 기도나 들어주는 신쯤으로 믿는 믿음은 사실 우리의 지성에도 못 미치는 믿음이다. 약간의 지성만 발휘해도 우리가 부탁한다고 특별히 잘 봐주고, 우리가 믿어준다고 특별히 구원해 주는 신이라면 그런 좀생이 같은 신은 우리가 받들 만한 가치가 없는 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인간 아버지도 자녀들 중 자기에게 특별히 잘해 주는 자식만 밥을 주고 나머지는 팽겨쳐 두는 일이 없거늘 하물며 하늘 아버지가 기도를 드리고 안 드리고, 믿고 안 믿고 하는 차이로 자기 자녀들을 그렇게 심히 편애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라. 기도해서 병이 나았다 하는 것은 임상 실험이나 통계 수치와 관계없는 이야기다. 목사가 병이 나서 온 교인이 그를 위해 24시간 ‘릴레이 기도’를 드려도 그 목사가 병이 낫게 될 확률은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다. 영국 애국가에 나오는 대로 “여왕이여 만수무강하소서(Long live the Queen)”하며 모든 영국 국민들이 매일 기도하지만 영국 왕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환자들에게 기도해 준다고 말하는 것이 환자들의 건강에 도리어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발표까지 있다.

     

    지성의 한계를 절감하고 지성의 영역에서 튀어나와 병을 고쳐 주시는 하느님의 품에 자기를 맡기는 일은 지성을 초월한 것이라고 보기보다 지성을 포기한 것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믿음을 가진다면 적어도 유영모 선생이나 함석헌 선생처럼 신을 “없이 계신 이” 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위의 지성인들 중에서 이런 식의 신앙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 ?
    김종식 2011.07.12 11:08

    빈배님,


    제가 6월 16일자 글을 읽지를 못했군요.

    오늘에서야 읽었습니다.


    "지성(知性)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은 지성에 한계가 있다고 하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지성에 한계가 있다고 자각한 후에 그러한 상태(자각한 깨우침)도 마찬가지로 지성의 테두리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요?

    혹 다른 차원에서의 지성이라고나 할까 말입니다. 


    저는 가끔씩 이렇게 말을 하곤 합니다.

    "이 세상에서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은 자신이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모르면서도 그 모르는 사실을 인식못하는 사람들이다."라구요.

    "그러나, 자신이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100% 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많은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라고 제 아이들에게 늘 얘기합니다.


    "지성을 넘어서는 것" 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예 제가 약 5년전 이곳 동남부(South Carolina)로 이사했습니다.


    김종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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