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있는 엄마에게...

by 최종오 posted Jul 12, 2011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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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숨지시기 일주일 전, 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엄마, 나 설교하러 가야 해. 엄마는 부활의 소망이 있지만 내 설교를 들을 사람 중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을 수 있어. 그러니깐...”

 

“그래야지... 내 걱정을 말고 어여 가.”

 

나는 병원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문을 닫고 공항으로 향하려는데 막 거의 닫혀 잠기려는 문틈으로 나는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실낱같이 남은 문틈으로 어머니의 눈길을 본 것입니다.

걱정 말고 가라고 하시고는 정말 가늘디 가는 공간에 비친 아들의 눈을 맞추던 모정...

내 무정한 손은 그 애절한 눈에 문 틈새마저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난 그 문을 수억 만 번도 더 열었습니다.

열어도, 열어도 다시 닫히고 마는 그 문을 나는 지금도 열고 있습니다.

 

자태가 아름답고 고운 분이셨는데...

우리 5남매를 홀로 기르시느라 참 많이도 억세어 지셨습니다.

무슨 일을 하셨던 그 일은 내겐 가장 성스럽고 고귀합니다.

 

어머니는 내가 크는 모습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조그만 빡빡머리 때 그분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죠.

난 내가 그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자식을 낳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나를 어린아이처럼 대하셨습니다.

40을 넘긴 장남인데도...

자식의 성장기를 놓쳐버린 모성이 어머니의 눈을 멀게 해 나를 자꾸 어린아이로 보게 한 것 같습니다.

 

7년 전 오늘, 어머니는 내 곁을 떠나셨습니다.

성장기 모성결핍 증세를 가진 나를 버리고 엄마는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나셨습니다.

 

2011. 7. 12.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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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있는 엄마에게(2004. 7. 12)

 

엄마,

나 종오야.

그러고 보니까 엄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네.

내가 엄마를 못 잊어서 쓰는 거야.

예수님 오시면 그때 읽어봐.

내가 예수님한테 카스다 틀어달라고 할 테니까...

 

엄마,

나 지금 엄마 생각 많이 나.

지금도 어디 살아계실 것 같은데...

 

엄마,

그런데 왜 그렇게 빨리 떠난 거야?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엄마의 엄마도 아직 살아계시는데...

아직도 나 챙겨줄 것도 많이 남았고...

 

엄마,

나 때문에 속 많이 썩었지?

엄마는 좋겠다.

더 이상 나 같은 자식 안 봐서...

맨날 걱정하시더니마는...

 

엄마,

나는 엄마 죽기 전에

손도 만져드리고 싶었고

안아드리고도 싶었고

사랑한다고도 말하고도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가슴이 아파.

내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라,,,

그러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엄마,

엄마랑 헤어질 때

문틈이 실낱같이 남을 때까지 나를 쳐다보셨던 거

너무 생각나서 가슴이 아파.

엄마 죽을 때까지 곁에서 지켜주었어야 했는데...

 

엄마 미안해.

 

엄마,

엄마는 그동안 내게 엄마노릇 정말 잘했다.

예수님 재림할 때

엄마의 평가서를 받으면 내가 100점이라고 써줄 건데...

상장도 줄 거구...

 

**상장**

장기순

귀하는 천하에 불효자식을 만나서 엄마의 의무를 넘치게 완수하였으므로 이 상장을 수여함.

불효자 협회 명예회장 종오가(직인없음)

부상(副賞) : 부활하면 종오와 영원히 같이 살기.

 

엄마한테 한 번도 말 안했던 것

지금 말 할 테니 잘 들어봐.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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