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단단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by 강철호 posted Jul 19, 2011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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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글은 한 번 올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 부터 5년 3개월 전에 친구들에게 쓴 글입니다. 지루하시겠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올리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친구들에게 모든 말을 할 수 없어서 약간 감춘게 있었는데 병원에서 준 약이라는게 몰핀이었습니다. 3시간에 한 번 정도 몰핀을 맞아야만 견딜 정도의 몸상태 입니다. 물론 현재의 몸 상태도 그 때나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 더 나빠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몰핀은 커녕 진통제도 먹지 않고 견딥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글이 신화이고 신의 계시인 것입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화요일 까지 나는 엄청나게 비싼 숙박시설에 묵었었다.

 

그러니까 그 전날 목요일 아이들과 와이프를 데리고 집에서 2시간 쯤 떨어진 몬트레이라고 하는 곳에를 갔다. 몬트레이는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페블비치 골프코스가 있고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수족관이 있는 곳이다. 사실 이곳에 바닷가에 가면 낙시질을 잘 못하는 우리 가족도 고기 몇 마리 정도는 낚을 수 있어 자주 가는 곳인데 이번에는 애들 봄방학을 이용해 몬트레에서 하룻밤, 그리고 미국의 신문재벌이었던 허스트가의 성이 있는 허스트 캐슬 (그 가문의 딸인 패트리샤 허스트가 공생해방군인가 하는 집단에 납치된 후 몇 달 후 신문에 나타났는데, 그들의 복장을 하고 총을 들고 그들의 구호를 외쳤었던 것을 머리 좋은 우리 학형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스톡홀름 신드롬이라 하는 것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아두시고....)을 거쳐 유럽풍의 관광도시 솔뱅에서 하룻밤을 자고 LA를 거쳐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목요일 저녁, 낚시터에 가보니 낚시꾼이 한 명도 없었다. 보나 마나 고기가 없다는 얘기이니 낚시를 해 보려고 했던 꿈은 접고 대신 애들을 데리고 찬 바닷물에 수영을 좀 하고 ( 10분 쯤 들어가 있었는데 정신이 버쩍 나더군) 낚시질 대신 가지고 간 연을 날리기로 했다. 여름이 되면 이곳은 해풍이 세어져서 연을 날리기 좋은 곳인데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관계로 바람이 거의 없었다. 해서 연줄을 들고 뒤로 뛰었는데 그만 넘어져 버린 것 같다. (그 시점을 전 후로 한 1-2분간의 기억이 없다)

 

머리가 띵하기는 했지만 그리 큰 일 같지는 않아 아이들과 같이 더 놀다 저녁이 되어 여관으로 돌아가려 운전을 하는데 앞에 있는 차의 불 빛들이 약간씩 어긋나 보여서 운전을 계속할 수 없었다. 와이프보고 운전을 하라고 하고 여관으로 돌아와서는 하룻밤 자면 괞찬아지려니 하고 잠을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더욱 어긋나서 두 개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ㅎㅎ 마누라도 둘로 보이던데...)  

 

아침에 내 건강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말했더니 잔소리 말고 즉시 응급실로 들어가란다. 짠짠한 휴가 계획을 세워놓으셨는데 응급실로 들어가라니......기분 하고는... 그래도 병원에 가면 큰 문제 아니니 약 몇알 주고 여행을 계속하라고 할 것 같아서 동네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 (사실 미국의 동네 병원이라고 하는 시설이 서울대학병원 시설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데 간호원이 오고, 의사가 오고 지들끼리 수근대더니 옷을 홀랑 벗고 병원옷으로 갈아입으라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체면이 있지.... 홀랑벗지는 말고 빤쓰는 좀 입자고 했더니 그것까지는 봐주겠단다. 그러더니 침대에 눞히더니 피를 뽑고 또 오줌을 누란다. 간호원보고 이보시오 내가 지금 병원에 들어오자 마자 화장실에 다녀와서 오줌이 안나온다고 했더니 뭐 거시기에다 호스를 끼워서 빼 내겠다나? 나 원 참. 의사를 불러 이보시오 문제가 있는 것은 위지 아래가 아니라고 했더니 "좋소, 오줌은 30분 뒤에 받읍시다" 그러더군. 그러더니 나를 침대에 태워 CT scan을 하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scan을 하고 다시 응급실로 데리고 가더군......

 

한데 20분 쯤 뒤에 신경외과 의사가 오더니 나를 즉시 ICU (intensive care unit)로 옮기란다. 뇌 안에 피가 좀 흘렀다는 것이다. 걸어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니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꼼짝말고 침대에 눟워있어" 하는게 아닌가. 나는 ICU가 무엇인가 했더니 한국의 중환자실 정도에 해당된다고 할까?

 

거기에 갔더니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대여섯 있는 것 같은데 당직의사 두명에다 간호원이 1:1 24시간 교대로 옆에 붙어있는 것 아닌가? 내 평생 그런 써비스는 처음 받아봤다. 뭐든 요구하면 10초 내로 들어주더군....

 

그렇게 3일을 거기에 있었다. 그러더니 마지막 날에는 독방으로 옮기는데 이 독방이라는 것이 왠만한 Hotel은 저리가라 이더군. 그렇게 하다 화요일 퇴원을 했다. 휴가가 개 똥이 된 것임은 물론이고...

 

근데 실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서 치료받은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링게루 꼽아놓고, 골치 아픈데 먹으라고 약주고, 혈압 높다고 약주고,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울렁거린다고 하니 또 약주고.. 그리고 매일 한 번씩 세번 CT scan을 했는데 결국 3개의 스캔이 모두 같다나? 그러니 집으로 가서 요양하래요..... 나 원참.....

 

근데 이놈의 병원비가 모르긴 몰라도 한 3만 불은 나왔을 것 같은데 그것은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하겠지.

 

참으로 비싼 휴가 한 번 치뤘다.

 

추신; 여러 학형들을 걱정 안하셔도 된다. 골치야 원래 아픈사람이니 골치 아픈데는 이력이 났고, 내 생년월일, 아들놈들 이름, 그리고 오늘이 4 22일 인 것을 기억하는 것 보니 두뇌 기능에 이상은 없고 콤퓨타 치는 속도도 이전과 다를 것 없고 (내가 콤퓨타를 조금 빨리 치는 이유는 군에 가기 전에 어찌하면 좀 편한 곳으로 가 볼까 하고 타자 학원을 한 달간 다닌 일이 있었지. 결국 뺑뺑이 포병이 되었지만 가끔씩 행정반이 바쁠 때면 가서 타자좀 쳐주고 해서 독수리 타법은 면한 신세다)

 

건강하자, 그리고 하루 하루를 사는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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