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풀빵

by 蠶 修 posted Nov 24, 2010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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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풀빵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는 풀빵 장수 아주머니 때문에
종종 보리자루 파동이 일어났었다.
비오는 날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던 풀빵냄새 덕에
돈 구경 못한 아이들은 궁여지책으로 보릿자루를 들고 달려가야 했다.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이면 어머니는 닭 몇 마리, 마늘, 고추, 참깨 등을 머리에 이고
30 리 흙길을 걸어 장터에 내다 파시고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 오셨다.

바구니엔 언제나 풀빵을 챙기시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풀빵 값이면 버스를 타고도 충분하시겠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풀빵 대신 버스를 선택하신 적이 없으셨다.
8 남매에게 풀빵이 하나씩 돌아가고 간혹 한, 두 개 남을라치면,
나는 아들이라는 특권으로 한 개 정도 더 포개어 주시곤 하셨다.
차갑게 식어버린 풀빵이 그땐 왜 그렇게 맛이 있었을까.
그 풀빵을 먹는 사이 어머니는 부엌에서 찬물로 배를 채우셨다.

해가가면 잊혀 질까, 늙어지면 희미해질까. 손자를 보면 사라질까…  
어머니 그 부르튼 발이 만리심(萬里心)이 되어
5 월의 밤별을 헤이게 합니다.
어머니! 그때 얼마나 배가 고프셨나요?
어머니! 그때 얼마나 다리가 아프셨나요?
어머니! 그때 머리에 이신 짐이 얼마나 무거우셨나요?
늙어 가는 세월 따라 사노라니 그리운 마음에 이렇게 불러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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