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er-by 님이 저 밑에 댓글로 쓴 글이 다른 글들 속에 묻히지 않나 걱정이 되어 여기 다시 퍼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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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종교"만이 인격신을 믿는 최고(最古) 계시종교이며 제종교 위에 놓인 최고(最高) 고등종교라는 발상 자체가 지극히 진화론적 도식입니다.
종교의 순위를 매기고 그 정점에 유대종교를 놓는 것, 그리고 여타 종교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외래적 개념을 가져다가 교리적 난도질을 하는 것,
유대종교의 곁다리를 잡아야만 구원이 있다는 것, 성경 안에만 모든 진리가 다 들어있다는 건 "신앙"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 테러요 제국주의입니다.
일찌기 종교학자 막스 뮐러(Max Müller)는 괴테의 말을 빌어 "하나만 알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He who knows one knows none)"라고 말했죠.
한 노학자로부터 비교론적 시각(comparative perspectives)을 놓치는 순간 국가는 chauvinism으로 가고, 종교는 exclusivism으로 간다고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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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언젠가 막스 뮐러의 이 말을 이 게시판에 소개하려 했는데,
저보다 훨씬 명료하고도 힘있게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껏 거의 기독교 일색인 사회에서 살았던 서양 기독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아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 중에라도 영국 사상가 올더스 헉슬리는 벌써 1920년대에
종교에 대해서는 희랍사람들이나 유대사람들만 생각했다고 여기는 태도를
종교적 "제국주의"라고 질타하기도 했지요.
그건 그렇고 한국 기독교인들의 경우 눈만 약간 돌려도 보이는 이웃 종교 (사실 "우리들의 종교"죠)를 애써 외면하고
"기독교만"이라고 큰 소리 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쓴 것이 <세계종교 둘러보기>와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같은 것입니다.)
말씀하신 폴 닛터의 말을 빌리면 이것은 자기 집 뒷마당이나 파보고 지구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소리치는 지질학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말로 하면 "이불 속에서 활개치는 독불장군"이라 할까요?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안다고 합니다.
내 종교가 훌륭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웃 종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비교종교학의 기본 입장입니다.
일부 목사들이 "불교는 자력종교이고 기독교는 타력종교다"
"기독교를 믿는 나라는 잘 살고 다른 종교를 믿는 나라는 못산다"
"쯔나미는.... 일본 지진은.... 뭐다."
"미국이 잘 사는 것은(잘 사는지 모르겠네요^^) 하느님을 믿고 착한 사람들이
복을 받아서이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에게 내리는 하느님의 벌이다." 하는 등등 엉터리로 설교하는 것을 모아
<일부 엉터리 목사들의 헛소리 열전>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passer-by 님이 해주시든지 저와 합작으로 한 번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밖에 나가면 다 애국자"란 말이 있죠. 그만큼 다른 나라 낯선 문화를 접하게 되면 자신의 문화를 (객관적인 눈으로)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거겠죠.
제가 여기서 본 가장 황당하기 그지없는 건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자신의 "믿음"을 철두철미하게 옹호하던 사람이죠.
한 번쯤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도---그것이 호기심이건 지적 욕구건 간에---있을터인데 "귀 막고 눈 막고" 아예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정말 이건 믿음이 좋은 게 아니라 무지한 것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폐쇄적인 신앙은 순수한 게 아니라 도리어 스스로를
경직시킨다는 사실을 그가 남을 미친듯이 정죄하고 몰아칠 때보면 알 수 있더군요.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앞으로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얻는 게 없어서요.
우선 <일부 엉터리 목사들의 헛소리 열전>은 빈배님이 앞에서 이끌어 주십시요. 저도 힘이 닿는 한 뒤따라가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