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잘 하십시오 재판 말입니다
"곽노현과 후보사퇴 돈거래 약속 없었다. 대가성 일관되게 부인했는데 언론이 왜곡"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나는 검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곽노현 교육감측이 준 돈에 대해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뒤 곽노현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26일 체포되고 29일 구속된 박명기 교수(53)는 이 같이 호소했다고 박 교수 사건을 수임한 이재화 변호사(48)가 7일 오후 < 오마이뉴스 >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박 교수가 대가성을 자백했다'는 기존의 검찰발 언론보도들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가성 자백' 검찰발 언론보도와 상반
이 변호사는 구속 수감된 박 교수를 지난 2일에 이어 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시간 동안 접견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교수가 '자신의 대리인으로 언론에 등장한 A씨의 증언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의 수사, 그리고 보수신문의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며, 오명을 씻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바깥에 말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의 부인 B씨도 이날 저녁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남편 얘기를 들어봤더니 조선, 중앙, 동아일보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고 확인했다.
이 변호사와 한 전화 인터뷰는 7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시간 20여분 동안 진행했다.
-박 교수가 2억 원에 대한 대가성을 자백했다는데, 사실인가?
"박 교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곽 교육감측이 준 돈에 대해 대가성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달라. 진술을 번복한 것인가, 아니면 '대가성'을 줄곧 인정하지 않은 것인가?
"구속 전에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구속 뒤에도 그랬다고 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혀 대가성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가성을 부인한 검찰 조서를 직접 봤나?
"아직 조서를 보지는 못했다. 변호사는 조사 직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수사 과정 속에서 조서 확인을 나중에 하는 것은 어렵다. 나는 지금 박 교수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곽 교육감과 후보 사퇴로 돈 거래 약속 없었다"
-지난해 5월 19일 이면합의에 따라 후보를 사퇴하고, 이를 근거로 곽 교육감에게 대가를 요구했다는 게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언론에 나오는 건 사실과 다른 게 많다. 박 교수가 곽 교육감과 후보 사퇴를 대가로 돈을 받기로 한 약속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실무자들끼리 이야기 한 것도 후보 사퇴 대가가 아니고 선거 비용 보전 문제였다는 것이다."
-선의로 돈을 지원했다는 게 곽 교육감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곽 교육감이 직접 주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비 보전 차원에서 여럿이 주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다. 선거비 문제로 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는 것은 양쪽의 실무자가 얘기한 내용을 곽 교육감이 언제 알았느냐는 것이다.
"우선 박 교수가 곽 교육감 측을 협박한 적은 없다고 한다. 선거 빚으로 힘이 들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했다는 말을 들었다. 박 교수도 곽 교육감을 만나 얘기하니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곽 교육감이 모르더라고 했다. 그래서 10월쯤에 선거비용 보전에 대해 실무자끼리 얘기한 것을 곽 교육감에게 말을 하니 놀란 기색을 보였다고 했다. 박 교수의 말과 곽 교육감 쪽의 주장이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양쪽이 2억 원을 놓고 차용증을 썼다고 하지 않나.
"차용증에 대해서는 박 교수도 몰랐다고 하더라. 강경선 교수와 박 교수 동생이 알아서 쓴 것이다. 박 교수와 곽 교육감 명의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차용증이 있는 사실을 검찰에서 처음 알았다고 했다."
-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무법인 '바른'이 수임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바른'에 김○○ 변호사가 맡았는데 둘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도 잘 알고 지냈다. 일부에서 정권과 연결 지어 의심을 품는 데 전연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나는 '바른' 소속은 아니고 개인 변호사인데 나중에 같이 하게 됐다. 김 변호사와 나는 의견이 같다."
-검찰이 갖고 있다는 박 교수와 곽 교육감 측의 녹취록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나.
"A씨가 휴대폰으로 녹음했다고 그러던데. 이것을 박 교수 컴퓨터에 다운받았는데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다. 원본이 아닌 것이라서 재판에 증거로 내놓기도 어려운 것이다."
-박 교수와 곽 교육감 사이에 전자메일도 오갔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다."
-제보자가 누구인지 박 교수는 알고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있지만 조심스러워 말을 못하겠다. 박 교수도 전혀 예상을 못하고 체포가 되어 나중에서야 제보자에 대해 안 것 같다. 박 교수는 제보를 바라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이 왜곡하고 명예훼손...마음의 상처 크다"
-박 교수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도 선거 전부터 박 교수와 아는 사이인데 그는 자기가 살기 위해서 검찰에 굴복해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박 교수가 대가성을 자백했다' '지난 해 곽 교육감 쪽을 협박하고 공갈했다'. 이런 보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박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언론이 전체적으로 왜곡하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마음의 상처가 무척 큰 것처럼 보였다. 이는 박 교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사실을 알리기 위해 다음 주중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 교수 쪽 인사로 언론에 오르내린 A씨에 대해서 박 교수의 언급이 있었는가.
"소설을 쓴다고 했다. 조중동에 엉터리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무척 걱정을 하고 있다."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왜 박 교수가 체포 뒤 11일 동안이나 '대가성을 자백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구속이 되어 있으니 그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 변호사는 보통 재판에서 이기려고 발언하지 언론 보도의 왜곡에 대해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박 교수와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박 교수의 상태는 어떤가.
"왜곡 보도로 마음의 상처가 크다. 하지만 의지가 강한 분이더라. 법정 투쟁을 하기 위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명기 교수는 누구?
전교조 교사 출신인 박명기 교수(서울교대 체육교육과)는 진보 교육시민단체들의 지원으로 3, 4, 5대 서울시교육위원과 함께 서울시교육위 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04년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는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범 시민단체 후보로 공정택 후보와 맞서 1차 선거에서는 1등을 차지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교육위원 재직 당시 진보개혁 의제를 실현하는 활동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일부에서 받았다.
"질문 마다 변호사와 상의해 대답하고도 진술조서를 고치고 또 고치고...(중략)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5일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 머문 16시간 40분 가운데 조사받은 시간은 8시간, 조서를 읽고 서명하는데 걸린 시간은 8시간이 넘는다."
6일 자 <조선일보> 8면 기사의 서두다. <조선>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곽 교육감이 이렇게 문구 하나하나까지 신경 쓴 이유는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로 분명해진 대목까지도 '나름의 부인 논리'를 전개하다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검찰이 해석했다"고 해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언론과 검찰은 곽 교육감이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에 대해 억지로 부인하는 논리를 만들려다 보니 매번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답변했고, 그것도 부족해서 8시간 동안이나 조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검찰과 언론의 찰떡궁합... 대단한 소설가 나셨네
우선 사실 관계부터 정리하겠다. 이틀 동안 곽 교육감이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답변한 사실은 전혀 없다. 피의자가 변호사와 상의를 하며 답변을 했다면 당연히 검사가 이를 제지했을 것이다. 검사의 질문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질문 방식에 대해 두세 차례 정도 이의를 제기한 것이 전부다. 만약 담당 검사가 피의자가 변호사와 상의를 하며 답변을 하는 것을 방치했다면 그 검사는 당장 문책을 당할 것이다.
내친김에 조사과정도 밝히겠다. 5일 곽 교육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곽 교육감은 이미 공언한 대로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대답을 했다. 당연히 답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검사의 조서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9시 30분께 검사의 조서 정리가 끝나자 진술이 누락된 부분, 진술의 취지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 부분들에 대해 원고를 교정하듯 꼼꼼히 수정해 나갔다.
도중에 속기사가 작성한 녹취록 중 질문과 답변이 통째로 빠져 있는 부분을 찾아내서 조서에 가필하기도 했고, 검사의 실제 질문과 조서에 기재된 질문 내용이 다른 부분은 수정을 요구했다.
조서는 속기록 형식이 아니라 진술의 요지를 기재하는 형식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진술 내용을 조서로 옮기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피의자가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절차이다. 게다가 교수 출신인 곽 교육감은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문장을 바로잡고 철자까지 하나하나 교정하느라 시간이 지연 됐다. 결국 다음날 새벽 2시에 조서 열람·수정을 마쳤다. 그 이후 영상녹화물을 CD로 옮기고 봉인을 하느라 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국 새벽 3시 30분에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6일 조사도 마찬가지다. 조사는 오후 7시에 마쳤지만 이후 검사가 조서를 정리해 오후 11시께에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곽 교육감은 새벽 3시까지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서를 열람하고 수정하였고, 녹화영상물을 출력하는 절차를 마친 후 4시 20분에서야 나올 수 있었다. 이러한 절차 탓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사람은 곽 교육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 모두 새벽에야 나온 것도 이런 절차 탓에 지연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난 사실을 부인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