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캐면서....

by 산골 posted Sep 29, 2011 Likes 0 Replies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

언젠가 내 양말에 구멍이 났을때,
"산골님, 감자 나셨네요~"라고 강냉이 같이 웃으며

누군가 말을 건넸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에 캐두었던 말인데.

따스한 언어 속에는
실과 바늘이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2.
감자는 가난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흙처럼 묻어나는 대표적 작물이다.

봄에 일찍, 밭에다 감자를 심으면
장마가 오기 전에 캐내고 다른 작물을 심어
곳간을 더 많이 채울 수가 있어 좋다.

올해 농사로 감자를 심은 것은, 한 여름 하우스 안에서 캐느라
좀 고생했지만 잘한 일 같다.

강원도 감자바우 출신으로 감자를 워낙 좋아하지만
꼭 먹을 것이 많이 생겨서 만은 아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했던 화가,
빈센트반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들이 지은 감자를 먹는 농부들의 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라고 감탄을 했다고 한다.

그의 <감자먹는 사람들>이라는 대작에는
가난한 농부 가족이 어두운 호롱불 밑에서 거친 손으로 찐 감자를 먹는
장면이 그려져있다.


3.
신앙이란 무엇인가?
사도요한은 '알다' 곧 체험적 지식이라고 말한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진실되고 겸허한 양심의 호미없이, 허리를 구부리며 "진리의 보화"를
캐내어 갈 자는 없다.

땀을 흘리는 '노동의 수고'를 통해서 하늘을 분명하게 그려낼 수 있다.

그것이 고흐의 그림 속에 나타난 농부의 가족처럼
가난이며 고독이며 인생의 무게에 눌린 짐으로 인하여
어두워진 얼굴이어도 좋다.

 

 

 

4.
흙 밖으로 캐낸 햇감자처럼
선량함과 혹은 강건함으로 이 세상을 응대하고
주먹 불끈 쥐고 악과 투쟁하며 정직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창조적 질서에 순응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다.

어둠 속에 심겨졌으나
빛 가운데로 캐내어진 흙 묻은 감자들.....

창세기의 고고학이라고 할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구속(救贖)의 사례들을
발굴해낸 것처럼 보인다.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