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일요일 아침 방송을
보는데
이상구 씨가 썰을 풀고
있었다.
다른 생각은 나지 않고
이것 하나 생각난다.
요즘 한국에서
무얼 바꾸어 보겠다고
데모들을 하는데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 아니고
우리의 개인적, 공동체적 행복은
새로운 식생활 방식에 따른
새로운 삶을 사는데 달려
있다.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나도 한 성깔 하는 놈이라,
데모는 데모하는 사람들한테
맡기고 건강 강좌나 하세요, 하며
소파에 앉아 등에 대고
있던 방석을
텔레비전 화면에 집어던졌다.
이상구라는 사람에게 던졌다기보다는
그가 말하는 내용이 어처구니가
없어
날려보낸 방석이었다.
일 년여 전
나도 어디 가서 썰을 풀
일이 있었는데
청중 속에 앉아 있던 이상구
씨가
점심 먹는 시간에 도전해
왔다.
바울에 대해 내가 뭐라고
씨부렁대며,
개인의 실존적 문제만 끌어안고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상도 바꾸어야 한다고
푸는 썰에 불만이 있었던 그가
뭐라고 도전해 왔던 것이다.
당신이나 나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누며 뭐 속으로
혼자 그랬던 것 같고,
던질 방석은 다행히도 없었다.^^
이것도 한 이십 년 전이었나,
어느 안식일, 내가 청소년 목회했던 로마린다 한인교회에 우연히 갔더니
영어권 예배에서 마침 그가
설교했다.
으레 그렇듯 그날도
건강에 관한 의학 이야기와
성서 이야기를 섞은 퓨전 설교였다.
의학 얘기는 기억나지 않고
성서 이야기는 욥기가 주제였는데
그것도 뭐라고 했는지 내용은
잊었으나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는
기억한다.
욥기를 의학에 꿰맞추며
풀어나가는 궤변에 황당해하면서
물끄러미 그를 보며 듣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한
보건대학 대학원생이
설교 도중 갑자기 나를
보며
지금 저 사람이 하는 병리학에
관한 저 말,
저건 너무도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어처구니없어했다.
나는 모르는 분야이니 뭐라고
언급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냥 씩 웃었다.
점심 먹는 시간에
마침 그날 거기 왔다가
그 설교를 들었던,
캘리포니아 북쪽 어떤 이름
거창한 의과대학에 다니는 남녀 한 쌍이 내게 물었다.
설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글쎄, 의학 부문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니 언급할 수 없으나
저 사람
의학을 욥기 풀 듯하면
큰일 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했다.
둘이 마주 보며 웃더니
자기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했다.
욥기 이야기는 자기들 분야가
아니어서 모르지만
성서 읽기를 의학 얘기하듯
저렇게 하면 큰일 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이상구 신드롬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80년대였던가, 90년대였던가,
신문 만화 <왈순아지매>의 남자 주인공이
건강식 하며 열심히 운동한
결과로 엔돌핀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끼다가
이순자(전두환 짝패)가
부정으로 숨겨둔 엄청난 땅이 또 발견됐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한 이십 년 전이었나.
2011.10.08 19:43
이상구 씨 얼굴에 방석 던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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