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 성은정씨는 목이 퉁퉁 붓고 기운이 없어 집 근처 종합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갑상샘암 세포가 기도·식도·성대로 퍼져 있다며 손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절망하던 성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정수(67·외과) 교수를 찾았다.
박 교수는 “암이 많이 퍼졌네. 그래도 걱정 마. 내가 다 낫게 해줄게”라며 안심시켰다.
성씨는 지난달 18일 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성씨는 “박 교수님이 아빠 같은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 전공의 김지예(29·외과 2년차)씨는 “교수님은 수술이 적게 잡혀 있으면 화를 낸다. 수술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37년간 갑상샘암 수술을 해 왔다.
흉터나 후유증을 줄이는 수술법 연구에 매달렸고 조금이라도 나은 기법이 있으면 후배 것이라도 받아들였다.
그는 마음으로 진료한다.
10일 오전 7시20분 수술 대기 중인 환자의 목에 수술 부위를 표시하면서 “춥죠. 걱정 마세요. 내가 예쁘게 해줄게요”라며 환자의 어깨를 감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4~2008년 갑상샘암 수술 7~10위에 머물다 박 교수가 2009년 신촌세브란스에서 퇴직하고 옮겨오자 4위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 1위로 올라섰다.
한 사람의 명의(名醫)가 병원을 바꾼 것이다.
중앙일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해 암 수술 통계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자료를 토대로
병원별 수술 실적과 한국의 명의를 분석했다.
갑상샘암을 제외한 위·대장·간·유방·췌장·자궁 등 6개 암은 서울아산병원이 가장 많이 수술했다.
폐암은 삼성서울병원이, 방광암은 서울대병원이 1위였다. 9개 암 전체 실적은 2009년 서울아산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을 앞선 뒤 2년째 수위였다.
장기 이식 수술 판도도 비슷했다.
신장·간·췌장·심장 이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이, 폐 이식은 강남세브란스가, 각막·골수는 서울성모병원이 가장 많이 했다.
이식 수술에도 명의가 포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62·외과) 교수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우측부위 간 이식에 성공한 이 분야 세계 최고다.
◆갑상샘암=갑상선(甲狀腺)암의 한글 표기. 호르몬을 분비하는 목 부분의 갑상샘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암 수술 어디가 가장 많이 했나
● 서울아산병원 : 간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췌장암
● 서울대병원 : 방광암
● 삼성서울병원 : 폐암
●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 갑상샘암
*2010년 기준,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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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닥터 2011 병원평가 <중> 암 수술의 현주소
12일 화순전남대병원 ‘치유의 숲’에서 위암 수술을 앞둔 양순임씨(오른쪽)가 박영규 교수(왼쪽), 박애자 간호사와 얘기하고 있다.
양씨는 “수술을 잘한다는 명성을 듣고 병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경북대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배영숙(55·여·대구 북구)씨는 수술을 어디서 받을지 고민했다.
서울 큰
병원들이 떠올랐다.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들이 힘들 것이고 수술 후 항암치료 받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배씨는
수소문 끝에 경북대병원에도 대장암 명의(名醫)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씨는 이 병원 외과 최규석(49)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고 완치를 바라보고 있다.
암에 걸리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떠올리지만 지방에도 실력을 갖춘 전통
명문 대학병원과 명의가 있다.
그 덕분에 지방 환자들의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외국환자 유치 성과도 내고 있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0년 암 수술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본지는 주요 암별로 수술실적 30위 안에 든 지방
소재 병원을 골랐다. 위암은 13곳, 대장암은 11곳, 갑상샘암은 11곳이었다.
대표 주자는 화순전남대·경북대·영남대·부산대 병원이다.
이들은 서울의 웬만한 대학병원을 능가한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위·대장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6대 암 수술에서 5~8위를 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110여 명의 암
환자들이 찾았다.
명의가 여럿 있지만 특히 박영규(49·외과) 교수가 유명하다.
미국 동포들이 위암 수술을 받으러 온다.
재미
동포 위암(3기) 환자 전모(64)씨는 지인에게서 박 교수를 추천받았다.
지난해 9월 위의 4분의 3을 잘라냈다.
전씨는 재발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현재까지 건강하다.
경북대병원은 지방 병원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 있다.
과학논문색인(SCI)급 논문 건수가 국립대 중 2위로 서울대병원을 추격하고
있다.
이 병원이 대장암 수술에서 전국 6위(404건)에 오른 데는 대장암 수술의 대가인 외과 최규석 교수 덕분이다.
최 교수는 이
병원에서 이 분야 전체 수술의 80%인 312건을 담당했다.
최 교수는 대장을 절제한 후 항문이나 질을 통해 빼내 배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으로 유명해졌다.
박태란 간호사는 “간호사와 후배 의사들에게는 엄격하고 웃음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는데 환자들
앞에서는 딴사람같이 자상하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동헌(58) 교수는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위에
생긴 암 등 고난도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학구파다.
현재 대한위암학회장을 맡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연구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수술법 등을 공부한다.
충남대병원은 갑상샘암 분야 전국 9위에 올랐다.
이 병원 김제룡(45) 교수는 지난해 이 병원 갑상샘암 수술(712건)의 절반이
넘는 473건을 수술했다.
김 교수는 하루 종일 100명 가까운 외래환자를 본 뒤에도 퇴근시간을 넘겨 초음파나 조직검사를 직접
한다.
먼 데서 온 환자들이 검사받으러 또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성암에 강한 영남대병원의
외과 이수정(59) 교수는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하는 ‘피부보존유방절제술’을 전국 처음으로 시도했다.
특수 칼을 이용해
흉터를 줄이려 애쓴다.
폐암수술 대가인 전북대병원 김민호(54·흉부외과) 교수는 다른 의사들을 감동시켰다.
네팔 의료봉사를 같이 간
동료 교수의 남편(의사)이 수술 솜씨를 보고 감탄해 김 교수에게 폐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전북대 지역암센터 임창열 소장은 “지방병원들의 치료 성과가 서울 병원에 뒤지지 않아 환자들이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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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무등산 자락에 있는 화순전남대병원 뒤편에는 축구장 넓이의 6배가 넘는 규모의 ‘치유의 숲’이 있다.
암 환자들이
심신의 피로를 푸는 곳이다.
시골 병원 아니면 보기 힘든 고즈넉한 공간이다.
위암 수술을 하루 앞둔 양순임(61·여·전남
장성군)씨가 11일 이 병원 박영규(49) 교수와 걷다가 힘에 부쳐 휠체어에 앉는다.
박 교수가 “생각보다 젊으시네요”라고 환자를
안심시킨다.
양씨는 “위암은 전남대병원이 잘 한다고 해서 왔어요”라고 말한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지방
암 치료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2010년 간·대장·위 등 9개 암
수술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서울의 대형병원들을 제치고 전체 30개 병원 중 7위(2676건)에 올랐다.
2008년 이후 3년째 톱10 안에 들었다.
지방병원 중 9개 암 수술 30위에 든 병원은 화순전남대병원을 비롯해 12곳이다.
경북대·영남대·부산대·충남대·전북대 병원이 20위 안에 들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방 병원 중 위·간·폐·췌장·갑상샘암 수술 건수가 가장 많았다.
대장암은 경북대, 유방암은 영남대, 자궁경부암은 인제대부산백병원, 방광암은 부산대병원이 수술을 제일 많이
했다.
부산백병원·김원묵기념봉생병원은 신장 이식, 대구가톨릭병원은 간 이식 분야에서 전국 6~7위로 분석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