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밑바닥은 보이질 않고...

by student posted Dec 05, 2011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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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트레이딩!

야! 1년 짜리 말레이션 링겟 스왑 가격!  3000억원 어치야!! 빨리 빨리!

10년 만기 피엘디티 가격? 100억이야!

99.25-99.375!  (99.25 에 100억사고 99.375엔 100억 팔겠다는 가격,  보통 증권 가격은 딜러가 사겠다는 가격과 팔겠다는 가격이 동시에 명시된다)

따르릉 따르릉!

페트로나스 에서 3년 만기 채권 발행. 

가겪, 사이즈!

수왑 플러스 20 이면 5000억까지!

따르릉 따르릉!

 

이게 정상적인 채권거래하는 trading floor 의 모습이다.

그러나 내가 새로간 영국 은행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조용~ 

~조용~

 

이건 투자은행의 트레딩 플로어가 아니라

산골 깊숙이 숨어있는 절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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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획했던건 싱가폴로  가기전 거래팀원들을 다뽑고,

도착 하자  마자 거래시스템 마련하는데 1-2개월,

늦어도 2-3개월이면 아시아 채권 시장을 휘젓고 다닐줄 알았다.

 

가기전 팀원들은 다 뽑았다.

우리팀원들은 이분야 에선 증명된 톱 선수들이었다.

싱가폴이랑 홓콩에 있는 다른 팀들은 대충 파악하고 있었다.

정말 자신있었다.

월가에서 하던대로만 하면 "싹쓸이"할수 있을것 같았다

 

도착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은행의 전산 시스템은 내가 알던 미국 투자은행 보단 최소한

몇십년은 뒤져있었다. 말 그대로 "공룡"시대였다.

그렇다고 내가 콤퓨터 시스텀을 직접아는 것도 아니었다.

 

뭐 이런거 쯤이야...걍 손으로 계산하면 되지.  엑셀 스레드 싯 하나만들어서...

근데 그것도 할수없단다.

일단 비지니스 플렌을 만들어 달랜다

 

뭐라고???

비지니스 플렌!!!!

비지니스 할지않할지도 모르고 우리팀을 채용했다고???

이런 미친!! 

 

이날 아시아 지역 회장과 그룹전체 부회장과의 미팅은 엉망진창이었다.

난  완전 "미국식" 이였다.  책상 두드리고, 소리소리 지르고, (f@@k 란 단어도 엄청 썼던걸로 기억한다.)

그 점잔은 영국 신사님들 엄청 황당했으리라...

아마도 그런 수모 당하기는 인생 처음이 아니었을까...더군다나 동양인 한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후부터 나는 절대 믿을수 없는  "카우보이"로 불리워 졌다고한다.

그러니 뭐가 되겠는가?

일년간 속가락만 빨고 있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회사에선 계속 회사욕만 하고... (이땐 쌍욕이 저절로 계속나왔다)

집에 돌아와선 스트레스 이해 못하는 마눌님과 계속싸우고...

교회는 나가는 수보다 빠지는 수가 더 많았다.

그래도 "복"은 받을려고 십일금은 계속내고 있었다.

 

결국 팀 멤머중 한명이 빠져나갔다.

다른 미국계 투자 은행으로 들어간거다. 

결국 기다리다 못해 배신을 때린거다.

내가 대려온 친구중에 제일 유능한 에널리스트 였다.

 

그리고 나에게도 유혹의 손길을 뻗쳐왔다.

나도 오라고.  일년 남은 개런티 자기네가

사들이겠다고.

단, 나만 혼자 빠져나와야 한다고.

벌써 풀 팀이 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필요없다고.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친구 배신때렸다고 쌍욕을 하던게

하루전 이었는데,

바로 다음날 그 회사에서 인터뷰 하는

자신을, 그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자신을

보면서, 죄책감, 답답함, 구차함, 한심함 등 별의별 느낌이 다 짬봉된 감정을 맛보았다.  

 

인터뷰는 다 잘됬다.

당장 다음날 영국으로 날라가서

국제부 당담 부회장과 인터뷰 하란다.

 

뭐 지금 자존심 따질땐가.

체면 차릴 땐가.

가라면 가야지.

 

갔다와 보니,

정식 오퍼가 준비되 있었다.

금요일 오후였다.

 

이제 사인만 하면 되는 거였다.

사인만 하고 영국 회사에가서

사표내고, 그럼 끝이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이니

저녁이나 같이먹고 놀잔다.

 

근데 도저히 사인 할수가 없었다.

꼭 내 자신을 팔아먹는 느낌이랄까?

거기다 금요일 저녁 같이 놀자고 하니

세삼스레 "안식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류했다.

주말만 시간을 달라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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