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의 강의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by 최종오 posted Dec 07, 2011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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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인 승리가 지난주에 생애 처음으로 안식일 학교 순서를 썼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자원해서 순서를 맡았다.

아이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아서 허락했는데 교인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사실 가장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8년 전, 의사로부터 승리는 자폐아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때 승리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자폐아라니...

그 당시의 심정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에게 물어보았다.

교육을 잘 시키면 정상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랬더니 의사는 말했다.

병과 장애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치료가 가능하면 ‘병’이고 불가능하면 ‘장애’라고...

승리는 자폐아기 때문에 교육에 의해서 약간 개선은 되겠지만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승리엄마는 승리가 어렸을 때부터 그 아이를 끌어안고 자주 울었다 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승리가 정상이 아니란 걸 감지했던 것이다.

안 그런 부모는 없겠지만, 승리엄마는 지금껏 자폐아 승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왔다.

 

승리의 중학교 1학년 성적은 ‘양’이었던 체육 빼고는 전 과목이 ‘가’였다.

승리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쳤는데 대부분의 기간을 장애아를 위한 특별학급에서 보내야 했다.

학급에는 8명 정도의 같은 증상을 앓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교사 3명이 늘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였다.

나도 그 학급에 종종 가보았는데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단순한 장난감을 가지고 만지작거리며 노는 게 고작이었다.

 

학교에서는 승리에게 전문가들을 붙여 그 아이의 상태를 늘 점검하고 아이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주었다.

엄마의 지극한 정성과 미국의 훌륭한 장애자 교육제도 덕택에 승리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간에 일반학교로 편입해도 좋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는 대학진학을 위해 SAT를 본 후, 네바다 주립대학에 입학을 했다.

올해 만 21세를 넘긴 승리는 현재 영문학과 3학년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십 수 년째 빠져있던 오락중독도 이젠 어느 정도 벗어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행동도 예전에 비해 많이 의젓해졌고, 분위기도 나름 지성적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돌이켜보니, 승리는 한 번도 탈선한적 없이 우리 곁에서 잘 자라줬다.

 

의사가 말한 대로 승리의 자폐증상은 영원히 치료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인(?)이 가지지 못한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자폐아 승리가 나는 새삼 좋다.

 

승리엄만 입버릇처럼 말했다.

승리보다 1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그 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승리엄만 분명 승리와 함께 산 날 만큼 행복할 거다.

 

쌀쌀한 사막 바람도 오늘은 포근하고 촉촉하다.

 

2011. 12. 8. 목요일 새벽 라스베가스에서...

승리 강의(?) 동영상(제작: 라스베가스 한인교회 박현남 사모님)

 

http://www.kasda.com/index.php?mid=board&page=1&document_srl=292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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