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23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채식' 외국인, 한국 닭갈비집서 '봉변'?

[중앙일보] 입력 2012.01.06 03:57 / 수정 2012.01.06 16:15

외국인이 반한 한국 (42) 영국 채식주의자 앤 마리아 콜의 한식 사랑
“고기 빼고 주세요” 하던 나 … 사찰음식 만나 한식 깨쳤죠 

한국의 한 식당에서. 한식은 알록달록 색이 곱고 모양도 예뻐서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먹기 위해 한국어 공부 … 비빔밥은 ‘축복’

한국의 대표 음식이 불고기·삼겹살·갈비라고? 천만에! 나 같은 영국의 채식주의자도 한국에서 신명나게 살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만의 생존법을 터득하기까지 나는 배움과 발견,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꿈만 같았다. 새로 만난 한국인 동료는 내가 채식주의자인 걸 알고 세심하게 신경을 써줬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 있는 식당에 나를 데려가 줬다. 매 끼니 알록달록 예쁘게 차려진 밑반찬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늘 좋은 건 아니었다. 시련은 강원도 춘천에서 닥쳐 왔다. 춘천은 닭갈비로 유명해서 골목마다 구수한 닭갈비 냄새가 풍겨 왔다. 식당에 들어선 나는 종업원 아주머니에게 손짓 발짓을 동원해 영어로 당부했다.

 “전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고기, 노!”

 종업원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찰나, 우리 자리로 산더미 같은 닭갈비가 배달됐다. 넉넉하게 미소 짓는 아주머니를 그릇째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이 닭갈비를 맛나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젓가락을 빨 수밖에 없었다.

감자, 연근 등의 튀각과 과일칩이 나오는 사찰음식점의 주전부리.
 수차례의 똑같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용 어구부터 외웠다. “고기 안 먹어요” “해물 빼고 주세요” “고기 없는 걸로 주세요” 등등.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글 메뉴판을 읽고 한국어로 주문을 하는 경지가 됐다.

 이후 나는 한국 음식의 신세계를 만끽했다. 이때 만난 비빔밥은 지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이토록 단순하고 획기적이면서 아름답고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전주와 다른 지역의 비빔밥 맛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김밥·김치찌개·도토리묵은 든든하게 허기를 채워줬다. 춘천에서 닭갈비 대신 찾아낸 막국수는 여름 별미로 그만이었다.


런던서 블로그 ‘김치소울’로 한국 채식 소개

1년간의 짧은 한국 생활을 마치고 나는 런던에 돌아왔다. 한국을 향한 사무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블로그 ‘김치소울(kimchisoul.wordpress.com)’을 열었다. 이 블로그에서 나는 채식 중심의 한식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블로그 방문자가 점점 늘어나더니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도 댓글을 남기고는 했다.

 지난해 나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의 ‘월드 와이드 코리아 블로거스(WKB)’에 선정됐다. WKB는 블로그와 SNS를 통해 한국 문화와 일상을 홍보하는 글로벌 기자단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전 세계 기자단을 초청해 한국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나도 초청돼 다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우리의 임무는 전국 방방곡곡에 숨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나는 이참에 한국의 채식을 더 파고들기로 했다. 사찰음식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찰음식은 불교 승려의 음식이다. 평범한 일상식이 전부일까 봐 은근히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사찰음식 전문점에 간 나는 다채로운 채식의 향연에 감격했다. 두부와 버섯요리, 콩국, 4년근 인삼이 차례로 나와 내 오감을 가득 채워줬다. 이 한 끼를 나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불교에서 식사 행위는 일종의 의식처럼 진지했다. 그래서일까. 사찰음식은 그냥 음식이 아니었다. 불교만의 오랜 역사와 전통이 엄격한 채식 문화에 녹아 있었다. 수 세기 전의 고대 기술과 의식을 고스란히 음미하는 기분이 들 만큼 사찰음식은 깊은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오늘도 런던에서 한국 음식을 요리하고 있다. 그리고 한식을 사랑하는 채식주의자 동지가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가끔은 한국의 채식을 즐겨 보시라 권한다. 누가 알겠나? 첫술을 뜬 순간 당신의 식성을 뒤바꿀 신세계에 새삼 눈뜨게 될지 말이다.

정리=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 ?
    나그네 2012.01.07 14:59

    한국 사람인 저도 한국에서 채식 음식 먹을려면 여간 힘든것이 아닌데

    한국 말을 못하시는 외국인의 고충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다행히 미국이나 캐나다 에선 어느 식당에를 가도 채식주의 자들을 위한

    식단이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점에를 가도 채식 메뉴가 있다는것

    정말 좋은 일이죠. 저에겐. 

  • ?
    돌베개 2012.01.09 04:42

    한국에서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고기를 먹는 기회라야 일년에 두 세번 될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겨우 조마한 몇 점 정도였지요.

    그런 시절이었건만,

    한국 연합회에 절제부가 있었는데,

    밖으로는 금연, 금주운동이었고,

    주로 겅강 개혁을 한다고, 자극성이 없는 음식을 권하며

    고춧가루를 넣지않은 김치를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삼육대학 식당 김치는 백김치로 유명했지요.

    1800년대 산업혁명 직후,

    냉장고도 없고, 위생 지식이 거의 없던 시절에

    육식을 주로하던 미국에서는 술, 담배와 같이,

    큰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뉴 스타트 음식 개혁에 큰 관심이 있는 분들도

    150년 전 미국 사회에 있었던 이슈들의 태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수 천년전 부터, 정갈한 채식 식단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불교 사찰 음식들이야 말로, 참된 신앙인들에게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배울것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퍼 올렸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6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2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195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081
2715 이래도 조선일보가 신문이냐? 4 로산 2012.01.18 1469
2714 [손석희 마지막] '100분토론'보다 더 볼만한 대기실 기싸움 유쾌한 2012.01.18 1470
2713 Dr. Jill Bolte Taylor - My stroke of insight - MULTI SUBTITLES - 동영상 권영중 2012.01.18 1389
2712 연합회장의 "한국교회가 가야할 방향" (재림신문에서 인용)에 관한 질문사항 민초님들의 답변요망함니다. 6 choshinja 2012.01.18 5016
2711 기적 믿기.. 14 김 성 진 2012.01.17 1669
2710 나의 갈길 다가도록(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6 3 정태국 2012.01.17 1569
2709 [천안함]" 초계함이 백령도 앞 1마일(약 1.8km)까지 다가온 것은 처음이다" 2 손바닥 2012.01.17 1717
2708 안식일에 점심은 건너 뛰면 어떨까요? 4 점심 사수 2012.01.16 1414
2707 어찌된 일인지 3 김민초 2012.01.16 1394
2706 Elder Kim! Is this true? 1 tears 2012.01.16 1407
2705 두라3호 시신 대부분 화상, 천안함 시신은 깨끗 로산 2012.01.16 1259
2704 金龍寺 나그네 2012.01.15 1724
2703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5 6 정태국 2012.01.14 1458
2702 진짜 좌빨-도날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 3 로산 2012.01.14 1460
2701 새로운 선지자의 40번째 계시 로산 2012.01.14 1189
2700 그넘이 그넘 2 공무원 2012.01.13 1203
2699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목사 회고록 연재)#4 3 정태국 2012.01.12 1388
2698 나는 로멘스 너는 불륜? 10 그넘이 그넘 2012.01.12 1731
2697 그넘이 그넘 3 병역비리 2012.01.12 1373
2696 웃찾사-웃으면 복이와요 4 fm 2012.01.11 1521
2695 좋은 설교 한 편 김원일 2012.01.11 1218
2694 이상득 서면조사 방침에.... 1 필리페 2012.01.10 1259
2693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12 거짓말 2012.01.10 1371
2692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 #3 6 정태국 2012.01.10 1248
2691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출간하며 소회 밝혀=변양균 2 로산 2012.01.09 1184
2690 "천안함 사건은 한미 자작극", 미국 언론 폭로 4 서프라이즈 2012.01.09 3146
2689 여성 목회자 안수에 관한 중요한 서명운동 6 김원일 2012.01.09 1761
2688 민초 새옷(레이아웃), 로그인 문제와 사진에 대하여 기술 담당자 2012.01.08 1247
2687 때와 법이 변개되었다 ! 5 김주영 2012.01.08 1541
2686 정태국님 아브라함 연대표좀 7 지경야인 2012.01.07 1454
2685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의 회고록 연재) #2 1 정태국 2012.01.07 1410
2684 반가운 얼굴 3 김주영 2012.01.07 1374
2683 남영동 십자가 4 file 김주영 2012.01.07 1349
2682 뿌리는 목회 거두는 목회 하박국 2012.01.06 1191
» “전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고기, 노!” 2 돌베개 2012.01.06 1237
2680 새 단장 한 민초 보기 좋네요. 3 snow 2012.01.05 1238
2679 나의 갈길 다가도록(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 4 정태국 2012.01.05 1556
2678 이병철 회장, 타계(他界) 한 달 前 천주교에 24개항 / 종교 질문.. 차동엽 신부, 24년 만에 답하다 YJ 2012.01.05 1422
2677 시험중 2 정태국 2012.01.04 1142
2676 우리 사는 날 동안 4 아기자기 2012.01.03 1395
2675 키스 키스 키스 3 로산 2012.01.03 1925
2674 [부고] 강영옥 집사님 주안에서 잠드셨습니다 admin 2012.01.03 1362
2673 최효종 ‘김문수 119’ 패러디 화제…“뼛속까지 시원” 2 변화 2012.01.01 1327
2672 번영신학의 추락 빈배 2012.01.01 1337
2671 문화대국의 원년 빈배 2011.12.31 1229
2670 Happy New Year! 1.5세 2011.12.31 1105
2669 존경하는(?) 목사님 로산 2011.12.31 1590
2668 행동하는 햄릿, 아름다운 별이 지다 -- 명문 추도사 2 퍼옴 2011.12.31 1521
2667 이 대통령 덕에 출세한 사람 로산 2011.12.31 1045
2666 김 유찬은 때려 죽일 놈인가? 로산 2011.12.31 1268
2665 며느리 때문에.... 5 돌베개 2011.12.31 1226
2664 십자가에 못박힌 당나귀 file 김주영 2011.12.31 1434
2663 [평화교류협의회] 안녕하십니까. 새해 문안 인사드립니다 평화교류협의회 2011.12.30 1377
2662 자, 만화 한 편 때리시고~~ : 독후감 모집 5 김주영 2011.12.30 1299
2661 2011년이 저물어가기전에... 한살더 2011.12.29 1244
2660 올것이 왔군 4 판사님 2011.12.29 1146
2659 한미 FTA 이제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다. 일본 경제평론가...(일본방송) 1 보리밭 2011.12.29 1373
2658 또 하나의 바보 정치인, 김근태. 그가 위독하다고 한다. 7 퍼옴 2011.12.29 1105
2657 보이스 피싱 수법 녹음^^ 1 공개 2011.12.29 1470
2656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꿈을 깨라신다 6 김주영 2011.12.28 1273
2655 주님 다시 오실 때 까지 - 소향 1 1.5세 2011.12.27 1163
2654 율법주의 안식일 3 지경야인 2011.12.27 1176
2653 한번 반등한 죽은 고양이는 다시 밑으로 추락한다 2 student 2011.12.27 1399
2652 어제 길에서 본 앞차 bumper sticker--정말 화끈한 범퍼 스티커 3 김원일 2011.12.26 1404
2651 동방박사가 문전박대당한 이유--그저 어디 가나 그누무 근본주의자들 땀시...(수정) 2 김원일 2011.12.26 1862
2650 이병철의 개떡 같은 질문, 차동엽 신부의 개떡 같은 답변(수정 3--정말 죄송!^^) 16 김원일 2011.12.26 1984
2649 이병철의 신, 종교에 관계된 공식 질문들 돈병철 2011.12.26 1269
2648 성탄절 밤에 노름을 하였다-장노가.... 4 fm 2011.12.25 1198
2647 한번 반등한 죽은 고양는 다시 밑으로 추락한다. student 2011.12.25 1287
2646 ♬ 할렐루야 ♬ 2 file 1.5세 2011.12.24 1127
Board Pagination Prev 1 ...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 191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