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십자가

by 김주영 posted Jan 07, 2012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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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안식일 제 4기 마지막 안교 교과 시간에

갈라디아서 끝부분을 공부했다. 


사도가 십자가를 자랑한다는 말을 했고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 (낙인) 이 있다는 말도 했다. 


반생 중 한사람은 원래 카톨릭이었는데

어려서 다니던 성당에 

실물 크기의 crucifix 가 있었다고 했다. 


개신교는 그냥 직선 두개의 십자가를 상징으로 쓰지만 

카톨릭은 십자가 위에 예수의 몸이 달린 crucifix 를 모신다. 


몇개의 crucifix 사진을 보여 주었다. 

기독교인들이야 익숙하니까 별 느낌이 없을지 모르지만

'안믿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morbid (병적인) 느낌이 들 것이다' 라고 어떤 반생이 얘기했다. 


교황의 홀 사진을 보면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pope-benedict-xvi.jpg


어떤 반생은

"주님이 살아나셨는데 아직도 저렇게 십자가에 못박아 두고 있는 것은 안된다.

마치 주님이 영원히 십자가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십자가는 그렇다 치고...


바울이 말한 예수의 흔적은 원어로는 stigma ( 복수 stigmata) 이다. 


상처 혹은 낙인이라는 부정적인 단어인데

카톨릭에서는 '성흔' 이 스티그마라고 불린다. 


성 프란시스나 혹은 기타 성인들의 거룩함의 최고봉이

그의 몸에 성흔이 새겨지는 것이다. 


몇가지 이른바 성흔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반생들은 섬찟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tigmata-pic.jpg 


stigmata.jpg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는 것은

기독교의 전통이다. 

"얼마나 아프셨나 못박힌 그 손과 발" 은 

미세스 조용기의 찬송가이지만


특히 카톨릭에서는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묵상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스도의 고난의 깊이를 알고

나아가 자신이 거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거룩함의 길이다. 


예수의 고난은 매우 극심하고 매우 깊었다

그 어떤 사람의 고난도 그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가르친다. 



몇년 전 멜 깁슨의 영화 Passion of the Christ 는

매우 폭력적인 장면들을 통해

예수의 고통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 가장 끔찍한 고통을 당했으므로

예수님의 희생은 그 가치와 공로가 있다는 것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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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단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고통으로 따지면 

예수의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을 더 오래 당한 사람들이 많다. 

잘못 없고 의로운데도  

그렇게, 혹은 그것보다 더 고난 당한 사람들 많다. 


예수는 목요일 밤 늦게 잡혀

금요일 해 지기 전에 운명해서

24시간 채 안되는 동안만 고문을 당했지만


예를 들어 김근태는 

남영동 분실 515호 실에서 

몇주 동안 내내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죽지도 못하고 

그 병으로 오래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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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당한 고통이 가장 극심한 고통이라서

그분이 구주가 된 것 아니다. 


그런 식으로 묘사하고 가르치고 묵상하라고 하는 것은

카톨릭의 병적인 새디즘이고 매조키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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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제대로 알려면

십자가의 의미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예수의 죽음 뿐 아니라 

남영동의 고난을 비롯한

이 세상의 수많은 이들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그것을 기리고 

그것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의 죽음만이 아니라

오늘 죽어가는 그 모든 사람의 아들들에 대한

묵상이 있어야 한다. 


십가가와 그 고난은

저렇게 crucifix위에서

성흔이라는 이름으로 

신비스럽게 우상화 될 것이 아니다. 


십자가는 세속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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