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2.01.22 17:34

목사와 선비

조회 수 1607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선의 선비 열전을 읽었다.

조선의 초석을 놓은 삼봉 정도전부터 정암 조광조, 남명 조식, 퇴계 이황, 화담 서경덕, 고봉 기대승, 율곡 이이, 지천 최명길, 다산 정약용, 백암 박은식, 단재 신채호에 이르기까지 23명의 기라성 같은 선비들의 사상과 삶을 여러 저자들이 간략하게 풀어낸 [시대가 선비를 부른다]를 13년 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선비의 특징은 대략 이러했다.

첫째, 학문을 사랑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 했고, 훌륭한 스승을 찾아가 배울 만큼 열정이 있었다.

단지 벼슬을 위해 공부하지 않았다. 나를 세우고 삶의 이치를 궁구하기 위해 일평생 정진했다.

남명 조식은 평생을 초야에 묻혀 공부에 힘썼고,

퇴계 이황은 죽는 순간까지 벼슬을 거부하거나 벼슬에 올랐다가도 이내 곧 물러나기를 20여 차례나 하면서 공부했다.

다산은 오랜 귀양살이에도 굴하지 않고 경전을 새로이 해석하는 일에 매진했고,

서경덕은 종일토록 무릎 꿇고 앉아 침식을 잊은 채 3년이나 궁구했다.

 

둘째, 학문의 가르침대로 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많은 선비들이 귀양살이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고, 임금의 사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상소를 올렸다. 뜻이 통하지 않으면 언제든 벼슬을 하직하고 낙향하는 기개(氣槪)가 있었다.

화담 서경덕은 세속의 욕망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는 그가 얼마나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자기가 배운 학문에 갇혔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배운바 가르침대로 살고 또 가르침을 펴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염려하는 애민정신이 극진했다.

하서 김인후는 500년 전에 이미 ‘천지를 슬퍼하고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정치는 시작된다’고 말했고, 화담 서경덕은 평등의 철학을 주창했고, 고봉 기대승은 ‘언로는 국가의 중대사다. 언로가 뚫리면 국가는 안정되고 언로가 막히면 국가는 위태롭다’고 말했고,

정약용은 ‘나의 소망은 온 나라 안을 모두 양반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왕의 다스림을 지배행위가 아니라 섬김과 봉사로 해석했다. 이들은 제각각 자기가 터득한 학문에 기초한 이상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현실에 참여했고, 현실을 혁파하기 위해 옴 몸으로 싸웠다.

 

 

선비들의 삶을 읽다보니 오늘의 목사들이 생각났다.

물론 성리학에 기초한 조선의 선비상이 목사상의 전형일 수는 없다.

목사는 선비들이 터득한 학문보다 더 깊고 오묘한 하나님의 도(道)를 따르는 자들이기에 마땅히 선비의 길을 넘어서야 한다.

 

목사는 선비처럼 고고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 속에 들어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어둠에 짓밟히고 으깨어진 삶을 보듬어야 한다. 흐트러진 존재와 삶을 예언자적 통찰력으로 일깨워야 한다. 역사 속에 하나님나라의 씨앗을 심는 거룩한 농부여야 한다. 자신이 터득한 학문이 아니라 예수의 말씀을 따르고 실현하기 위해 삶과 생명을 걸어야 한다. 한 사람을 우주보다 더 귀히 여겨야 한다.

 

그렇다. 목사와 선비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근본 토대가 다른데 어떻게 마주 놓고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목사가 공자의 말씀을 배운 선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들은 스스로를 경계하며 학문에 정진했는데 목사들은 뛰어다니기에 바쁘지 않은가.

선비들은 부와 명예를 초개(草芥)처럼 버렸는데 목사들은 교회 성장에 연연하지 않은가.

선비들은 삶의 지평이 넓어 호연지기가 있는데 목사들은 시야가 좁고 편협하지 않은가.

선비들은 부패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삶을 던졌는데 목사들은 현실에 영합하는 기술을 터득하기에 여념이 없지 않은가.

 

하여, 조선의 선비들을 읽는 내내 심히 부끄러웠다.

특히 서경덕의 허심(虛心)과 정약용의 목민(牧民)정신을 보면서는 더했다.

정약용은 이 시대 목사의 사표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목사들이 다 함량 미달인 건 아니다. 선비를 능가하는 목사도 있다. 하지만 선비들의 추상같은 기개와 드넓은 호연지기에 미치지 못하는 목사들이 부지기수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래된 선비에게서 목사의 미래를 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런데 조선의 선비들이 두루 갖춘 학문의 깊이와 폭넓음, 수신(修身-자기 수양과 관리)의 엄정함과 뜻의 올곧음을 보면서 이 시대의 목사들이 배워야 할 훌륭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대의 목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선비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의 부족한 현실을 타파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도 조선의 선비 정신과 선비 문화만큼 좋은 자양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목사가 정신 나간 소리를 한다고 힐난할지 모르겠다.

기독교를 유교의 범주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것이냐고 항의할지 모르겠다.

나도 그럴 생각은 없다. 아니, 그래서도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목사는 선비를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목사가 조선의 선비만큼만 되어도 나는 춤을 추겠다.

  • ?
    비상식 2012.01.22 18:28

    지금의 목사의 직책에 대한 책임과 기대는 전혀 성경적이지 않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목사와 소위 "평신도"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혹 있기라도 한 것입니까? 

    목사는 구약의 제사장도 아니요, 사도도 아니요, 구약의 예언자나 선지자 또한 아닙니다. 

    어느분은 그중 가장 비슷한 역할이 사도쯤 되지 않나 하시더군요. 

    성경에서 목사는 성령의 은사중에 하나로 나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최소한 성경에서 찾는다면요. 

    꼭 찾는다고 하면  급료를 받으면서 교회를 돌보았던 장로쯤 될것입니다. 


    교회는 목사에 대한 비상식적인 기대치를 버리고 

    교인 스스로가 가르치고 봉사하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현대 신학교에서는 목사는 equipter라고 가르칩니다. 

    신자를 준비시키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목사와 소위 "일반교인"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목회 하겠다는 결심으로 신학교 4년 혹은 대학원까지 공부한 것 외에 차이가 없습니다. 

    신학교 4년 다닌다고 유전자가 달라집니까?  

    수많은 신학생들과 목사들이 자신이 원하는 지에 상관없이, 교회가 바라는 사람이 되기 위해 

    결코 성취할수 없는...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오늘도 죄책감 속에 살아갑니다. 

    그래서 많은 목사들이 자의로 또는 타의로 위선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난센스를 제발 그만 두시기 바랍니다. 


    어느 기관이나 책임을 맡은 사람에게는 기대하는것이 있습니다. 

    목사는 전문화된 현대 사회의 필요를 위해 태어난 전문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상에서도 전문인을 그 분야에 관해서 인정하고 존경하듯이

    목사도 그가 교회의 지도자로 교육받았기에 존중하고 인정해 주어야 할것입니다. 

    아플때는 의사를 찾아가고 주방에 물이 셀때는 플러머가 너무나 멋져 보이듯 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람이 목사만이 아니고 

    교회를 돌보도록 부름받은 사람이 목사만이 아니고

    말씀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목사만이 아니고

    목사만 기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도덕적 고결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목사만이 아니고

    선행을 하는 사람이 목사만이 아닌데. 

    왜... 도대체 왜... 

    목사에게 인간이 감당할수 있는 것 이상의 책임과 기대치를 지우고

    거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그렇게들 실망을 하시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왜.. 무슨 근거로... 


    목사들도 무슨 근거로 교인들에게 성경이 주지않은 권위와 존경을 요구하시는지. 

    자신과 가족은 다 아는데 교인들만 모르는 껍질속에 자기를 감추고

    연기들을 하시는지.. 


    목사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가 목사에게 맡겨버렸던 일에 동참하십시오. 

    목사들도 자기들의 특권의식과 근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낮은데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 ?
    목동 2012.01.22 20:57

    깊이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자기들의 특권의식과 근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낮은데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민초에서 그나마 숨다운 숨을 쉽니다 

  • ?
    과객 2012.01.23 04:32

    좋은 글 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4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7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5
2785 그놈이...누구 ?? 입니까 (필 님) 1 깃대봉 2012.02.10 1347
2784 구원 이란! 바이블 2012.02.10 1047
2783 구원이라는거.... 22 snow 2012.02.10 1429
2782 고한실씨와 한국재림교회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삼보일~~퍽!!! 15 필리페 2012.02.09 2919
2781 남아야 할것인가, 떠나야 할것인가.. 참말로 고민일세.. 11 김 성 진 2012.02.09 1489
2780 내가 여기 살고 싶어서 있는 줄 아는가 가고 싶어도 정 때문에 산다 4 로산 2012.02.09 1670
2779 혼자 읽기 너무 안타까워서 나그네 2012.02.09 1164
2778 나의 갈길 다가도록(고 정동심목사 회고록 연재)#17 5 정태국 2012.02.09 1443
2777 Think & Thank 2 fm 2012.02.09 1291
2776 로산 장로님, 라면보다 더 소화 안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아세요? 2 김주영 2012.02.09 1695
2775 암웨이(Amway) 구원 14 김주영 2012.02.09 2167
2774 로마린다 교인 2세 변호사 미 의회 출마 1 김석군 2012.02.08 1836
2773 내가 잘 먹는 음식인데....... 로산 2012.02.08 1235
2772 한미 FTA= 뿔난 이유들 3 로산 2012.02.08 1330
2771 또 다른 새로운 예언 1 로산 2012.02.08 1277
2770 또다른 예언 바이블 2012.02.08 1199
2769 또하나 예언 바이블 2012.02.08 1226
2768 나는 오늘 예언한다. 1 바이블 2012.02.08 1216
2767 성경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10 김주영 2012.02.07 1612
2766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드리는 대부분의 기도는 응답받지 않습니다. 5 김원일 2012.02.07 1611
2765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6 1 정태국 2012.02.07 1514
2764 박원순한테 개××? 이게 울나라 극우목사 수준입니다! 9 서프라이즈 2012.02.07 1475
2763 소망에 대하여 - 천국이 아니다 3 아기자기 2012.02.06 1615
2762 다시 재림운동을 해야 할 때 I ,II - 저는 하용판 전도사님이 침례요한의 마음과 합한 분같읍니다. 1 J J 2012.02.05 2360
2761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5 1 정태국 2012.02.05 1509
2760 낚시하는 노인네 5 강철호 2012.02.04 1451
2759 제발 좀 배워라 ! 3 김주영 2012.02.04 1916
2758 평화교류협의회 총회를 알려드립니다. 2 명지원 2012.02.04 1588
2757 박명호가 마귀라고? 우끼고 자빠졌네 4 유재춘 2012.02.03 1828
2756 "조중동" 의 실체 2 필리페 2012.02.03 1646
2755 안식일에 대한 명 설교(퍼옴) 김기대 2012.02.03 1471
2754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4 2 정태국 2012.02.03 1284
2753 사랑에 대하여 - 에로영화 촬영불가 상영금지 4 아기자기 2012.02.01 2189
2752 소금만 먹다 병이 난 사람 돌베개 2012.02.01 1423
2751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3 2 정태국 2012.02.01 1443
2750 가인과 아벨 로산 2012.01.30 1622
2749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2 1 RayC 2012.01.30 1740
2748 울지마 톤즈 병원 세워진다. 1 에르미 2012.01.29 1523
2747 소아청소년과 8 로산 2012.01.29 1586
2746 진실 그리고 가짜, 언젠가는 밝혀질까? 2 로산 2012.01.28 1584
2745 정씨가 계룡산에서 2 로산 2012.01.28 1808
2744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 #11 3 정태국 2012.01.28 1596
2743 뉴스타파 1회 (KBS, MBC, SBS, YTN에 안 나오는 뉴스. 대안언론) - 대한민국이 보인다 2 서프라이즈 2012.01.28 2052
2742 민초 로그인과 글 올리기에 대해서 4 기술 담당자 2012.01.27 1474
2741 님은 날 잃었어요 <알림 : 저의 닉네임을 "나비"에서 "아기자기"로 변경했기에 "나비"로 올렸던 모든 글의 닉을 "아기자기"로 바꾸었습니다.^^> 나비 2012.01.26 1511
2740 이것이 진짜 한국인들의 모습? 1 타향살이 2012.01.26 1787
2739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10 1 정태국 2012.01.25 1662
2738 어쩔건데? 죽여 놓고........ 1 로산 2012.01.24 1722
2737 수고하시는 관리자님께 - 홈페이지 layout에 관하여 4 의견 2012.01.24 1400
2736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1 기도 2012.01.24 3119
2735 요한계시록 읽기 정용S 2012.01.24 1672
2734 정봉주 오마주? 수인복 입고 MB 조각상을 망치로… 4 자유 2012.01.24 1695
2733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9 1 정태국 2012.01.23 1765
2732 한지붕 세가족 (퍼옴 신완식의 목양노트) 4 새소망 2012.01.23 1932
2731 진실을 말 하지 못하고 죽은 신 목사 3 강철호 2012.01.23 2154
2730 베리블랙, 윈틀리 핍스 목사 재림교회의 교만에 대해 말하다 2 펌글 2012.01.22 5823
» 목사와 선비 3 병선 2012.01.22 1607
2728 계시란 무엇인가 정용S 2012.01.22 1448
2727 MB 손녀의 몽클레어패딩과 노무현 손녀의 샌들 2 비교 2012.01.22 2224
2726 답답한 마음으로 한마디 bystander 2012.01.21 1494
2725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8 1 정태국 2012.01.21 1495
2724 King's Heralds - Be Still, My Soul 1.5세 2012.01.20 35097
2723 구원은 소유인가 존재인가? 2 정용S 2012.01.20 1326
2722 변상욱 “<조선> ‘장자연 물타기’하려 ‘천안함’ 날조?” 서프라이즈 2012.01.19 1477
2721 로산님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냐요? 6 로멘스 2012.01.19 1463
2720 나의 갈길 다가도록 (고 정동심 목사 회고록 연재)#7 2 정태국 2012.01.19 1657
2719 I Paid All fm 2012.01.18 1343
2718 에이 된장.. 퉤 ! 9 김 성 진 2012.01.18 1866
2717 김성진님이 정말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 3 만수대 2012.01.18 1447
2716 지도부의 입장.. chosinja 님께.. 5 김 성 진 2012.01.18 1238
Board Pagination Prev 1 ... 181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 19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