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목사

by 깨알 posted Jul 17, 2016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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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금식이 주는 고통을 느꼈다.

곡기가 단절되자 몸 주파수가 이상반응이 왔다.


그녀는 단식으로 몸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

우연히 읽은 책 ‘단식의 위력’을 읽고 그녀는 몸 살리기에 올인 하게 되었다.

쇠약해 가던 수연은 독하게 마음먹고 극기의 길로 들어섰다.


단식을 실행하기로 하고 절과 기도원을 저울질하다가

기도원을 찾게 된 것이다.


수연은 탈진하였다. 배가 비니 머리도 비었다.

머리가 비니 모든 상황을 편견 없이 보게 되었다.

사람의 움직임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 수연의 눈으로 들어왔다.


수연은 바닥에 누워서 식당을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식당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거의 절박하고 위중한 사람들이었다.

수연은 기도원에서 하루를 보내자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무신론자이다.”는 말이 생각났다.

고매한 현담은 벌벌 떨어대는 사람들을 목격하며 더욱 실감이 났다.


“이 사람들은 뭔가?”

신을 믿는 사람들?


수연의 눈에는 허상의 가상설정 같았다.

생각 없는 사람들의 무식한 자아도취로 보였다.


나무 밑에서 빌던 민생들이  안락한 자리이동을 한 것으로 여겨졌다.

수연은 스스로를 측은히 여겼지만 이 사람들은 더욱 문제로 보였다.


길게 누운 채로 생각에 빠진 그녀에게 점쟁이 집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풍 맞은 시누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힘들지, 아가씨?

네.


무슨 운동했나 봐?

네, 농구했어요.


어째 훤칠하다 했지. 이런 델 다 왔네.


다시 보는 아줌마는 펑퍼짐에 옥니박이였다.

매력 없는 분위기였지만 반말 투의 신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는 점집을 정리하고 집사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무용담으로 늘어놓았다.

자기는 방언은 띠었고 이제 방언 통역 은사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저기 간증을 다닌다며 능력받기 위해 이곳을 자주 온다고 자랑하였다.

이어 다시 집회가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기도원 원장목사가 나올 예정이었다.

그가 나오기 전까지 열정적으로 찬송을 이삼십 분을 불러대었다.

기타, 드럼, 건반의 3인조 밴드의 현란한 사운드가 강당을 채워 나갔다.


찬송인도자는 손뼉과 탁자를 쳐가며 흥겹게 진행하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두 분이 일어서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찬송가 춤과 TV에서 보던 콜라텍 춤과 분위기가 똑같았다.


춤을 추며 가끔 “주여, 주여” 하는 것만이 콜라텍과 달랐다. 분위기는 한층 달구어져 가며 춤추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찬송인도자가 “주여 삼창하고 통성 기도합시다.” 하였다.

분위기는 새롭게 고조되어갔다.


사회자는 거친 억양으로 믿습니다와 예수를 연신 반복하였다.

방언의 광풍이 강당을 흠뻑 데운 후에야 원장이 나왔다.


사회자는 40일 금식하시고 은사와 치유로 무장하신 불의 사자라고 거창하게 소개하였다.

별 특징 없이 생긴 원장 목사는 흰 양복에 흰 구두를 신고 머리에 기름을 윤기 나게 바르고 단상으로 나왔다. 원장이 나오자 휠체어와 목발 집은 사람, 풍 맞은 사람들, 위중한 사람들이 제 1열로 바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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