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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도 없었다.
해일도 없었다.
머나먼 망망대해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때같은 수백 명 우리의 자식들은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착하게, 아주 착하게 서서히 수장되었다.

그날이 그저 한바탕 악몽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날이 그저 끔찍한 가위눌림에 불과할 뿐이었다면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스스로 지옥호에 갇히기 시작한 것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 모두 자살 증가율 세계 1위 죽음의 왕국에서
숨 껄떡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노후한 민간 여객선
노년의 비정규직 선장과 비정규직 직원들
뒷거래로 이루어진 불법 선박 개조와 선적
수학여행 길에 오른 열일곱 청춘의 삶을 몰살한
총체적 인재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짧고도 긴 시간 동안
국가 재난 시스템은 정지 상태
그날 이후 열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그 자체이다.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흩어지고 위장하고 책임 밀어내기로 벌거벗고 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자신보다 친구를 살리고 제자를 살리고 승객을 살렸던 사람들
생애 마지막 순간
경기도 안산, 노동자와 서민의 자식들은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동생 옷 빌려와 돌려주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죽은 육신 찾기 쉽도록
학생증 손에 움켜쥐고
구명조끼의 끈을 서로 묶고 마지막 길을 함께 갔다.
천국은 여기에 있었다.

자본과 이윤 추구의 노예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 내 이웃이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온 내 삶이 과연 행복했냐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찢어지게 행복할 것 같으냐고
남아 있는 자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용산 남일당 건물 철거민의 학살에 대하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과 죽음의 행렬에 대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하루살이 삶에 대하여
땀 흘려 일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농민들의 한숨에 대하여
밀양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백주대낮 국가 폭력에 대하여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줄 세우기 입시 지옥을 살아가다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자해하는 아이들의 삶에 대하여

내가 진정으로 한 생명의 아픔 앞에서
얼마나 같이 아파했었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니, 물어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지옥 세상에서
아이들은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개쩔어, 개웃겨, 개재수, 개짜증, 개밥맛, 개지랄, 개 개 개 개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아름다운 남해 앞바다에서
그 개잘난 어른들 때문에
열일곱 나이에 집단 개죽음마저 당했다.

차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 갇혀 있는 우리네 삶의 조건
사람과 생명보다 자본과 이윤이 우선인
또 다른 세월호인 이 막장 자본주의 괴물선에서
그들이 안내방송 하는 대로 얌전히 선실에 대기하다 한 생 살다갈까
국가 재난시스템을 믿고
수백 명 구조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얌전히 기다려야지
미개한 국민처럼 징징대지 말라고 충고하는 대로 살아줄까

봄꽃과 신록이 눈부신 사월의 대지
이 눈부신 대자연 앞에서
나와 내 자식들이 지금 행복하게 사는 삶을
아직도 두려워만 할 것인가

구명보트 모두 펼쳐 함께 타고
구명조끼 끈 함께 묶고
저 침몰하는 천박한 자본의 괴물선에서
모두 함께 뛰어내린다면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저 사월의 눈부신 대지로 나갈 수 있다면

이 악몽의 끝이 그렇게만 된다면
자본이 주인인 세상을 벗겨내고
경쟁보다 협력,
사람과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낸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식들의 죽음에서 ‘개’자를 때어 버릴 수 있으리라

천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죽음으로 말해준
지상의 천국, 옆 사람과 잡은 손이 빛이요 길이다.



세월호 침몰,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아버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한 아버지가 자식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조연희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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