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4.05.01 11:26

해피아와 핵피아

조회 수 8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해피아'와 '핵마피아', 얼마나 다른가

[편집국에서] 우리는 ‘안전 불감증’을 탓할 자격이 있는가

성현석 기자  article_ico_mail.gif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5.01 13:40:12

 

설계 수명이 다 해서 가동이 중단됐던 설비를 앞으로 10년 간 더 사용하기로 했다. 사고 위험에 대한 감독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불량 부품을 쓰고 돈을 받는 비리가 잇따라 터졌다. 경영진부터 말단직원까지 연루된 조직범죄다. 관료와 전문가들이 한통속으로 뭉쳐 있다. 음지에서 이권을 쫓는 마피아처럼, 이들 역시 시민의 감시와 견제 바깥에 있다. 산업 부양을 담당하는 기구와 안전 관리를 맡는 기구가 서로 견제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안전을 챙기는 쪽은 힘이 없다. 

어떤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빚은 해운감독 체계를 떠올릴 게다. 실은 원자력 발전소(핵발전소) 이야기다.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면, 그 피해 규모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능가한다. 좁은 국토 안에 원전이 밀집해 있는 탓이다. 또 잦은 지진을 겪은 일본에 비해, 한국은 방재 기술과 인프라가 취약하다. 

이런 사정을 다들 안다. 무분별한 원전 확대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과거보다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다. 원전 안전을 감시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원전 확대론자가 다수다. 예컨대 새누리당이 추천한 원자력안전위원인 임창생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은 대표적인 ‘핵마피아’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총선 당시 여성 비례대표 1번으로 원자력 전문가를 배치했었다. 원자력을 ‘제3의 불’로 칭송하던 박정희 정부 시절의 인식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원전 확대를 정말 강하게 요구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 재벌이다. 후쿠시마 참사 이후, 일본 사회에 몰아닥친 반핵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분주히 움직인 세력이 일본 재계인 것과 비슷하다. 특히 한국은 산업용 전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게 유지돼 왔다. 전기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느라 생긴 비용은, 돌고 돌아 결국 다수 국민에게 돌아온다. 반면, 값싼 전기로 혜택을 본 대기업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질 기미는 없다. 원자력이건, 석탄이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게 그들에게 이익이다. 

다수 시민 역시 원전 문제에 대해선 조금씩 공범 관계다. 재벌, 그리고 그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세력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지금처럼 전기를 펑펑 쓰는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작은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는 언젠가 거대한 청구서가 돼 돌아올 게다. 아니, 지금도 누군가가 그 비용을 대신 내고 있다. 송전탑 문제로 싸우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표적이다. 전기 소비량이 극히 적은 그들은 전기를 낭비하는 대도시 사람들을 위해 희생을 강요받는다. 약자에게 위험과 책임을 떠넘기는, 우리 사회의 공식은 여기서도 되풀이 된다. 

다들 세월호 선장을 욕한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그는 가장 힘이 센 자였다. 그는 약하고 고분고분한 순서대로 위험을 떠넘겼다. 반면, 선장과 가까운 순서대로 살아남았다. 배를 벗어나는 순간, 선장은 강자가 아니다. 박봉의 계약직일 뿐이다. 그제야 그는 책임 추궁을 듣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곳곳에서 안전 불감증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원전 부품 비리가 그토록 심각했지만, 우리는 조용했다. 감시 체계 바깥에서 이권을 탐하는 관료와 전문가들을 ‘핵마피아’라며 조롱했으나, 그저 그뿐이었다. 그랬던 우리가 ‘해피아’, ‘관피아’를 비난하고 나선다. 대기업과 대도시 사람들이 값 싼 전기를 쓰는 대가를 대신 뒤집어 쓴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여전히 고립돼 있다. 누구나 안다. 정부과 한전이 보기에 그들이 가장 만만해 보이므로, 그들이 희생양이 됐다는 걸. 서울 강남에 송전탑이 지날 리 없는 건 그래서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분고분한 아이들에게 위험을 떠넘긴 선장을 욕한다. 참으로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묻고 싶다. 

우리는 ‘안전 불감증’을 탓할 자격이 있는가.

▲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노인. ⓒ프레시안(최형락)

▲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노인. ⓒ프레시안(최형락)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475 한심두심님, 한 가지는 맞았고 3가지는 틀린다고 아뢰는 바입니다( 건강과 예언 전도 문제) 3 KT 2011.06.17 1714
474 한심한 기독교인들 로산 2010.12.18 2283
473 한심한 기자들 시사인 2013.10.06 1801
472 한이 서린 승리의 피아노 연주 최종오 2012.07.04 1920
471 한인 분들이라면 필요한 곳 file 지은이 2011.03.26 8319
470 한인 안식교인 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11 아기자기 2014.12.21 783
469 한일장신대 차정식 교수, 심리학적으로 김철홍교수 비평 신장 2015.11.07 157
468 한지붕 세가족 (퍼옴 신완식의 목양노트) 4 새소망 2012.01.23 1932
467 한철호장군의 천안함 설명 국민진실극 2011.03.28 6291
466 한치 앞도 못 내다 본 선지자 7 로산 2011.09.21 1924
465 한탄스러운 현실 17 김운혁 2014.07.19 787
464 할 수 있는 한 나쁜 짓은 다 하고 살자 8 김균 2013.06.26 1512
463 할 일 드럽게도 없네..!!! 2 김 성 진 2011.06.02 1486
462 할 일 없는 행정위원들이 한 일들 2 arirang 2010.11.25 1475
461 할레와 행위에 대해서 올립니다 2 하주민 2014.10.20 508
460 할렐루야 1 나그네 2011.02.18 1707
459 할렐루야 핸드벨 앙상블 - 민스다 모든 가족에게 드립니다. . 1 잠 수 2010.12.23 2278
458 할렐루야! 삼육외국어학원교회 선한사마리아 2011.10.15 2099
457 할렐루야!!! 아리송 2012.12.19 1182
456 할례, 금기 음식, 안식일 3 해람 2012.10.24 1633
455 할만큼 했거든 !!! 9 김 성 진 2012.07.13 3894
454 할매 니 머라카노. 니 노망 묵었나.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이 할망구야. 9 김원일 2012.10.27 1773
453 할매 듣그라 (FB(fallbaram) 듣그라! 에 대한 대답) 2 fallbaram 2014.03.24 1162
452 할매녀언아, 듣거라. 5 하나님 2014.03.25 1301
451 할매수녀의 귀환 4 여적 2016.02.02 134
450 할매여, 나는 그대의 된장찌개보다 예수의 소주 한 잔이 그립다. 9 김원일 2012.10.27 1603
449 할수 없는 이 의인 5 justbecause 2015.01.24 440
448 할수 있는게 이것 뿐이다 투표 2014.06.03 925
447 할아버지 00가 자꾸 때려요 1 김균 2014.05.06 1111
446 할아버지와 손자 1 할아버지 세대 2014.10.18 453
445 할아비와 손녀의 대결 효녀 2016.01.07 99
444 할일이 없으니 1 팍팍한 이 2014.12.18 398
443 함께 얼싸안고 5 file 박성술. 2016.06.20 176
442 함께 걸어요 우리 2015.08.31 85
441 함께할 줄 아는사람 2 잠수 2014.12.16 488
440 함세웅 신부 “조선일보 없애달라 하느님께 기도한다” 기도 2015.05.26 217
439 합법인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정보공개청구'를 해 사실 정보를 얻어 싸우세요. 2 file 정말 오래만 2016.03.08 88
438 합회발 유언비어 2 - "부시와 오바마도 일요일 법을 제정해야 함을 안다" 1 단장 2015.02.21 442
437 항문성교와 건강 위험 1 의문 2016.07.05 136
436 항상 미국이 문제아야 미국 꺼져라 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 꼴도 보기 싫은 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미국 확 망해라 민주주의를 가장한 강도 노략질 국가 미국 1 중요사항 2014.09.17 663
435 해 넘어가고 어둠 덮히니 익영 2011.03.19 5048
434 해,달,별 창조.. 답답하네요. 김금복님의 말을 들으세요. 11 김금복 2013.01.24 2683
433 해결했습니다 2 로산 2011.10.25 1455
432 해군함정, 세월호 사고 인지하기 전에 현장에 있었다? 4 민의 2015.10.03 150
431 해맑은 미소 아침이슬 2015.09.23 125
430 해방 70년 특별기획 '친일과 망각' : 1부 친일 후손 1177 광복 2015.08.19 112
429 해방 신학에 대한 내 견해 2 로산 2010.11.27 2059
428 해병대 면접과 교황권 12 아침햇살 2012.04.02 3960
427 해볼까? 해 보자! 3 2015.05.02 141
426 해수부 공무원이 세월호 유가족 고발 ‘사주’…‘배후’ 있나? 진실한근혜씨 2016.01.24 45
425 해아래 새것이 없나니”(전1:9) 11 김균 2013.07.26 1307
424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 3 목요클럽 2013.11.27 1586
423 해와 달의 징조 2 김운혁 2014.07.21 755
422 해와 달의 징조? 6 김운혁 2014.03.31 1205
421 해외 韓人 학자들 "세월호 시행령, 위법적 내용" 노란리본 2015.05.10 244
420 해외 한국사 교수와의 Interview 한국사 2015.10.23 97
419 해월유록 서문 문 명 2012.04.01 3034
418 해월유록(海月遺錄)에서 발췌 - "도하지(道下止)"와 "정도령(鄭道令)"의 관계 1 현민 2013.05.23 3268
417 해월유록(海月遺錄)에서 발췌 / 정도령이 공자님 말씀대로 나이 50에 천명을 받았다는데... 현민 2013.06.29 1660
416 해월유록(海月遺錄)에서 발췌 / 하나님은 진인(眞人)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천명(天命)을 내렸나 1 현민 2013.06.02 1608
415 해월유록(海月遺錄)에서 발췌.... "천명(天命)"에 대하여 현민 2013.06.02 1498
414 해월유록(海月遺錄)중에서... 정감록(鄭鑑錄)이란? 1 현민 2014.02.11 1036
413 해월유록(海月遺錄)중에서...하나님의 나이 70세에 구세주를 낚다(찾다) 마치 문왕(文王)을 낚은 강태공처럼 현민 2013.06.29 1498
» 해피아와 핵피아 시사인 2014.05.01 835
411 해학과 감동의 어우러진 사무엘서 해설. 1 최종오 2014.07.07 841
410 핵발전소를 수출하면서 북한 핵을 벌벌 떠는 나라 시사인 2014.05.25 841
409 핵심잃은 갈라디아 연구 3 바이블 2011.12.03 1090
408 핸드폰 한 개 해 먹었나? 김균 2015.07.18 263
407 햇까닥한 허당깨 지게 작대기 헛매질 하다 자빠지는 소리 2 아기자기 2013.07.28 1503
406 행님아 님께 3 바다 2011.12.11 1408
Board Pagination Prev 1 ... 214 215 216 217 218 219 220 221 222 223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