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80년 5.18을 겪으며 오른쪽 젖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스물 두엇의 나이에 약정된 길을 가는 것처럼 운명적 당위처럼 함께 한 운동권 친구들의 주검을 가슴에 묻은 채 버거운 생을 살아왔다 미래는 언제나 공백으로 비어 있었고 5.18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79년 1월18일 입영 전날 밤 송정리역까지 따라와 전송해 주었던 그녀, 이듬해 봄 오월의 강을 건너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바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후로, 30여년이 지나 한 줄기 빛의 흔적을 발견할 때까지 그녀에 대한 소식의 잔해들을 어디에서도 줍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해독되지 않는 고통 앞에서 지난 세월동안 누구보다도 더 부끄러워하고 누구보다도 더 아파하며 조팝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 속의 그녀를 절망의 눈치를 보며 내 마음 canvas에 그려왔다 밤보다 낮이 더 어두웠던 시대, 우리가 꿈꾸던 푸른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 갔었고 어둠에 쫒기던 봄날도 햇살의 열기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시절 그녀는 내게 한 겹씩 열리는 꽃잎이었다 내 안을 적셔 흐르는 향기로운 선율이었다 습한 바람에 기침이 쏟아진다 악랄한 오월이 짓밟고 간, 세월의 지우개로도 지울 수 없었던 아픈 기억들을 각혈하듯
한 차례 비라도 내리려나 눅눅해진 내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