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자 예수

by 김주영 posted Jun 25, 2016 Likes 0 Replies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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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재림의 허락' 인 요한 14:1-3 을 외웠다. 

예수님은 어디 계시나?  하늘에.

하늘에서 뭐하시나?  우리 살 곳을 만들고 계시지


중고등학교 시절은

온통 임박한 환란과 종말론으로 가득 찼었다. 

사회가 불안해서 그랬는지 세기말이어서 그랬는지. 

신학과 교수님들로부터 불어 온 바람으로 

교인들 중에 시골생활 열풍도 불었다. 

고 2 겨울방학 고 3 여름방학에도 시골생활 공동체를 기웃거렸었다. 

한 곳의 지도자는 밤에 나를 그의 방에 불러 예언의 신을 펴 놓고

학교를 그만 두라고 했다. 


예수는 이 땅에 계시지 않았다. 

하늘에 계셨고

곧 오실 것이었다. 


신학교에서도

예수는 역시 목마르게 기다릴 분으로 가르쳐졌다. 

70년대 말에 포드 사건으로 미국SDA에 지진이 있었다지만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82-86) 에 신학과에서는

그런 얘기 일절 없었다. 


성소론은 구약의 표상 연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림자에 색칠하기였다.

이미 본체가 온지 오래 되었는데

구약의 그림자가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를  새삼스럽게 얘기하고 있었다. 


다니엘서를 가르치던 송권 목사님이 

단 8:14 해석에 대해 이런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나

아무도 그것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우리의 성소신학은

하늘에 계신 예수께서 무엇을 하시나에 대한 설명인 것으로 한 때 받아들이기도 했다. 

'우리 있을 곳을 지으시는' 일을 2천년 동안 하시는 건 좀 그렇고

그 오랜 동안 

대제사장 직분을 수행하시는구나.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는구나.

그게 하늘에서 그분이 하시는 일이로구나. 

다른 교파들은 이것을 제대로 모르는가보구나. 


1844년 이후에는 대속죄일 봉사를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된 가르침이 없었다. 


모든 성도들에 대한 궐석재판이라고 하기도 했고 

죄를 '도말' 하는 모종의 절차를 수행하시는 것이라고도 했고

타락하지 않은 우주거민들에 대해 당신의 공의와 사랑을 옹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어쨌거나

1844년으로 게임의 전, 후반 연장전까지 규정된 시간은 다 끝났다고 했다. 

이제는 루스타임이다 

언제 경기종료 휘슬이 불려질지 모른다. 


예수는 이 땅에 계시지 않았다. 

하늘에서 우리를 중보하고 계셨고

이 땅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타락하지 않은 우주 거민들'을 상대하고 계셨다. 


예수 대신 다른 보혜사로 오신 성령은

Babysitter  였다. 

엄마는 문안에 가시면서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시고 

자신과 아주 닮은 babysitter 를 두고 가셨다

이 베비시터와 잘 놀고 있어야 한다

(이 베비시터 이야기는 내가 세미나리 시절 어느 교회에서 설교한 내용이다.  부끄럽기 그지 없다)


서기 2000 년을 맞을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예수는 이 땅에 계시지 않았다. 

우리를 두고 가셨고

언젠가는 다시 올 것이었다. 

특히 1844년이 지난 지금

정말로 곧 오실 것이었다. 


이렇게 믿는 나의 교회는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다잡고 '준비' 하는게 다였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문화 사회 경제 정치는

가이사의 것이었고 

인간들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세상사람들의 일이라

우리가 관심을 갖거나 간섭할 것도 아니었고

가담할 일은 더욱 아니었다. 


남은 교회,  이 우리끼리의 공동체는

그 자체로 우리의 사회요 세상이요 우주였다. 

여기서 나고 자라고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또 2, 3 세를 여기서 그렇게 키웠고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된 나의 친구들, 선후배들은

교단에서 노력과 성공과 좌절을 해 가며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개념들을 이야기하며 때때로 열을 올리고

이 필요충분한 공동체만 섬기며 살고 있다. 


'사회' 로 진출한 친구들은

대부분 교회생활/신앙생활도 접었다. 


예수는 이 땅에 계시지 않았다. 

우리를 두고 가셨고

저 하늘 위에서 대제사장으로서 마지막 국면의 작업을 수행하고 계시는데

사단과 우주거민들과의 무슨 사연이 해결되면

곧 오신다고 했다. 


-----


예수께서 이 땅을 떠나지 않으셨음을 깨달은 것은

아니 예수께서 이미 다시 오셨음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오랜 후의 일이었다. 


예수께서 약속하신 그 오심은

아버지와 성령과  함께 우리와 거처를 함께 하신다 하신 그것은 

이미 지금 여기 와 계신 것임을 안 것은

요한복음을 다시 읽으면서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땅에 임재하심으로 주의 나라가 여기 있고

여기 이 땅에서 지금도 맹렬히 일하심으로 

그분의 뜻이 여기서 이루어지고

여기 이 땅에서  그분이 관심하고 간섭하고 가담하시는 일에 

나도 관심하고 간섭하고 가담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특권인지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오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무리라는 나의 공동체 말고도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나라의 일을 하는 기독자들이 많음도 알게 되었고

예수의 이름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분의 일을 하는 그분의 백성들이 도처에 억수로 많음을 알고

기뻐하게도 되었다. 


따라서

고아처럼 살거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것을 믿음으로 여기거나

뭔지 모르지만 '준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줄 아는 것 없는 무력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지 않고

지금 이 땅에 

나와 함께 계신 예수와 멍에를 같이 지고 일하는 것이

나의 쉼이요 나의 일임을 알게 되었다. 


박성술님이

"조사심판으로 손해 본 것 있습니까" 라고 물으셨는데

이에 대한 긴 답이 될 수 있겠다. 


지금 이 땅에 나와 함께 우리와 함께 계신 예수를

어려서부터 배워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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