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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해!



김영현의 「등꽃」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80년대 이른바 학생운동권 출신인 진태와 유선이라는 두 남녀가 시위, 체포, 구금의 험한 파도를 넘어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그들이 이혼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진태와 유선의 눈물겨운 결혼을 지켜봤던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진태를 불러놓고 일종에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진태를 향해 질타와 회유, 충고와 위로를 하기 위해 잔뜩 준비하고 있는 그 자리에서 진태는 가까스로 무거운 입을 엽니다. 


그리움을 잃어버린 시대

"너희들....그리움이란 말 아니?"
이렇게 시작된 진태의 고백이 계속됩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문득 그 말이 떠오르지 뭔가... 아이들은 학교로 가고, 아내도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론가 나가고 없었지, 창문으로 햇빛이 투명하게 들어오고 있었고, 그때 내 가슴속으로 어떤 계시처럼 그 말이 떠올랐던 거야.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귀중한 이야기처럼, 그리움이란 단어가... 그러자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알겠니? 눈물이... 그리고 그동안, 세상 살아오는 동안 말이야, 참 많이도 버둥거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 날 아침, 나는 문득 깨달았지. 

내 가슴속에 그렇게 살아오는 동안, 어느샌가 그리움이란 것이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그리워해야 할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걸 알고 부턴 참 견디기 힘들어져 버렸어. 내 가슴속에 그리움이 없다니...난 그걸 믿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서 난 매일 그리움에 대해 생각을 했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혹시 내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그리움이라도 있었다면 그게 무엇이었던가 하고 말이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 보았지. 당신은 무엇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느냐고...다들 웃더군, 그리움 같은 케케묵은 말을 꺼낸다고 말이야!

그럴 거야 나라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을 테니까. 그러나 나는 알았지, 그리움이 없다는 말은 곧,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같다는 것을.... 일상의 쾌락과 안락함이 결코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냉장고도, 텔레비전도, 스물아홉평 아파트도, 심지어는 가족들까지도, 그저 편안함과, 국외자가 되기 싫은 안전장치의 한 부분일 뿐 결코 그리움의 대상은 아니라는 사실도...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모두 그리움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그 날 아침 이 후,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갑자기 시시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버린 거야. 아무런 그리움 없이, 그저 일상의 행복을 좇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말이야."

결국 그 날 친구들은 느닷없이 그리움이라는 "참으로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운 화두"만 받아 안고 술에 엉망으로 취해 흩어졌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화자인 '나'가 진태 결혼식 날 보았던 보랏빛 등꽃이 떠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이렇게 끝나지만 그리움을 잃어버린 삶에 회의를 느끼며 괴로워하는 진태의 모습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움의 실체

나는 요즈음 그리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니, 그리운 게 너무 많습니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정 깊은 친구가 그립고, 서로 눈물겹게 기대어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숲이 그립고, 가슴 벅차게 밀려오는 영혼의 음악이 그립고... 갈릴리 예수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이러한 그리움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그리움은 눈에 보이는 그 어떤 세계가 아니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머릿속으로 계산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아닙니다. 인간의 욕망과도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리움은 그 자체로 순수하고, 맑고 선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흙을 그리워한다든지, 어머니, 고향, 들꽃, 산, 바다, 별,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말은 해도 돈, 명예, 권력, 텔레비전, 컴퓨터를 그리워한다는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은 순수함, 사랑, 아름다움.... 이런 것들하고만 통합니다.

또한 그리움은 하나입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 자연에 대한 그리움, 하나님에 대한 그리움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지요. 어떤 그리움이든 그것은 하나님을 향해 있고 종당에 가서는 하나님께 대한 그리움으로 만나지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리움입니다.

'그림'은 '그리움'이다

얼마전 한 음악단체를 이끌고 있는 예술원 원장과 함께 숲 속에서 그림을 하는 친구의 화실을 찾았습니다. 예술 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가 오고가는 중에 화가인 친구가 아주 충격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난 미술을 하고 있지만 '미술'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술'이라는 말인데 예술은 기교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이 있어야 합니다. 원래'그림'이란 말은 '그리움'에서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술'대신 '그림'이란 말을 줄겨 사용합니다." 그리고 나를 행해서 하는 말이"'그리움' 없으면 '그림' 못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이란 말이 '그리움'에서 왔다는 것에 왠지 가슴이 설레었는데, '그리움' 없으면 '그림'못한다는 말에 완전히 넋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 말을 받아 맞장구를 쳤습니다. '어,그래, 목회도 그리움 없이는 못해!'. 사랑과 은혜에 대한, 진리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 없이 어떻게 목회를 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무엇을 하든 그리움 없는 삶이란 그 자체로 불행합니다.

구약성서에서 전도서 기자는 인간 실존을 본질적으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전 3:11).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이고, 영원을 사모하는 존재라는 것이죠.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 즉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그리워하는 것이 신앙이요, 그리움으로 사는 사람만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마다 눈물겹고 온통 그리움으로 가득찬 것을 보니 가을입니다. 이토록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그리운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며', "'그리움'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해!"라고 행복한 투정이라도 부려보지 않겠습니까? 

장병용/ 등불교회 목사










  • ?
    김원일 2016.06.25 14:40

    아, 제발 이런 기똥찬 글 좀 자주 쓰거나 퍼다 올리자.

    얼마나 그리운^^ 글인가.
    민초여!

  • ?
    fallbaram 2016.06.25 14:54
    예수를 사무치게 그리워 하는 자는
    복이있나니
    예수가 저희 것임이요

    엿장수가 가위를 던져버리고
    "아!제발" 하기는 얼마나
    오랫만인가


    기분 좋은 글

    소리없이
    기분 좋은 날

    가위가 필요 없는 날?
  • ?
    김원일 2016.06.25 15:03

    "정치적" 사족 하나.

    진태가 더는 "그리움"이 없는 삶을 살게 되었다면
    그건 그가 운동권 시절에 꾸었던 꿈이 그만하면 이루어졌다고 착각했거나
    일정 부분 이루어지긴 했어도 아직 먼 길이 남아 있기는 한데
    그 길은 옛날처럼 부푼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일 듯.

    어쩌면 그는 혁명의 의미를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자본주의 체제 파도에 압도당해 그 앞에 무릎을 꿇었을지도.

    마르크스와 트로츠키가 제창한 "영구혁명"에 대해 

    그는 더 공부했어야 할지도.

    "그리움"의 있고 없음이란
    우리가 몸담아 사는 사회나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기본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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