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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전쟁을 원하십니까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산 지 몇 해. 전쟁, 전쟁 소리가 다시 귓전을 때린다. 전쟁이 두렵지 않다고 외치는 사람들 은 정말 그런 것일까.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말로는 북진통일을 외쳤다가 실제로 전면전이 벌어지자 한강 다리를 끊은 채 도주한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의용병으로 자원하여 목숨 바쳐 싸운 무수한 젊은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전쟁이 호전론자 개인의 삶과 죽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원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까지 인질로 잡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공습과 포격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그중에서도 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여성 등 약자들의 피해가 더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큰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하지만 부자와 강자라고 전쟁 피해를 모두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생명에 대한 전쟁의 무차별적 공격성은 자연재해와 동등한 성격을 가진다. 어떤 누구도 ‘나는 지진이나 화산폭발, 쓰나미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자연재해여 올 테면 오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과 자연재해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상대가 하나는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미워하는 다른 인간이기 때문이다. 전쟁불사론자들은 대개 다른 누군가를 ‘죽도록’ 증오하거나, 혹은 뭇생명(자기 생명은 결코 아니지만)과 맞바꿀 수 있을 만큼 큰 이득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그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단지 등 떠밀려서 전쟁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후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는 진정으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북한을 향해 그리고 국내 호전세력들을 위해 강경자세 자체를 보여주고 싶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남북한이 전쟁을 했을 때 누가 어떤 이득을 보겠는가? 대통령 자신도 평화관리 실패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호전적 발언이 난무하면서 사회적 수사와 담론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문제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시아 정세의 안정이라는 미래상을 논하던 한국 사회가 2010년에는 극심한 열전과 냉전 시절의 극단적 담론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고 있다.


지적으로 뛰어나고 진지한 어느 학생이 전쟁담론이 난무하는 분위기 속에서 고민스러운 심정을 이메일로 토로해 왔다. “아무리 이데올로기적 조작이 있었다 한들 분명 전쟁에 대한 끔찍한 기억은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경솔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 텐데 말이지요.” 전쟁을 겪은 적이 없는 젊은 학생이지만 전쟁 자체가 반인륜 범죄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느끼는 답답함은 오염되어 가고 있는 주변 분위기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제 또래 사이에서조차 평화를 말하는 것은 이상주의적이고 멍청한 짓이라는 취급을 받으니….” 아주 극우적인 친구들은 평화론은 간첩식 발상이라고 비난한다고 학생은 덧붙였다.


지도자에 따라 구성원들 사고수준, 의식수준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절감했다. 평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젊은이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기성세 대의 일원으로서 나는 가슴이 짓눌린 듯했다. 그에게 답했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는 퇴보하는 사회입니다…1차 세계대전 때도 호전론자들이 전쟁불사를 외치며 평화론자들을 박해했고 실제로 전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무엇이었습니까.”


인간의 영혼은 폭력보다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정신적 20세기를 넘어서는 길은 여기에 있다. 나는 학생에게 ‘평화를 위한 용기’를 잃지 말기를 당부했다. 평화는 고정된 어떤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형성과정 속에 있는 것,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가는 그 무엇이다.


한정숙


한겨레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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