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99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태풍도 없었다.
해일도 없었다.
머나먼 망망대해도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때같은 수백 명 우리의 자식들은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착하게, 아주 착하게 서서히 수장되었다.

그날이 그저 한바탕 악몽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그날이 그저 끔찍한 가위눌림에 불과할 뿐이었다면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스스로 지옥호에 갇히기 시작한 것이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 모두 자살 증가율 세계 1위 죽음의 왕국에서
숨 껄떡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노후한 민간 여객선
노년의 비정규직 선장과 비정규직 직원들
뒷거래로 이루어진 불법 선박 개조와 선적
수학여행 길에 오른 열일곱 청춘의 삶을 몰살한
총체적 인재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짧고도 긴 시간 동안
국가 재난 시스템은 정지 상태
그날 이후 열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언론은 세월호 그 자체이다.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흩어지고 위장하고 책임 밀어내기로 벌거벗고 있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자신보다 친구를 살리고 제자를 살리고 승객을 살렸던 사람들
생애 마지막 순간
경기도 안산, 노동자와 서민의 자식들은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동생 옷 빌려와 돌려주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죽은 육신 찾기 쉽도록
학생증 손에 움켜쥐고
구명조끼의 끈을 서로 묶고 마지막 길을 함께 갔다.
천국은 여기에 있었다.

자본과 이윤 추구의 노예가 되어
내가 누구인지 내 이웃이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온 내 삶이 과연 행복했냐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찢어지게 행복할 것 같으냐고
남아 있는 자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용산 남일당 건물 철거민의 학살에 대하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 투쟁과 죽음의 행렬에 대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하루살이 삶에 대하여
땀 흘려 일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농민들의 한숨에 대하여
밀양과 강정마을 주민들을 향한 백주대낮 국가 폭력에 대하여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한 줄 세우기 입시 지옥을 살아가다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자해하는 아이들의 삶에 대하여

내가 진정으로 한 생명의 아픔 앞에서
얼마나 같이 아파했었는지 묻기 시작했다.
아니, 물어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지옥 세상에서
아이들은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개쩔어, 개웃겨, 개재수, 개짜증, 개밥맛, 개지랄, 개 개 개 개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아름다운 남해 앞바다에서
그 개잘난 어른들 때문에
열일곱 나이에 집단 개죽음마저 당했다.

차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 갇혀 있는 우리네 삶의 조건
사람과 생명보다 자본과 이윤이 우선인
또 다른 세월호인 이 막장 자본주의 괴물선에서
그들이 안내방송 하는 대로 얌전히 선실에 대기하다 한 생 살다갈까
국가 재난시스템을 믿고
수백 명 구조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얌전히 기다려야지
미개한 국민처럼 징징대지 말라고 충고하는 대로 살아줄까

봄꽃과 신록이 눈부신 사월의 대지
이 눈부신 대자연 앞에서
나와 내 자식들이 지금 행복하게 사는 삶을
아직도 두려워만 할 것인가

구명보트 모두 펼쳐 함께 타고
구명조끼 끈 함께 묶고
저 침몰하는 천박한 자본의 괴물선에서
모두 함께 뛰어내린다면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저 사월의 눈부신 대지로 나갈 수 있다면

이 악몽의 끝이 그렇게만 된다면
자본이 주인인 세상을 벗겨내고
경쟁보다 협력,
사람과 생명이 우선인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낸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식들의 죽음에서 ‘개’자를 때어 버릴 수 있으리라

천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죽음으로 말해준
지상의 천국, 옆 사람과 잡은 손이 빛이요 길이다.



세월호 침몰,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아버지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임시합동분향소에서 한 아버지가 자식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처: 민중의 소리  조연희 컬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105 한 작은 교회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작은교회 2015.04.14 253
15104 한 일본인의 희생이 유대인 30,000 명을 구하다 5 옮긴자 2012.11.21 1375
15103 한 여인의 일곱 번째 남자 6 아기자기 2011.02.08 3746
15102 한 여름밤의 꿈-내용 수정 17 fallbaram. 2016.08.11 294
15101 한 여름밤의 꿈-One Summer Night's Dream 10 fallbaram. 2016.08.09 210
15100 한 신학자가 말하는 안철수 2012.08.04 2538
15099 한 신학도의 비보를 알리며 2 passer-by 2011.09.13 2558
15098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해해 2011.09.23 2535
15097 한 사람도 빼놓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재림이 매우 촉박하다>고 알려야 합니다 4 예언 2015.02.21 263
15096 한 번만 할 수도 있다는 롬니의 갬블 (로스 도하ㅌ 강철호 2012.09.06 4334
15095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 구원의 확신의 충격적인 실체-교리개혁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7 눈뜬장님 2016.08.08 190
15094 한 밤의 불청객 바다 2016.02.28 103
15093 한 목사가 목격한 사형수 8명의 최후 2 김원일 2012.09.11 3211
15092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서초타운 2012.05.01 2267
15091 한 때는 양심적이었지.. file 푸른송 2012.05.06 1933
15090 한 때 안식일교회 목사였던 사람이... 16 김주영 2012.02.20 2136
15089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3 김원일 2012.12.12 924
15088 한 눈에 보는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저고리 2014.12.19 416
15087 한 놈이라도 목숨걸고 싸워야" 노란리본 2014.08.16 548
15086 한 놈만 팬다 1 김균 2014.05.21 830
15085 한 건축가의 죽음 5 southerncross 2014.02.27 1232
15084 한 개인의 과거와 신상에 관한 글 삭제했습니다.--수정 1 admin 2012.03.29 2512
15083 한 가지 사실을 두 가지로 해석하는 법-시골생활님께 김균 2013.07.30 1478
15082 한 가지 물어 보려고요 3 로산 2011.12.11 1192
15081 학식이 있는 사람이 실패를 많이 하는 이유 4 예언 2014.11.14 518
15080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발견된 학생들이 많았었다는 기사들로 미루어 !! 슬픈현실 2014.04.25 1050
» 학생증 쥐고 간 아이들을 위한 조사: 조연희 김원일 2014.04.28 1998
15078 학생들 마음에 등을 달아주는 예수 같은 스님(수정) 5 西草타운 2012.05.29 2162
15077 학생님에게 뒤늦게 답변을 올립니다.. 2 김 성 진 2011.07.16 1668
15076 학생, 청년 전도법 1(수정: 마지막 댓글에 첫째 천사의 기별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명쾌한 설명 추가) 13 최종오 2012.07.15 3461
15075 학살의 종범 대한민국 학피아들의 나라 말아먹기 1 김원일 2014.06.10 906
15074 학부모의 절규"떠날 거예요....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1 내나라를버립니다 2014.04.23 835
15073 학부모 눈물의 행진. 청와대 2014.04.19 702
15072 학문과 상황에 관해 - 남십자성 님을 환영하며 13 김주영 2012.11.08 1511
15071 학교선 못 배우는,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1 비올라 2016.04.24 71
15070 학교 홍보지 전락…대학언론은 정말 '노답'인가 겸양 2015.06.19 257
15069 학교 급식 이데로 좋은가? 단체급식 2012.06.29 2352
15068 하현기선생님 36 대표 2016.02.07 342
15067 하현기님! 16 file 대표 2016.02.11 182
15066 하현기님 헛 제삿밥 같은 헛교수에게 발렌타인데이에 드리는 달달한 선물입니다! 3 file 대표 2016.02.14 65
15065 하현기님 통일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통일로 2016.02.20 34
15064 하현기님 통일도 중요하지만 이 목사님 석방을 위한 탄원기도가 더 절실해보입니다. 11 대표 2016.02.18 126
15063 하현기님 9 돌배 2016.02.16 101
15062 하현기님 9 대표 2016.02.17 105
15061 하현기님 1 대표 2016.02.19 81
15060 하현기 선생이 (사)평화교류협의회 회원들에게 보내신 이메일에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적극적인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2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12.11 114
15059 하현기 선생님께(3)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26
15058 하현기 선생님께(2) 1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41
15057 하현기 선생님께(1) 2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65
15056 하현기 선생님! ...꼭 보시고 생각의 폭을 넓혀 보세요^^ 1 개성공단과사드 2016.02.19 46
15055 하현기 님, 접장님, 욕나오내요. 5 한마디 2016.02.14 142
15054 하하하하하 1 fallbaram 2014.12.15 585
15053 하찮은 사람의 5과 교과 2 민아 2015.05.03 200
15052 하찮은 들 풀... file 소리없이... 2016.08.07 112
15051 하지만 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씨름하는 겁니다. 김원일 2016.01.23 120
15050 하이고, 큰일이다 !!! 내가 아담스 대학 출신이란 사실을 RICHARD 학장님에게 들켰다 !!! (수정2) 3 김 성 진 2010.11.24 2494
15049 하용조 목사 장례예배 울음속에서 폭소(퍼옴) 김기대 2011.08.04 1997
15048 하와를 유혹한 뱀은 <날개있고 금빛광택이 눈부신 아름다운 동물>이었습니다 예언 2015.03.24 193
15047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다면 - 빠다가이님 2 김주영 2011.01.06 1330
15046 하여간 미국이나 한국이나 ㅉㅉㅉ 3 김주영 2011.10.19 1869
15045 하얀 비단에 싸인 밤 행복한고문 2013.03.20 1963
15044 하얀 목련 - 양희은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1 serendipity 2014.03.31 1427
15043 하시마 섬의 민낯과 한국의 진상 한국 2015.09.14 147
15042 하시디즘 알기 제자 2011.05.20 2137
15041 하버드대학 박사 학위 논문- 일요일 휴업령 11 그날이오면 2014.11.22 544
15040 하버드 특강 - [공리주의의 문제점] 1 반달 2012.07.25 3176
15039 하박국의 딜레마 - Oslo fantasia 2 아기자기 2011.07.26 1994
15038 하물며....스다는 어떤가 하물며 2014.12.18 400
15037 하문하답: 교인들 간의 고소문제 2 33 file 최종오 2016.07.19 535
15036 하문님에게 답글, 영어권 자녀들을 위한 아스파탐 관련 자료들 2 건강 2010.11.30 2553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