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4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내려놓아야 하늘 만나 … 모든 종교가 통하더라

[중앙일보] 입력 2014.12.19 00:05 / 수정 2014.12.19 00:25

7대 종교 지도자협 터키 방문
이슬람 사원·기독교 지하동굴 순례
자승 스님 "오랜 화두 실마리 찾아"
남궁성 교정원장 "자신 점검한 시간"



터키 에페소의 그리스도교 유적을 종교계 수장들이 순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천도교 박남수 교령,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에페소=백성호 기자

“그래, 저건 우리 종교의 가르침이야.”

 7대 종교 지도자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회장 자승 스님)가 5~10일 이웃종교 성지순례차 터키를 찾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등 종교계 수장들을 비롯해 개신교와 민족종교협의회 운영위원들이 동참했다.

 5일 터키의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곧장 이스탄불 종교청을 방문해 라미 야란(63) 종교청장을 만났다. 그는 한국전쟁을 통한 터키와 한국의 인연부터 꺼냈다. “2만 명의 터키 군인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참전 용사들이 터키로 돌아올 때 한국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돌아왔다. 전쟁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터키와 한국이 친구가 되는 계기가 됐다.” 그때 마침 근처 이슬람 사원의 확성기를 통해 기도 소리가 울려퍼졌다. 야란 청장은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 기도다.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은 하루 다섯 번 기도를 한다. 그건 알라(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원이 등장하기 전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카파도키아의 동굴 수도원.
 종교계 수장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돌아보는 통로. 그런 기도는 세상 모든 종교의 공통 분모다. 자승 스님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터키는 대승적(大乘的)으로 열려 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방문해 신발을 벗고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청장님과 함께 종교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봤다. 종교간 소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답했다.

 수장들은 이슬람 사원인 블루모스크로 갔다. 교황도 찾았던 곳이다. 다들 신발을 벗고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던 박남수 교령은 “무슬림도 기도할 때 엎드려서 이마를 땅에 대더라. 그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다. 우리가 절을 하는 것도 같은 의미다. 동서양 종교를 막론하고 ‘내려놓음’이 하늘을 만나는 통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튿날 터키 내륙으로 이동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건설한 카파도키아의 지하 도시를 찾았다. 광활한 들판 한가운데 도시가 있었다. 당시에는 로마 군대가 쳐들어 와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신자들은 땅을 팠다. 지하 15층까지 내려가는 얽히고 설킨 ‘미로의 개미굴’이었다.

라미 야란 터키 종교청장
 종교계 수장들은 고개를 바짝 숙인 채 ‘개미굴’로 들어갔다. 다리를 쪼그려 앉고도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한 통로가 수시로 나타났다. 창과 방패, 투구로 무장한 로마의 군인은 들어올 수 없는 구조였다. 자칫 길을 잃으면 지금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안에는 커다란 바위벽에 구멍을 뚫어놓은 고해소(告解所)도 있었다. 박해의 어둠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을 토해내며 진리를 찾았던 것이다.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떠한 힘이 그들로 하여금 땅을 파고,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들고, 그 속에 머물게 했을까. 남궁성 교정원장은 “우리가 ‘종교간 소통’을 말하면서도 막상 이웃종교인을 만나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이웃종교 성지 순례가 제게는 자신을 점검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동굴 수도원이 있었다. 높다란 기암괴석에 구멍을 뚫고 그리스도교 초기 수도자들이 생활했던 곳이다. 동굴마다 수도자 한 명씩, 많을 때는 약 300명의 수도자가 이 일대에 살았다고 한다. 아직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원이 등장하지 않았을 때다. 그중 한 동굴에 들어갔다. 유리를 깐 바닥 아래에 사람의 해골과 뼈가 고스란히 보였다. 이 동굴에 처음 살았던 수도자의 유해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머리에 담는 것보다 가슴에 새기는 것이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감동이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7대 종교가 서로 배려하고, 서로 기다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옆좌석에 앉아 있던 자승 스님은 “개인적으로 43년간 안고 있던 화두가 있었다. 이번 순례에서 그걸 두드리는 ‘한 방망이’를 만났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카파도키아(터키)=백성호 기자
t_ad.gif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105 한 작은 교회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작은교회 2015.04.14 253
15104 한 일본인의 희생이 유대인 30,000 명을 구하다 5 옮긴자 2012.11.21 1375
15103 한 여인의 일곱 번째 남자 6 아기자기 2011.02.08 3746
15102 한 여름밤의 꿈-내용 수정 17 fallbaram. 2016.08.11 294
15101 한 여름밤의 꿈-One Summer Night's Dream 10 fallbaram. 2016.08.09 210
15100 한 신학자가 말하는 안철수 2012.08.04 2538
15099 한 신학도의 비보를 알리며 2 passer-by 2011.09.13 2558
15098 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으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해해 2011.09.23 2535
15097 한 사람도 빼놓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재림이 매우 촉박하다>고 알려야 합니다 4 예언 2015.02.21 263
15096 한 번만 할 수도 있다는 롬니의 갬블 (로스 도하ㅌ 강철호 2012.09.06 4334
15095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 구원의 확신의 충격적인 실체-교리개혁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7 눈뜬장님 2016.08.08 190
15094 한 밤의 불청객 바다 2016.02.28 103
15093 한 목사가 목격한 사형수 8명의 최후 2 김원일 2012.09.11 3211
15092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서초타운 2012.05.01 2267
15091 한 때는 양심적이었지.. file 푸른송 2012.05.06 1933
15090 한 때 안식일교회 목사였던 사람이... 16 김주영 2012.02.20 2136
15089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3 김원일 2012.12.12 924
15088 한 눈에 보는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저고리 2014.12.19 416
15087 한 놈이라도 목숨걸고 싸워야" 노란리본 2014.08.16 548
15086 한 놈만 팬다 1 김균 2014.05.21 830
15085 한 건축가의 죽음 5 southerncross 2014.02.27 1232
15084 한 개인의 과거와 신상에 관한 글 삭제했습니다.--수정 1 admin 2012.03.29 2512
15083 한 가지 사실을 두 가지로 해석하는 법-시골생활님께 김균 2013.07.30 1478
15082 한 가지 물어 보려고요 3 로산 2011.12.11 1192
15081 학식이 있는 사람이 실패를 많이 하는 이유 4 예언 2014.11.14 518
15080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발견된 학생들이 많았었다는 기사들로 미루어 !! 슬픈현실 2014.04.25 1050
15079 학생증 쥐고 간 아이들을 위한 조사: 조연희 김원일 2014.04.28 1998
15078 학생들 마음에 등을 달아주는 예수 같은 스님(수정) 5 西草타운 2012.05.29 2162
15077 학생님에게 뒤늦게 답변을 올립니다.. 2 김 성 진 2011.07.16 1668
15076 학생, 청년 전도법 1(수정: 마지막 댓글에 첫째 천사의 기별과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에 대한 명쾌한 설명 추가) 13 최종오 2012.07.15 3461
15075 학살의 종범 대한민국 학피아들의 나라 말아먹기 1 김원일 2014.06.10 906
15074 학부모의 절규"떠날 거예요....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1 내나라를버립니다 2014.04.23 835
15073 학부모 눈물의 행진. 청와대 2014.04.19 702
15072 학문과 상황에 관해 - 남십자성 님을 환영하며 13 김주영 2012.11.08 1511
15071 학교선 못 배우는,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1 비올라 2016.04.24 71
15070 학교 홍보지 전락…대학언론은 정말 '노답'인가 겸양 2015.06.19 257
15069 학교 급식 이데로 좋은가? 단체급식 2012.06.29 2352
15068 하현기선생님 36 대표 2016.02.07 342
15067 하현기님! 16 file 대표 2016.02.11 182
15066 하현기님 헛 제삿밥 같은 헛교수에게 발렌타인데이에 드리는 달달한 선물입니다! 3 file 대표 2016.02.14 65
15065 하현기님 통일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통일로 2016.02.20 34
15064 하현기님 통일도 중요하지만 이 목사님 석방을 위한 탄원기도가 더 절실해보입니다. 11 대표 2016.02.18 126
15063 하현기님 9 돌배 2016.02.16 101
15062 하현기님 9 대표 2016.02.17 105
15061 하현기님 1 대표 2016.02.19 81
15060 하현기 선생이 (사)평화교류협의회 회원들에게 보내신 이메일에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적극적인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2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12.11 114
15059 하현기 선생님께(3)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26
15058 하현기 선생님께(2) 1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41
15057 하현기 선생님께(1) 2 진실은무엇인가 2016.02.19 65
15056 하현기 선생님! ...꼭 보시고 생각의 폭을 넓혀 보세요^^ 1 개성공단과사드 2016.02.19 46
15055 하현기 님, 접장님, 욕나오내요. 5 한마디 2016.02.14 142
15054 하하하하하 1 fallbaram 2014.12.15 585
15053 하찮은 사람의 5과 교과 2 민아 2015.05.03 200
15052 하찮은 들 풀... file 소리없이... 2016.08.07 112
15051 하지만 신앙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씨름하는 겁니다. 김원일 2016.01.23 120
15050 하이고, 큰일이다 !!! 내가 아담스 대학 출신이란 사실을 RICHARD 학장님에게 들켰다 !!! (수정2) 3 김 성 진 2010.11.24 2494
15049 하용조 목사 장례예배 울음속에서 폭소(퍼옴) 김기대 2011.08.04 1997
15048 하와를 유혹한 뱀은 <날개있고 금빛광택이 눈부신 아름다운 동물>이었습니다 예언 2015.03.24 193
15047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지 않았다면 - 빠다가이님 2 김주영 2011.01.06 1330
15046 하여간 미국이나 한국이나 ㅉㅉㅉ 3 김주영 2011.10.19 1869
15045 하얀 비단에 싸인 밤 행복한고문 2013.03.20 1963
15044 하얀 목련 - 양희은 "하얀 목련이 필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1 serendipity 2014.03.31 1427
15043 하시마 섬의 민낯과 한국의 진상 한국 2015.09.14 147
15042 하시디즘 알기 제자 2011.05.20 2137
15041 하버드대학 박사 학위 논문- 일요일 휴업령 11 그날이오면 2014.11.22 544
15040 하버드 특강 - [공리주의의 문제점] 1 반달 2012.07.25 3176
15039 하박국의 딜레마 - Oslo fantasia 2 아기자기 2011.07.26 1994
» 하물며....스다는 어떤가 하물며 2014.12.18 400
15037 하문하답: 교인들 간의 고소문제 2 33 file 최종오 2016.07.19 535
15036 하문님에게 답글, 영어권 자녀들을 위한 아스파탐 관련 자료들 2 건강 2010.11.30 2553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