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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봅시다.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병원에 혼수상태로 헤매다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가해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배상을 받으려 했더니 이게 뭡니까. 이미 가족 중 누군가가 대신 합의를 해주고 배상금도 받았답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헐값에 합의해주었고, 헐값이든 뭐든 심지어 나는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내 상처는 그대로인데 합의는 끝났고, 합의가 끝났으니 더 사과할 것도 없답니다. 합의를 해버린 가족은 이야기합니다. 그 돈으로 생활비에 보태서 가계에 보탬이 되었다구요.


그 합의는 나와 무관하니 가해자에게 사과하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상대방은 나를 진상 취급합니다. 당연하겠죠.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에 대해 왜 또 찾아와 저러냐고 생각할 겁니다.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피해자의 이러한 행동은 "진상짓"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보편적 상식대로 판단한다면, 내 의사에 무관하게 합의를 해주고 자기 마음대로 써버린 그 가족에게 따지는게 순리일 겁니다.


한일 관계가 이런 식입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배상금을 지불했고 합의는 끝났습니다. 한국 대통령이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또 사과하라고 이야기하면, 일본의 입장에서 그것은 진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미 합의했는데 왜 또 찾아와 저러냐고 하겠지요. 보편적 상식으로 본다면, 이 상황에서 가장 나쁜 놈은 헐값으로 사과를 끝낸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헐값에 합의를 해준 박정희 정권입니다.



일본은 강제징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그 당시 한일합방(경술국치)으로 한국은 일본의 영토였으니 한국인은 곧 일본인과 같고, 자국민을 전쟁통에 임금을 지불하며 근로를 시켰다는 겁니다. 간혹 일본이 사죄한다고 나오는 기사마다 그 대상에 한국인은 빠져있지요? 걔네들의 입장이 그런 겁니다. 당시 한국인은 자국민이었다는 겁니다. 만약 한일합방이 무효라면? 일본은 타국 국민을 잡아다 노역을 시켰으니 명백한 강제징용입니다. 현재 일본은 한일합방이 합법이라 주장하고, 한국은 경술국치라 하여 그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면 객관적 진실은 어떠합니까? 박정희가 한일협정을 체결할 때 경술국치에 대한 내용도 합의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한일합방 무효, 일본에서 발표한 합의문에는 한일합방 자체는 유효, 그렇게 서로 각자의 주장을 하는 것이 결론입니다. 지금도 양국은 그 해석을 달리 합니다. 어쨌든 명백한 매국 행위에 대해 박정희 정권이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것이 강제징용의 인정과 불인정을 가르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음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일수교의 메신저 역할을 한 김종필은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적은 돈이라도 받아서 경제를 발전키시려면 그것이 최선이었다"고요. 그러면서 그 협상 테이블에 독도 문제도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김종필이 공개한 독도밀약의 내용대로라면, 한일 양국은 서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만 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훗날의 인터뷰를 보니 김종필은 "내가 이완용 소리를 들어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했다더군요. 자기도 알았던거죠. 그 합의가 얼마나 큰 "매국 행위"인지를.


혹자는 김종필의 의견에 동의할지 모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푼돈이지만 배상금을 받아야 했으니 굴욕적으로 합의하고 독도 주권마저 포기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노라 이야기할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개.소리"라고 반박할 수많은 논리가 있지만 이것이 본 글의 주제가 아니니 일단 넘어갑니다.


아무튼 한국의 많은 학자, 정치인, 그리고 국민들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면 말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일본에게 과거사를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배상금을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고, 독도 침탈을 욕할 수도 없다는 것까지 인정해야 됩니다. 그 알량한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는 피해자의 눈물과 역사의 정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박정희를 긍정하면 이런 엄청난 결론이 도출됩니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하시마 섬의 민낯은, 결국 그 한일관계의 연장선입니다. 한일합방은 합법이고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또한 전쟁 피해자에게 사과와 배상을 마쳤다는 일본의 입장이 그대로 현실에 투영된 현장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시면 하시마 섬은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 거잖아요. 누가? 박정희가요. 그래서 박정희가 개x끼 소리 들으며 한국 국민들한테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면 모를까 "반인반신"의 존재로 신격화되어 세습까지 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집니까?


하시마 섬의 민낯을 응시하기 전에, 대한민국의 민낯부터 응시합시다. 과거사를 미화하고 왜곡하는 일본의 모습에 분노하기 전에, 과거사를 숨기고 똑같이 왜곡하면서 오히려 합의까지 해준 한국의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똑바로 알고 있는지부터 생각합시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감옥 섬"의 존재가 한국사 교과서에 있기나 했습니까? 한일수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교과서에 나오던가요? 적어도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교과서에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도 피해사실을 숨기는 마당에 가해자가 가해사실을 솔직히 이야기하는게 더 웃기지 않습니까?


그런 와중에 반성은커녕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답니다. 과거사가 알려지는게 두렵겠지요. 피해자부터 이렇게 감추고 쉬쉬하는데 가해자에게 뭘 바랍니까?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며 일본을 욕하기 전에, 독일에게 사과를 받아낸 영국 프랑스 유대인의 신념과 한국의 신념을 비교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먼저 과거사를 청산하고 역사왜곡을 바로잡지 않고서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건 "진상"에 다름 없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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