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일부를 올려본다.
지금 기독교가 없어져 가는데 지성소 문제나 따지고 있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게 여겨진다.
망해가고 있는 기독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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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좁아지는 기복적 ․ 유신론적 종교의 입지
21세기 탈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종교는 그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한 때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공헌한다고 여겨지던 종교가 이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기복 일변도의 전통 종교나 정치화, 기업화, 귀족화, 폭력화 된 종교는 사람들에게 감동은커녕 많은 경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비근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최근 서양 독서계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으로 옥스퍼드 대학교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UCLA에서 인지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샘 해리스(Sam Harris)의 <종교의 종말>, 보스턴의 터프스 대학교 인지과학자 다니엘 데네트(Daniel Dennett)의 <마술을 깨다> 등이 있다. 이른바 반종교 이론의 ‘기수(騎手) 4인방(Four Horsemen)’으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종래까지의 종교가 얼마나 반지성적이고 독선적이고 맹목적이고 파괴적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이처럼 종교를 반대하는 책이 이전에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전에는 주로 소수 지성인들 사이에서 논의되던 것이 최근에는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로 일반 독서층에 널리 펴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2008년 10월에는 종교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국의 코메디언 빌 마(Bill Maher)가 만든 Religulous라는 영화가 나와 현재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 제목은 ‘종교’라는 말 ‘Religion’과 ‘웃기는, 어처구니없는’이라는 뜻의 ‘ridiculous’라는 말을 합쳐 만든 합성어이다. 제목이 말해 주듯, 종교라는 것이 얼마나 웃기고 어처구니없는 것인가, 얼마나 비합리적고 이기적인가 하는 것을 스스로 종교적으로 성실하다고 주장하는 종교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폭로하는 영화다.
셋째, 최근에 들어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도 비슷하겠지만, 손쉽게 캐나다의 통계를 보면, 1985년 조사에서 매주 종교의식에 참여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3명중 1명(30%) 꼴이었으나 2005년에는 5명중 1명(21%)으로 줄어들었다.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의 비율도 과거 11%에서 22%로 2배가 늘어났다. 현재 서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라는 ‘종교’는 무신론 종교라는 말까지 있다.
더욱이 종교의식 불참율이 젊은 층에서 높다. 미국에서 나온 어느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에 따라 69%에서 94%가 교회를 떠나고, 그 중에서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공회 주교 존 셸비 스퐁(John Shelby Spong) 신부는 미국에서 제일 큰 동창회는 ‘교회 졸업 동창회(church alumni association)’라는 재치 있는 말까지 할 정도다.
넷째, 비록 종교에 속한 젊은이라도 종교적 가치가 실생활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다시 미국 어느 통계에 의하면 그리스도인 가정의 자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성서의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이 15%였다고 한다. 그리스도인이라 하는 청소년들과 비그리스도인 청소년들을 비교한 결과,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없거나 일상적인 윤리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른바 제1세계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수가 제일 많은 나라지만, <소유의 종말> 등의 책을 쓴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에 의하면, 아직도 사형 제도를 고집하는 등, 유럽 국가에 비해 그리스도의 정신이 실사회에서 적용되는 정도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이런 통계숫자를 소개한 미국 어느 보수주의 목회자 자신도 젊은이들이 ‘놀라운 숫자로’ 교회를 떠나는 이런 현실을 개탄하면서,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지금의 젊은 세대가 결국은 ‘그리스도인으로서는 마지막 세대(the last Christian generation)’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오늘 독립적으로, 그리고 깊이 사고하는 사람들 중에는 종교가, 특히 그리스도교가, 이런 식으로 ‘배타적, 반지성적, 문자주의적, 광신적, 독선적, 독단적, 무비판적, 심지어 폭력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종교가 이럴 정도로 부정적일 수 있는가 의아해한다. 이런 이들 중 지금 현재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그리스도교에 계속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고, 비그리스도인이라면 이런 식 그리스도교에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도교를 포함하여 아예 종교 자체를 없이해야 인류가 더욱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는다. 이래저래 이른바 주류(mainline) 그리스도교는 점점 쇠퇴하는 실정이다.
한국 불교는 어떨까? 그리스도교의 형편에서 참고할 것이 많지 않을까? 몇 년 전 남양주에 있는 큰 절의 큰 스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스님은 단도직입적으로 “재래식 의미의 ‘종교’로서의 불교나 기독교는 그 수명을 다했다. 밭에 나가 밭 갈고 있는 농부에게 물어보라. 뭔가 빌어서 객관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하고.” 하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닌가 여겨진다. 최근 달라이 라마도 종교를 넘어라는 책을 통해 인간의 윤리적이고 행복한 영적 삶을 위해서는 더 이상 종래까지의 인과응보적이고 기복적인 종교를 통해서는 불가능하고 오로지 비종교적 접근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제3의 길
그러면 이런 식 종교, 특히 이런 식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대로 비종교인, 비그리스도인이 된다는 뜻인가? 현재 서양의 많은 젊은이들은 “I am not religious, but I am spiritual.” 혹은 “I am spiritual, but not religious.”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자기는 비록 전통적인 기성 종교의 설명체계나 종교 예식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이를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영적 차원이나 더 높은 가치를 거부하거나 거기에 무관심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영적 가치에 대해 더욱 큰 관심과 열의를 나태나고 있지만, 전통적인 종교는 자기의 영적 추구에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2010년 4월 USA Today 지 제1면에 미국 Y세대(197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젊은이들) 중 72퍼센트가 자기들이 religious 보다 spiritual이라고 대답했다. Roger Housden, Keeping the Faith Without a Religion (Boulder, CO: Soundstrue, 2014), vii. 저자는 “이 숫자는 매일 불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리스도교 전통은 아무 가치도 없는 것으로 취급되다가 결국 그 명을 다하고 말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라 본다. 미국 성공회 주교 존 쉘비 스퐁 신부는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Why Christianity Must Change or Die)라고 하는 베스트셀러 책을 썼다. 그리스도교가 변화되지 않으면 죽지만, 변화되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현재 일단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그리스도교를 꼭 버리거나 박멸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이렇게 새롭게 태어나는 대안적 그리스도교를, 자기들 나름대로 ‘새 그리스도교(a New Christianity)’, ‘새로 등장하는 그리스도교 (the newly emerging Christianity)’, ‘새 세계 그리스도교(a New World Christianity)’, ‘뜨는 그리스도교(Emergent Christianity)’, ‘개명된 그리스도교(Enlightened Christianity)’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필자는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을 “표층종교에서 심층종교로의 심화과정”을 밟는 것이라 본다. 결국 이 시대 종교가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사회를 밝게 하려면 이런 심화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각주는 생략함)
그만큼 종교가 타락했다는 증거이며, 종교에 질리게 만들어
신으로부터 돌아서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봐야지요.
반대급부로 사탄을 섬기는 종교가 늘어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믿기 쉬운종교, 신비주의적인 종교,
사람의 본능에 충실하게 만드는 종교를 좋아하는 취향으로 변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