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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피고인, 인간 맞나요?”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6-05-04 03:00:00 수정 2016-05-04 10: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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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아빠 구타 피해 가출해… 새벽 3시 반 옛 담임 찾아갔다 
다시 돌아온 아이에게… 도벽은 ‘사탄 탓’이라며  
5시간 동안 죽음의 매질… 목사 이전에 한 인간의 실패에 
재판장도 방청객도 한숨만
 

77925430.1.jpg송평인 논설위원

아이는 지난해 막 중학교에 올라가 새 학기를 맞았으므로 사실 어린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추운 3월, 아빠에게 맞아 살이 말 근육처럼 부은 아이가 티셔츠 차림으로 가출해 새벽 3시 반에 찾아간 곳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아파트였다. 아이는 정확한 호수는 알지 못했다. 경비원에게 선생님께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비원은 늦었으니 다음 날 오라고 했다. 아이는 갈 곳이 없다며 경비실에서라도 재워 달라고 졸랐다. 

아이는 이튿날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다시 ‘훔친 돈이 어디 있느냐’고 추궁했고 답하지 않자 다시 아이를 때렸다. 매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때리다가 제 손을 다쳤으나 그래도 또 때렸다. 새엄마는 아이가 달아나지 못하게 옷을 벗기고 문을 막아섰다. 아이는 5시간 동안 맞은 뒤 추운 방에 방치됐고 다음 날 아침 시신이 돼 있었다.


재판장은 격해져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니 따졌다. “피고인, 인간인가요? 인간 맞나?” 방청석에서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지난달 29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의 일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맞아죽은 아이는 아빠도 좋아하고 새엄마도 잘 따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장에는 아빠에 대해 “신학대에서 교수(정확히는 시간강사)로 일하시고 독일어와 헬라어를 가르치십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썼다. 새엄마에 대해서는 “항상 저를 위해 영어 공부도 하게 해주시고 예쁜 옷도 사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적었다. 천성이 활달한 아이였던지 부모가 딸 학교 행사에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다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반장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아이에겐 도벽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게에서 껌을 훔치는 수준이었으나 친구들 가방에 손을 대더니 나중에는 돈도 훔쳤다. 부모에게는 아이의 도벽이 큰아들(19)의 도벽과 무관치 않아 더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큰아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부 합숙생활을 하면서 집 밖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못된 친구들에게서 절도를 배우고 동생에게도 가르쳤던 모양이다. 


새엄마는 재판 내내 흐느꼈다. 아이는 남편의 세 자녀 중 자기를 가장 잘 따랐다고 했다. 남편이 때릴 때 말리지 않은 것에는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가 도둑질 안 하고 거짓말 안 하는 길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후회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다만 “훔친 돈 있는 곳만 대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아이가 ‘그럼 그 돈 못 쓰죠’라고 답했을 때 나도 모르게 뺨을 때렸다. 예상치 못한 그런 반응을 보고 얘가 사탄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사고방식이 죽음에 이른 매질로 몰고 간 것은 아닐까.

누구나 이미 부부가 아이의 시신을 11개월간 집 안에 둔 데서 기괴함을 느꼈을 것이다. 새엄마는 “자고 일어나 죽은 애를 봤을 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애가 살아나서 밥도 먹고 걸어 다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성경에 부활이 있으니까 그런 기적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길 바랐다. 매일매일 옆에서 고대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깨어나기는커녕 몸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 죽고 싶었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목사도 매일 시신 옆에서 기도했다고 한다. 그가 아이의 부활을 진정으로 믿어서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사이비 교단의 목사도 아니고 독일에서 제대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범죄가 발각돼 처벌받고 매장될 것에 대한 두려움, 버티면 얻을지도 모르는 신학대 교수 자리에 대한 욕망이 기괴한 심리로 포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도 목사이기 전에 가장이다. 처갓집 식구를 포함해 교인 20명에 불과한 개척교회의 목사이고 47세의 나이에도 아직 시간강사다. 경제적 여력이 없다 보니 부인은 어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부부는 세 아이 중 하나도 직접 돌보지 않았다. 큰아들은 가출했고 큰딸(16)은 독일 지인에게 보냈고 죽은 딸은 장모와 처제에게 맡겼다. 아무리 어려운 가장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부부는 죽은 아이에게 마지막 말을 하라는 재판장의 주문에 “널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해 미안하다. 널 사랑한 건 틀림없는데… 용서해 다오”라고 말했다. 사랑했는데도 죽이다니,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한숨만 나오는 완전한 실패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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