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욕보이지 않게 하는 글쓰기 - 문법 그리고 예의법
한글학자 장석규 박사에 의하면
'이름'의 옛말은 '일홈', '일훔'이고,
'안해'의 'ㅎ'이 없어지듯이 '이롬'이나 '이룸'이 됐다가 '이름'이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참으로 존귀한 것입니다.
요즘보다 옛날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이름을 함부로 이르는 일을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자니 이름은 부를 수 없고 글자를 말하는 방법을 썼지요.
요즘도 부모의 이름을 '무슨 자 무슨 자'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성(姓)까지 그렇게 말하는 이를 보는데, 그건 잘못입니다.
성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의 부모 이름을 묻는 경우는 없지요.
어머니의 성은 모르니 알려 주어야 하겠네요.
그러나 그때에도 성은 글자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옛날부터 자신의 성을 감추거나 높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남에게 자신의 성을 말할 때 '씨(氏)' 대신 '가(哥)'를 붙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으려고 만든 게 자(字)와 호(號)입니다.
요즘에야 이름을 감출 일이 없으니 자나 호도 필요 없습니다.
제 집안 족보에는 제 가친께서 지어주신 저의 자가 적혀 있는데,
한 번도 불린 적은 없습니다.
시(詩)·서(書)·화(畵) 분야에서 삶을 경영하는 분들은 아호(雅號)를 즐겨 쓰더군요.
조선시대에는 호나 자를 쓰는 게 예의를 차리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가 봅니다.
그러나 요즘은 조선시대가 아닙니다.
본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게 훨씬 좋습니다.
특히 듣기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아호를 만들어 쓰는 것은
오히려 없느니만 못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닉네임은 별도이지만 남들이 부르기에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게 예의겠지요.
그리고 닉네임이 아무리 그럴듯하고, 주장하는바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인신공격성 험담이나 욕지거리를 섞으면
자기 자신의 얼굴에 누워서 침 뱉는 격이 될뿐더러
글을 읽는 이들은 물론이요, 그 글에 동조하는 이들에게까지
좋지 못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할 줄 압니다.
잘들 아시겠지만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peller.cs.pusan.ac.kr/
다음은 성(姓)에 관한 이야기 잠시.
2000년에 조사한 한국인(남한)의 성씨별 인구가 통계청 홈페이지에 의하면,
<1985년 발표 당시보다 성씨의 숫자가 12 개 늘었다.
그 때는 274개였는데, 이번은 286개가 되었다.
한국의 10대 성씨의 순위는 변화가 없었다.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 강(姜) 조(趙) 윤(尹) 장(張) 임(林)...
“김(金)” 씨는 남한 인구의 21.6%인 992만 여 명으로 여전히 제일 많았다.
“이(李)” 씨는 그보다 훨씬 적은 14.8%로 679만 여 명으로 조사되었다.
“박(朴)” 씨는 또 그보다 훨씬 적은 8.5%로 389만 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李(리, 이)'를 성(姓)으로 쓰는 사람이 많은데,
이 '李'를 대부분은 '오얏 리'라 말합니다.
그런데 '오얏'은 사투리입니다.
표준어는 '자두'입니다.
이것은 표준어 규정 제20항 '사어(死語)가 되어 쓰이지 않게 된 단어는 고어로 처리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는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고어 '낭(낭떠러지)', '봉(난봉)', '설겆다(설거지하다)', '애닯다(애달프다)',
'머귀나무(오동나무)'는 죽은 셈입니다.
이제부터는 표준어를 써서 '李'를 '자두 리'라 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성을 영어로는 대부분 'Lee'라 쓰지요.
그러고 보니 이 성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군요.
이소룡의 영어 이름 Bruce Lee에나, 남북전쟁 당시의 남군 사령관 Lee장군,
Edgar Allan Poe가 그리던 Annabel Lee 등에도 나오지요.
Lee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도 있군요.
영화배우 Lee Marvin, 프로 골퍼 Lee Westwood 같은 사람처럼요.
그 유명한 비비안 리는 Vivien Leigh라 쓰니 아니군요.
그리고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으로 국적이 'Japan'인 이승만은 Rhee라 썼으니
같은 집안이 아니네요. 요즘은 Yi 로 쓰는 이가 많더군요.
박찬호는 Park씨이고 박세리는 Pak씨인 것처럼요.
Bak나 Bark는 잘 안 쓰는 이유는 아시죠.^^
곽선생이 Dr. Quak 이라고 안 쓰는 이유와 같습니다.
이것은 성씨를 외국어로 표기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박씨의 주요 본관은 밀양, 반남, 죽산, 함양, 순천, 고령, 무안... 등인데,
박씨는 여러 본관 중 단 한 1건도 외래 귀화족이 없어
모든 박씨가 신라 시조왕 박혁거세를 유일한 시조로 받들고 있답니다.
박노자 전까지는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박노자가 러시아 박씨인지 오슬로 박씨인지 궁금했는데,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박노자 박씨는 흥부 박씨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캐고 캐도 옳은 소리만 해댄다고!^^
글을 쓸 때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또한 문법에 맞추어 쓰는 것도 중요하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존귀한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스스로하면 되겠습니까?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반말을 쓴다든지
욕지거리를 함부로 쓰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같은 반말과 욕이라도 '욕쟁이 할머니'의 구수한 욕과
당신의 품위 없는 욕은 다른 의미이니까요!^^
민초에 그런사람 없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