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추천해 주신 책을 일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에 좋은 양식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좋은 댓글 주셨는데 마음대로 글을 내림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시를 올립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제가 무슨 책을 추천해드렸는지 잊었습니다만
그 때문에 주신 선물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흐르는 물로 만나자"하는 말이 그야말로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네요.
다시 감사합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 정식으로 인사하고 나올 때는
빈배라는 필명을 "허주"님께 양보하고
다른 필명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허주님의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