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유리관서 미쳐가는 재규어, 아이들 볼거린가요?

[주장]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2년째 사육... 차라리 동물원으로 보내라

16.05.05 14:26l최종 업데이트 16.05.05 14:26l
글: 이형주(repect4animals)      편집: 김지현(diediedie)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호텔엔드리조트가 소유한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 사육하고 있는 재규어에 대해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아마 회장님께는 금시초문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2014년 개장 후부터 언론과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온 내용입니다. 먼저 아래 영상을 한 번 봐 주시기 바랍니다.

재규어의 이상행동... 그들은 미쳐갔다


제가 지난 4월 12일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을 방문했을 때 찍은 영상입니다. 동물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재규어가 몸길이만한 거리를 테크노춤을 추듯 왔다갔다 하는 건 비정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2013년생이라는 재규어 두 마리는 저렇게 1미터쯤 되는 거리를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을요. 한 마리는 같은 위치에 머리를 쿵쿵 찧었습니다. 한 자리에 어찌나 많이 부딪혔는지, 유리창에 자국이 나 있을 정도였어요. 계속 움직여서인지, 높은 온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숨 가쁘게 헉헉대고 있었습니다. 너무 숨이 차면 잠시 누워서 숨을 고르고, 곧 다시 일어나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더군요.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관람객들도 많았습니다.

재규어가 보이는 이 행동은 '정형행동'입니다. '상동증'(Stereotypy)라고도 하지요. 의미 없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종의 정신 이상 증세입니다. 우리에 갇혀서 사는 동물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나타납니다.  

사방이 뚫려 있는 곳... 여기서 재규어가 어떻게 사나요


             2016.05.06-untitled.png

 지난 4월 12일 한화아쿠아플라넷에서 본 재규어. 재규어는 일종의 정신질환인 '정형행동' 증세를 보였다. 사진은 재규어가 사는 곳. 360도가 유리로 뻥 뚫려 있다.
ⓒ 이형주


이제 화면에서 보신 재규어 두 마리에 대해 말씀해 드릴게요. 제가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2014년 4월, 개장 다음날이었습니다. 당시 4년 이상 준비 기간에, 830억 원의 예산을 들였다는 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습니다. 인큐베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유리관 안에 재규어 한 마리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어디서 수입했냐고 물었더니, 개장 날짜에 맞춰 동물을 확보할 수 없어 대전오월드에서 임시로 임대해 놓은 것이라 하더군요.

저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유리관은 360도가 유리로 뻥 뚫려 있고, 심지어 재규어가 마땅히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 야행성 동물인 재규어가 대낮처럼 환한 공간에서 하루종일 문을 두드리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람객에게 노출돼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물 안에서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보내는 동물인데도, 제가 반신욕을 하기에도 얕아 보이는 웅덩이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엽기적이기까지 한 사육환경이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저도 여러 번 아쿠아플라넷 관계자에게 시설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담당자의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사육 면적은 규정을 준수했고, 환기도 잘 시키고 있으며, 복지 향상을 위해 '행동풍부화'도 진행하고 있다는, 한 마디로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자, 아예 '이 동물들은 잘 보호받고 있다'는 안내문을 사육장 옆에 붙여놨더군요. 환경부에도 문의를 해봤지만, 재규어를 폐쇄된 공간에 전시한다고 해서 제재할 규정이 없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몇 달 후인 2014년 11월, 언론사 기자와 함께 다시 찾았습니다. 그때는 지금 화면에 보이는 재규어 두 마리가 막 수입됐을 때입니다. 두 마리 다 2013년에 태어나 겨우 한 살이라고 했습니다. 사육장 안에는 빨간색 짐볼이 덩그러니 들어있었습니다. 보기에도 어린 티가 나는 재규어들은 무기력해 보였지만, 적어도 확연한 이상행동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불과 2년 동안, 재규어 두 마리는 유리벽 안에서 서서히 미쳐간 겁니다. 이번 4월에도 아쿠아플라넷은 동행했던 기자가 보낸 질의서에 2년 전과 똑같은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육장 옆에 설치된 화면에 재규어가 그나마 활발했던 시절 짐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틀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리관 안에 있는 재규어의 공허한 눈빛과 숨 가쁜 움직임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재규어는 저 공간 안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요.

"미쳐가게 둬도 괜찮아"...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하나요

한화그룹 회장님, 한화아쿠아플라넷은 예산이 없다고 허덕이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과는 다릅니다.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재규어 두 마리에게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시고, 필요한 운동량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자산 50조 원, 재계순위 9위로 올라섰다는 한화그룹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날입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엄마아빠 손을 잡고 일산 한화아쿠아플라넷을 방문할 텐데요. 저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들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재규어도 걱정이고, 유리벽에 머리를 쿵쿵 박는 재규어를 보면서 어린이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도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이유를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가둬놔서 정신병이 생겼지만, 어차피 돈벌이용으로 전시하는 동물이니까 미쳐가게 놔둬도 괜찮아"라고 말해줘야 할까요?

영상 속의 재규어들은 아직 어립니다. 이 동물들이 비록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앞으로 몇 년을 유리관 안에서 헉헉대다가 죽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외국에는 개인이 기르거나 전시시설에 있던 큰 고양잇과 동물만 전문적으로 구조해 서식지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여생을 지내게 하는 상추어리(Sanctuary)도 여러 곳 있습니다.

이런 시설로 재규어들을 은퇴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적절한 사육장이라도 만들어 주세요. 신선한 공기도 느낄 수 있고, 적정한 운동도 할 수 있는 외부방사장은 꼭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캣타워 같은 구조물이나 목욕탕 같은 웅덩이가 아닌, 발톱으로 기어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과 수영을 할 수 있는 깊이의 물도 필요합니다. 그것도 어렵다면 차라리 더 나은 환경의 동물원으로 보내주세요.

재규어 두 마리의 몸값은 한화그룹이 가진 자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껌값'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들은 쇼윈도에 전시된 물건이 아닌, 고통과 감정을 느끼는 생명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글. 끝으로, 실례를 무릅쓰고 회장님께 공개적으로 편지를 쓰게 된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합니다. 한화아쿠아플라넷과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2년 동안 똑같은 답변을 듣고 있자니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쓰게 됐습니다.

(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685 부흥과 개혁의 시대 (1888~1900) 1 집사 2016.06.19 74
» 유리관서 미쳐가는 재규어, 아이들 볼거린가요? file 인간들 2016.05.05 74
683 혼돈 혼돈 2016.03.12 74
682 부산에 정체불명 찌라시까지... 박 대통령, 그만하라고 전해라 게릴라칼럼]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진정 '박심(朴心)'이 아니라면 남포동 2016.03.11 74
681 윤상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 3 써글 2016.03.09 74
680 세월호 추모곡(헌정곡), 임형주-천개의 바람이 되어 마음 2016.03.07 74
679 북한...美 도발시.. 美본토 묵사발 위협 2 무시무시 2016.03.06 74
678 "사드, 한반도서 3차 세계대전 일어날 수도" 3 뉴즈 2016.02.23 74
677 "국회개혁범국민 서명 운동의 실체 확인해봅시다 2 팩트체크 2016.02.05 74
676 김무성의 사위 그리고 제3의 마약범 친일청산 2016.01.27 74
675 박정희 대통령, 싸우면서 건설하자 1 진실한근혜씨 2015.11.14 74
674 "외국 관광객이 메르스 걸리면 3천 달러 주겠다!" 하! 2015.06.17 74
673 언제까지고 우리는 2 세월 2016.04.17 74
672 러시아- GMO 농산물 경작 금지법 통과 2 자연식품 2016.08.20 73
671 사단의 고안이 완전 하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일요일 휴업령 문제와 관련된 권면 달처럼 2016.07.05 73
670 시험중 지성 2016.06.17 73
669 "진리가 테러리즘이 될 수 있다" 누수 2016.06.09 73
668 [그래픽뉴스] 비행기 탈 때마다 하필…박 대통령 순방 ‘문제의 8장면’ 오비이락 2016.06.07 73
667 손석희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외면 2016.06.01 73
666 목소리로 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1 아세 2016.05.19 73
665 박근혜 대통령 앞에 두고 “튼튼한 거구인 세계 여성 정치인들과 달리 외모 차별화 되셨다” 설교한 목사 저능아 2016.03.09 73
664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친일청산 2016.03.13 73
663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 재판 지연 대법관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친일청산 2016.02.19 73
662 증언(證言)과 증거(證據) 하주민 2016.01.05 73
661 노무현 '보따리 장수' vs 손학규 '무능한 진보의 대표' 쑈쑈쑈 2015.12.27 73
660 '위안부' 소녀상 작가 "정부가 그러면 안 돼" 굴렁쇠 2015.12.28 73
659 '청문회 자해'만 보도한 KBS, 언론 맞습니까 1 무뇌아 2015.12.18 73
658 자녀에게 <지나치게 세심하고 가혹>한 부모가 축복받을수도 예언 2015.09.17 73
657 [해월유록 중...]양백(兩白), 도(稻), 삼풍(三豊), 토(土), 미(米), 황(黃),백의(白衣)... 문명 2015.06.10 73
656 마레와 카존에 대하여 김운혁 2016.08.20 72
655 6월 초부터 상영되는 박찬욱 감독 연출의 '아가씨(agassi)'라는 영화의 엔딩(ending)곡입니다. 이 영화에 대하여 기독교인들은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할까요? 아가씨 2016.07.12 72
654 그것이 알고 싶다 암살자들의 고백 '내가 김형욱을 죽였다' 카네이숀 2016.05.29 72
653 도올 “김종인? 문재인? 반신반인 영웅들은 결국 죽어요 2 돌도로사 2016.04.23 72
652 이제 이 모습 보고 싶다... 그녀 2016.04.13 72
651 뉴스타파 - 침몰 5년, 다시 천안함을 말하는 이유 2 천안함 2016.03.28 72
650 <약물 복용>을 <영구히 포기>해야 하는 이유 1 예언 2016.02.25 72
649 신사참배 거부하고 순교한 ‘참 기독인’ 주기철 목사, 영화 ‘일사각오’ 3월 개봉 목사의본 2016.02.19 72
648 전 해경청장, '잠수사 500명 투입' 거짓말 발각 진실한근혜씨 2015.12.14 72
647 미국, 독일에 "IS 격퇴전 파병 늘려달라" 요청..메르켈 거부 베를린 2015.12.13 72
646 뉴스타파 - 해방 70년 특별기획 "친일과 망각" 2부 '뿌리깊은 친일'(2015.8.10) 역사의눈물 2015.11.24 72
645 간첩을 만드는 두세 가지 방법 뉴 스타 2015.10.02 72
644 Iusurance Scam Fail Compilation ~Funny Videos,Funny Vine~ 간인 2015.06.24 72
643 참 어려운 한시 한 수 한시 2015.04.30 72
642 Jesus is building New Jerusalem temple for three thousand years. 김운혁 2015.04.13 72
641 아사셀염소(3) 아사셀 2016.07.30 71
640 아사셀염소(2) 2 아사셀 2016.07.30 71
639 지혜로운 처녀들이 되기 위해서 (마 25장) 2 김운혁 2016.07.30 71
638 제20회 미주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6.07.12 71
637 중보에 대해서 하주민 2016.07.09 71
636 기도원에서 2 깨알 2016.07.09 71
635 복종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계십니까? 3 하주민 2016.07.08 71
634 나는 요즘.. 1 백의 2016.06.06 71
633 손석희 3년, ‘조중동 종편 프레임’을 무너뜨렸다 2 피크 2016.05.26 71
632 레위기 23:11의 안식일이 토요일인 증거 또 한가지 (오디오) 6 김운혁 2016.05.16 71
631 예배당(禮拜堂)과 교회(敎會) 하주민 2016.05.13 71
630 멋지시네 대선 2016.05.01 71
629 학교선 못 배우는,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1 비올라 2016.04.24 71
628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朴정권 지지집회' 지시했다” 폭로 3 역시나 2016.04.20 71
627 이익과 의로움 그 사이에서 선택은? 3 일상생활 2016.02.18 71
626 "홍어·전라디언들 죽여버려야" 국정원 요원, 하는짓은 '일베충' '범죄일람표' 게시물 추적... 여성 의원, 연예인 성적 비하 표현도 드러나 진실한근혜씨 2016.01.24 71
625 추적 60분 1150회 - 세월호 실종자 가족, 멈춰버린 1년 팽목항 2015.12.10 71
624 아리랑 하주민 2016.01.29 71
623 도올 김용옥 "이번 총선, 박근혜 실정에 대한 경고" - 박원순 시장 방문... "서울 야당 압승은 박 시장 시정 긍정적 평가한 것" 도올 2016.04.17 71
622 송로버섯 먹으며 누진세 논의… 청와대 오찬에 `시끌시끌` 1 특별한사람들 2016.08.14 70
621 출산율 ‘최저’…“30년 뒤 도시 80개 소멸” 요셉 2016.07.24 70
620 제1부 안식일을 어떻게, 왜? 1 행복 2016.06.24 70
619 재림교회 재평가 신학포럼 필립스 2016.05.31 70
618 나는 하나님이다. 무실 2016.05.06 70
617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단언컨데 없어져야 할 쓰레기입니다. 황색저널리즘 2016.03.26 70
616 제 19회 미주 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6.03.09 70
Board Pagination Prev 1 ... 211 212 213 214 215 216 217 218 219 22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