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가 목사가 된 그 황당한 사연 ( 출책하모 욕할끼제 12 월 18 일 ( 한국 ) )

by 잠 수 posted Dec 17, 2010 Likes 0 Replies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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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추운 겨울날

 

밤 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소위 삼육 교육을 받은 놈이 타락한 것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대문을 두드린다

굳게 잠겨 있었다.

길 가 집이라 늘 그리하였다.

 

능숙한 솜씨로 대문을 타 넘는다

 

마당에 들어서니

엄마 방에 불이 켜져있다

아직 주무시지 않고 있는 엄마

무얼 하실까 궁금하다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인다

엄마의 나즈막한 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기도 소리다

 

누굴 위한 기도일까

자식을 위한 기도이다

하나뿐인 자식 아들을 위한 애절한 기도이다

눈물로 드리는 울먹이는 기도이다

 

주님 저 빗나간 아들

회개 시켜 주시옵소서

지금도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사히 집에 들어 오도록 천사로 지켜 주십시오

 

술에 떡이 된 아들을 천사가 보호하라고 기도하시는 엄마

정말 단순하신 엄마

 

잠수는 엉겁결에 엄마의 방문을 확 열었다

 

놀란 엄마는 니 인자 왔나 자녁은 무것나

또 술 먹었나 니 언제 철 들라카노

아이고 내 팔자여

니 애비 맨날 술로 내 애먹이더

니 까지 술로 낼 애머기는기가

아이고 내 팔자야

 

엉엉 우신다

서러움에 엉엉 우신다

술 고래 남편과 이별하고 아들 하나 인간 만들어 보겟다고

삼육교육 시켰건만 다 헛사로다

자신의 신세 타령을 하시는거다

그리면서 엉엉 우신다

 

어무이요

고마 우소 나요 어무이 소원 딱 하나만 들어줄끼라

말해보소 딱 하나만 말해보소카이

의리하모 어무이 아들 아잉교 하하하하

와이리 기분이 존노카이

 

술 취해 몸도 제데로 가누지 못하는 불효 아들 놈에게

엄마는 자신의 소원을 말씀하신다

 

정색을 하시고 말이다

 

알았다카이

고맙다

애미 소원은 니가 목사가 되는기라카이

그것이다

 

목사라 켓능교

목사라 아이고 드야 목사

안식교 목사 되는기 어무이 소원인교

아따마 그까이 소원 들어주꾸마

어무이예 목사 되꾸마 조오타 오케이바리다 마

이제 됫능교 이제는 마 잘 주무시소

 

혀 꼬부리지는 말로

약속을 하고선 그대로 꼬부라져 잠을 잤다고 한다

잠수는 필름이 끊겨서 전혀 재생이 안되는 일을 말이다

 

아침에 해장국 마시는 중에

들은 어제 밤의 사건이란다

 

황당하다

내가 목사가 될끼라꼬 어무이한데 약속을 하엿다카이

우짜마 조켓노 이 말이다.

 

나는 그 시간 이후로 술을 딱 스톱하였다.

 

엄마와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아니 한 여인하고 맺은 언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룰루랄라이셨다

인생 살 맛이 나는 모양이다

 

목사가 될려면 신학을 하여야 한다

그 때 부터 내 삶에서 고난의 세월이 시작된다

늦게 책을 잡는다

나이가 얼마인데

 

중학교 영어 책부터 잡았다.

 

에비고사는 안된다 ( 지금은 수능이라칸다.)

그래서 택한 곳이 대학편입학 검정고시이다.

엄마와 언약하고서 그 다음 해에 시험을 치렀다

 

소와 쥐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이다

용케도 아니다 주님의 은혜다.기적이다

삼육대학 신학과에 편입하였다

늦둥이 학생이다. 결혼도 한 학생이다

 

그리 저리 굴러 굴러

이제는 목회 은퇴를 몇 년 남겨두고 있다

 

그 때 엄마는 지금 나이가 85 세

치매로 고생 생 고생하시며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그 때 속 태운 아들 놈 땜시 치매가 온 거이다

그래서 아들은 불효한 과거로 인해 가슴 아파 이리 울고 있는 것이다

 

난 단 한번도 목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어무이와 한 약속을 난 지켯다

한 여인과의 약속 비록 술 김에 한 약속이지만 지켰다

날 낳고 기르신 엄마와 그약속난 지켰다

난 그것으로도 흐뭇하고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 ㅋㅋㅋ )

 

밤에 여러번 엄마 방을 찾는다

이불을 차 던지며 주무신다 아이마냥

몇 번이고 다시 이불을 덮어 드려야 한다

 

귀엽고 사랑스런 엄마

술에 고래가 된 아들에게 당신의 소원을 거침없이

내 뱉으시는 순진하신 엄마

술먹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닥달을 하시는 정말 순진하신 엄마

그 약속을 끝내 받아 내시는 대단하신 엄마

못난 아들 목회 여정을 기도로 도와 주시는 엄마

이젠 그 종착역이 멀지 않았는데 엄마는 정신줄 놓고 사신다

 

아들을 보고

은퇴를 앞 둔 아들을 보고도 그 사실을 모르시나

맨날 돈 지갑만 챙기시고 돈만 세신다

지갑에 얼마 남았는지 학인하시는 그 재미에 사신다

맨날 배고프시단다 그리 많이 드시고도

 

불효 자식은 웁니다

소리내어 웁니다

 

아래에 어느 분이

술 이야기를 하셨다

 

문득 아득한 옛 추억이 떠 올라서 이리 적어본다

 

난 엄마가 좋다

이 땅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태어나서 학교 문턱도 안가 본 엄마지만 넘넘 존경스럽다

 

어무이요

오래 오래 사소

빌고 비나이다

 

어무이요오오오오오

오래ㅡ오래 사이소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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