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입니다.
저는 너무 죄송하고 송구스러워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좀 쉬시라고 일부러 전화, 이메일 안 드리고 있습니다.
기술 담당자님, admin님,
그리고 누리꾼님들,
우리 절대로 이 누리 지키느라 밤새우지 맙시다.
아침에 일어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글이 올라와 있으면,
일단, 씩 웃읍시다.
그리고 천천히 하나씩 들여다봅시다.
매우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일단 그대로 두고,
누가 이 누리에 들어왔다가 그 글을 보고 놀라든 말든
이것이 우리 자화상의 한 모습이니
볼 테면 보세요,
하는 식으로 여유 있게 대처합시다.
필요하면 자진 삭제를 권하고
옥신각신해야 하면 하되,
우리가 하던 일, 해야 할 일 멈추고,
잠까지 놓쳐가면서
여기 매달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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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리는
"이런 곳"이라고
쉽게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구약에 나오는 법전 중에
만일 A 상황이 벌어지면 B로 대처하라는 공식의 법들이 있다.
"만일"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라는 공식이다.
출애굽기 21장부터 시작되는 "법전"이 그 전형적인 예다.
"만일"이라는 조건으로 시작되는 법전의 한계는
인생살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만일"을
전부 예측하며 법전으로 미리 명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만일" 법전은
삶 속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예를 들어
소에 받혀 사람이 죽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출 21:28),
그 상황을 "만일"로 묶어
다음에 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렇게 대처하라고
처방을 내리면서 형성된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누리를 처음 열 때
운영방침을 미리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보시다시피
그런 거 없이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지금도 그런 거 없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에 따른 어떤 조치를 하고
그 "전례"를 모아 "법전"으로 만들려고 했었나?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생기면
그때 그 상황에 대처하면 된다고는 믿었다.
우리 스스로 묻자.
지난 며칠 벌어진 사태(?),
운영방침이 없어서 생긴 상황인가.
아니라고 본다.
운영방침이 있었어도 생겼을 상황이다.
물론,
당신 글은
운영방침 몇 조 몇 항에 따라
경고한다, 삭제한다,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여러분,
조심하시기 바란다.
"법전"을 만들고
그 집행을 "관리인"에게 맡기면
그것이 곧
"관료주의"를 창출하고
<동물농장>이 생긴다.
초록빛 님이
"상식"을 말씀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이 누리는
"상식"으로 충분하다.
여기 올라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글,
눈살 찌푸리게 하는 글,
며칠씩 남아 있을 수 있다.
괜찮다고 본다.
우리 자화상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하다가
자진 삭제로든 "관리자" 삭제로든
결국 사라진다.
(그동안 자진 삭제한 글들이 모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여기 올라오지 말았어야 할 글이었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잡음,
심지어 상처조차
이 누리가 감당해야 하고
감당할 수 있는
잡음이고 상처다.
글을 올리시는 분은
그 글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자신의 상처 가능성까지
각오하고 올리셔야 한다.
물론 예측하지 못했던 잡음, 상처,
있을 수 있다.
그것까지 모험해야 하는 곳이
이 누리이다.
이 누리는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안락한 안방이기도 하고
북적거리는 시장바닥이기도 하고
싸움터이기도 하고
(바라건대!^^) 연애 장소이기도 하고,
콘서트 홀이기도 하고
시 낭독 모임이기도 하고
상처의 원인이기도 하고
치유의 장소이기도 하고
짜릿하고 자극적인 언어의 유희이기도 하고
점잖기 그지없는 도사들의 글방이기도 하고
개그맨의 서커스이기도 하고
교리 변비에 걸린 악착 동자의 설교단이기도 하고,
깊고 위험한 늪이나 수렁이기도 하고
넓고 시원한 초원이기도 하고
그 어둠의 끝을 알 수 없는 숲이기도 하고
벌과 나비가 나부끼며 맴도는 꽃밭이기도 하고
잔잔한 호수이기도 하고
폭풍이 심한 바다이기도 하고
흐르는 강이기도 하고
침체하여 썩는 시궁창 물이기도 하고
영혼을 간질이는 뭉게구름이기도 하고
바람과 폭우를 몰고 오는 검은 구름이기도 하고
등등, 등등, 등등이다.
이 누리의 그 어떤 모습에 임하든
다만,
모두가 "상식"에 준하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바라는
이 누리의 무언적 요청을 기억하면 된다.
그 "상식"이라는 것 역시
물론 어느만큼은 무형적이고 유동성 있는 동물이기는 하다.
그건 서로 조율해가면서
상존 상생할 일이다.
우리는 그만큼 성숙한 인간들이다.
아닌가.
이 누리에서 생길 수 있는 "만일,"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법 "정신"의 바탕은
결국 "상식"이다.
"상식"의 바탕은
사랑이다.
얼마 전
운동하면서 보던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
로버트 이야기를 다루는 과학 다큐멘터리가 이어졌다.
어떤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람들하고 함께 일할 때보다
로버트하고 함께 일할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했다.
사실
그 설문의 큰 테두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현장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른 제목이다.
어쨌든,
나는 스트레스를 더 받더라도
로버트보다는 사람하고 뒹굴고 싶다.
이 누리는
사람의 누리이다.
그리고 우리는
성숙한 사람들이다.
아닌가.
진정 바라기는
아무도 이 누리 때문에
밤새우는 일 없기 바란다.
경찰견이 필요한 누리라면
이 누리는 그 존재의 정당함을
스스로 포기한 누리이다.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던
기술 담당자님에게
우리 모두 사과하자.
먹고살기 위해 노동하면서
돈 한 푼 안 받고 밤을 새운 그분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실로
사랑의 노동이었다.
Labor of love.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가.
우리
그 사랑을
그의 labor of love를
다시는 악용하지 말자.
우리는 성숙한 인간들이다.
아닌가.
상식의 바탕은
사랑이다.
이 누리의 "만일"은
그 "만일"이 생겼을 때
"상식"으로 대처한다.
사랑에 근거한 상식으로.
우리는 성숙한 인간들이다.
아닌가.
감사 ^^
원일님도 이제 좀 주무시지요
전 일어났습니다
시차가 큰 이 미국땅에서
아니 한국 그리고 온 누리를 생각한다면
밤 새 부릅뜬 눈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 합니다
다시금 막혀있던
왠지 모를 답답함이
자고 일어나니 해소됬군요
힘든 결정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