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천천히 한 시간 운전하며 집을 향해 오는 길에
이제 말하고 싶은 분들, 말해야 할 분들의 얘기가 끝난 것 같으니
나도 글 하나 다시 올리고 마무리 지어야겠다, 했다.
올리기 전 열어보니 글 하나가 더 올라와 있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이 글은 방금 읽은 YJ 님 글에 대한 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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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구상한 글을 문자화해서 여기 올린다.
나는 침묵하지 않았다.
물론 사과하지도 않았다.
사과하는 척하면서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척하면서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침묵하지 않았을 뿐이다.
자존심, 오기 때문도 아니고
"무조건 사과한다"는 쉬운 길이 있음을 몰라서도 아니었다.
맞다.
쉬운 길이라 했다.
그러나 정직한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옛 누리에서
김연아에 대한 글을 올린 후
여성폄하적으로 읽힐 수도 있었을 표현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자진해서 사과하고 표현을 바꾼 적이 있다.
기억해주셨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사과하지 않는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
그 이유를 얘기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그리고 이 누리에
지금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래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생략한다.
내가 한 말에 책임진다.
사과하지도 않고
침묵하지도 않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책임지는 방법이었다.
많지 않은 이 누리의 여성 누리꾼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본인이 이 누리에서 밝혔기에,
혹은 나에게 별도로 누구시라고 (평소에 알고 지내는 분) 말씀하셨기에
내가 여성이라고 알고 있는 누리꾼들,
모두가
내가 올린 그 글에
자연스럽게, 자유로이 댓글로 참여해주신 것
감사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여성 누리꾼들께서
이 누리가 안전한 공간(a safe space)이라고 느끼시는구나,
기뻤다.
이곳은 여성 누리꾼에게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계속 그렇게 느끼시고 참여해주시기를
진심으로바란다.
이 "진통"을 겪으면서,
이 "아픔"을 함께 아파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이었을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얘기다.
나는 사과하지 않았다.
하는 척하며 안 하지도,
안 하는 척하며 하지도 않았다.
다만, 침묵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 누리여 영원하여라! 라는 표현을
가끔 보며 미소 짓는다.
이해할 뿐 아니라
감사한 표현이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없는 표현이다.
신과 그의 사랑 외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누리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그러나 이 누리가 존속하는 한
이 누리가 살아 있기 바란다.
존속과 살아 있음은
동의어가 아니므로.
나는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침묵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자제해주신 누리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댓글은 물론,
본 글로도
이 글에 답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꼭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