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여기가 유일한, 아니면 마지막 남은 진리 교회이어서?
물론 아니다.

무슨 개뿔.


여기에 밥줄을 대고 있어서?
글쎄, 그럴 수도.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왜 여기다 밥줄을 걸었는가.

그러나 사실 순서는 그 반대다.

여기다 밥줄을 걸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있으므로 여기다 밥줄을 건 거다.

결국, 왜 남아 있기로 했느냐는 본래의 질문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왜 안 떠나고 남아 있는가.


사실 한 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돌아왔는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왔다.
고향이 그리워서.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듯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듯

내가 안식교인인 것도 내 선택이 아니었다.
삼대째 안식교 신학을 한 집안이다.


초중교 한 학년 윗반이었는데
예고로 진학해서
오십 년 연극, 영화배우 하는 선배 한 분 있다.

어느 날 신문에 난 향린교회 목사의 정치적 발언을 읽고
아, 이런 교회가 있었네 하면서 나가기 시작한 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그 교회 교인이다.

스스로 한 선택이다.


나에게는 그런 선택을 할 여건이 없었다.

아니, 
여건이란 눈 뜨고 보면 있는 거고
없으면 만드는 거고
때로는 못 만들어도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선택을 할 줄도 모르는 채
내가 태어나 성장한 교단, 공동체 안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다녔다.
초중고는 한국에서
대학은 미국에서.

그러다가
감리교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초교파인 신학대학원 다니던 어느 날 

떠났다.


졸도할 듯 숨 막히고
까무러칠 듯 답답하고
지랄 맞게 유아기적인 동네 떠나면서
이쪽으로는 오줌도 안 누리라 했다.



왜 돌아왔는가.

부모님, 인연, 등등
좁게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고

좀 넓고 모호하게 말하면
고향이 그리워서였다.


잘한 결정이었는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돌아온 것 후회하는가.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


완벽한 교단이나 교회 없더라.
하나 마나 한, 진부한 얘기다.

이 세상에 완벽한 종교, 이념, 제도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

여기보다 나은 동네 없더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얘기다.

없긴 왜 없는가.
천지에 깔린 게
여기보다 나은 교회, 교단이다.


모든 핵무기를 없애라고 수십 년 전에 성명을 낸 미국 주교들의 천주교,
뒤이어 같은 성명을 낸 bishop들의 북미 감리교,
해방신학을 만들어낸 남미 천주교,
여자에게 목사 안수 주고, 동성애 인정하고 포용하는 숱한 교회, 교단들,
온갖 제도적 사회악에 칼날 같은 비판을 퍼부어대며 사회에 뛰어들어 행동하는 퀘이커 계통 교회들, 등등.


그런데 왜 그리로 안 가는가.

그냥 안 간다.
고향이 원수여서.


게으르고 무책임한 이유라고 하려는가.

맞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이유다.

-------------






이 교단 희망 있는가.
없다.

세상이 이 교단을 바꾸는 것이
이 교단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자 후자 모두 요원하다.



지성소 어쩌고 저쩌고 
지지고 볶는 이 한심한 누리
누가 어디서 안수를 받았네 안 받았네
누가 누구를 고소 했네 어쨌네 
지지고 볶는 이 한심한 누리
그냥 걷어치우고 싶은 유혹 하루에도 열두 번씩 접듯

이 교단 떠나고 싶은 유혹 하루에 열두 번씩 접는다.

.............


내가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 여럿이다.
그 중 어느 하나도 물론 완벽하지 않다.
완벽은커녕, 그리 흡족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우리"다.
나만큼 불완전하고 흡족하지 못한 

"우리"다.



이 "우리"보다 나에게 더 "우리"인 곳이
저 밖에 있다. 
여럿.

그곳에 가서 보면
내가 밥줄 걸고 있는 이 "우리"가 바깥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어쩌면
나는 저 "바깥"에서 보면 "바깥"으로 보이는
이 "바깥 우리" 안에서
오늘도 숨 쉬고 있다 하겠다.

내일은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오늘뿐이다.

--------------


돌이켜보면
교리 때문에 이 교단에 남아 숨 쉰 적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언젠가 비 내리는 날
훌쩍 차에 올라 가까이 있는 숲에 갔었다.

앞에 있는 나뭇가지 끝에서 몇 초마다 떨어지는 물방울 속에
그 주위에 있는 삼라만상이 함축되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조그만 물방울이
정말 주위 모든 것의 영상을 그 안에 담고 있었다.

마치 그 무게를 못 이기듯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면 곧
또 다른 물방울이 맺혔다.

비가 계속 오는 한
그 과정은 끊이지 않았다.


안식교.


그 물방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

이 세상이 담겨 있다.


모든 공동체는
나름 세상을 담고 있는 물방울이다.



.................

어쩌면 T. S. Eliot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탐구하는 여로는 끝나지 않거니와
그 모든 여로의 끝에 가면
거기가 바로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인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그곳을 처음으로 알아보게 된다.

We shall not cease from exploration,
and the end of all our exploring will be to arrive where we started
and know the place for the first time.

(Little Gidding 중에서)

.................





사실 한 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돌아왔는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왔다.
고향이 그리워서.





돌아와서

이곳을
처음으로 알아봤다.






오늘도 나는
수없이
떠나고

오늘도 나는
수없이
돌아온다.

돌아올 때마다
나는 이곳을

처음으로 알아본다.





우리의 탐구하는 여로는 끝나지 않거니와
그 모든 여로의 끝에 가면
거기가 바로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인 것을 알게 되고
비로소 그곳을 처음으로 알아보게 된다.

We shall not cease from exploration,
and the end of all our exploring will be to arrive where we started
and know the place for the first time.
















  • ?
    눈뜬장님 2016.08.01 21:32

    고단한 인생길 사느라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고뇌없이 살 수 없는 곳이 이 세상입지요.

    사람마다 다 고뇌의 잔을 마셔야 합니다. 

    신앙을 하든 안 하든 , 고뇌는 피할수 없지요.

    아무도 대신할 수 없기에 홀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고요.

    중요한 것은 고뇌의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눈 감을때 살아온 날들을 뒤 돌아다 보며 

    잔잔한 미소라도 지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 ?
    김원일 2016.08.02 06:29

    Abusive한 댓글 둘 삭제하는 과정에서 가지 친 댓글까지 다 날아가 버린 것 같다.
    나도 미처 못 읽은 글이어서 아쉽다.^^
    사고 사과드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0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4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6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51
15525 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무섭다 Hua 2016.08.10 97
15524 표창원 명연설 사드가 들어오기전 성주군민 여러분들은 강정마을 밀양 세월호 등 그들의 편에 서 있었는가 구속주 2016.08.09 75
15523 빡친 김제동 성주 사드 발언 동영상 1 국민 2016.08.09 95
15522 재림교 6대 DNA 교리들의 명암을 뚫어본다 (7) 예신문제 3 8 민초1 2016.08.09 265
15521 재림교 6대DNA교리들의 명암을 뚫어본다(6) 예신문제 2 5 민초1 2016.08.09 195
15520 민초 유우머- 안 웃을 수가 없어서 3 여보세요 2016.08.09 213
15519 재림교 6대 DNA 교리들의 명암을 뚫어본다 (5) 예신 문제 1 6 민초1 2016.08.09 241
15518 한 여름밤의 꿈-One Summer Night's Dream 10 fallbaram. 2016.08.09 210
15517 <사진 수정> 때는 늦습니다 시원한 곳으로 얼른 오시었으면 합니다. 9 file 소리없이... 2016.08.08 196
15516 덥다. 더워.. 레이저 2016.08.08 108
15515 [설교] 그런 교회 그런 목사 - 오호철 목사 1 늦은비 2016.08.08 197
15514 질문과 지적에 대하여 11 민초1 2016.08.08 342
15513 재림교 6대 DNA 교리들의 명암을 뚫어본다 (4) -이단 판별 기준에 대하여 8 민초1 2016.08.08 287
15512 한 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 구원의 확신의 충격적인 실체-교리개혁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7 눈뜬장님 2016.08.08 190
15511 이곳의 여 사친 님들 다 어디 가셨나요.? 4 file 소리없이... 2016.08.07 229
15510 장례식. 2 2016.08.07 236
15509 하찮은 들 풀... file 소리없이... 2016.08.07 112
15508 주인의 허락도 없이 각색은 하였으나 사진이 가로 사진이여라. 4 file 소리없이... 2016.08.07 188
15507 카스다에 할 말 여기서도 할수있어야한다. 11 질문 2016.08.07 510
15506 재림교 6대 DNA 교리들(pillar doctrines)의 명암을 뚫어본다 (3) 6 민초1 2016.08.07 240
15505 누가 이 여인의 눈물을 닦아 주려나? 5 장 도경 2016.08.07 251
15504 중국-바티칸 65년만에 수교임박설…주교서품 방식 잠정합의 예언성취 2016.08.06 81
15503 집창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여기가 어디라고 그따위 허접스런 외설물을 퍼오는가. 차라리 야동을 퍼오라. 3 김원일 2016.08.06 333
15502 80대 할머니가 던지는 아름다운 한 마디... 삶의 기쁨 2016.08.06 105
15501 KASDA 운영진이 하는 모조심판 (특정인이 배제된 수정 글) 6 김호성 2016.08.06 334
15500 재림교 6대 DNA 교리들(pillar doctrines)의 명암을 뚫어본다 (2) 7 민초1 2016.08.06 214
15499 best made 4 김균 2016.08.06 186
15498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1 김균 2016.08.06 116
15497 누워서 침뱉기 3 장 도경 2016.08.06 266
15496 다섯개나 여섯개나 그놈이 그놈 1 장 도경 2016.08.05 225
15495 재림교 6대 DNA교리들(pillar doctrines)의 명암을 뚫어 본다 (1) 4 민초1 2016.08.05 292
15494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Romance 금지된 장난' 2 전용근 2016.08.05 54
15493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시실리안 -포레 전용근 2016.08.05 26
15492 왜 카스다에 할말을 여기다 하는가? 3 꼴통 2016.08.05 282
15491 김호성님은 이 글들을 정독해주시기 바란다. 6 김원일 2016.08.05 377
15490 知性,洞察....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사람 2016.08.05 92
15489 가을 하늘을 날다 깨알 2016.08.05 105
15488 자가 진단서 하주민 2016.08.04 115
15487 안식교만 떠나려던 게 아니었다. 그런데 누가 떠나지 말라고 했게? 7 김원일 2016.08.04 387
15486 "아프리카" 운운 하는 김균님! 8 계명을 2016.08.04 261
15485 여름 바다! 3 무실 2016.08.04 105
15484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습니다,미국에 계신 민초 가족분들의 기도 부탁드립니다(밀양,청도 할매 할배의 눈물,그리고 성주 군민과 사드) 1 일갈 2016.08.04 90
15483 더 나은 교회가 없다고 하는 말?-조회수 43 이후에 수정함. 1 fallbaram 2016.08.04 180
15482 아사셀 염소(마지막) 아사셀 2016.08.03 80
15481 너무 잘난 척 하면 이렇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5 김균 2016.08.03 333
15480 재림교 포로들로 살건가? 개혁자로 살건가 8 민초1 2016.08.03 334
15479 민초와 심포지엄! 2 무실 2016.08.03 198
15478 일년에 한 번 다가오는 7 김균 2016.08.03 288
15477 지도자의 비겁하고 무책임한 소리가 어떤 건지 알기나 하시나? 2 김주영 2016.08.03 331
15476 정신 바짝 차리자!! 4 무실 2016.08.03 213
15475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할꼬” - “자유의 율법대로 심판받을 자처럼 ...” 11 청지기 2016.08.02 261
15474 현각 스님과 개신교회의 헛발질 2 뉴스조이 2016.08.02 140
15473 부탁 말씀. 3 부탁 2016.08.02 211
15472 글이나 동영상 퍼오는 누리꾼들께 김원일 2016.08.02 191
15471 이 젊은이의 심성 기부 2016.08.02 101
15470 2016 중동부 연합야영회 실시간 중계 2 여보세요 2016.08.02 184
15469 이달부터 삭제되는 글, 이유 묻지 말기 1 김원일 2016.08.02 239
15468 구미자 님 김원일 2016.08.02 182
15467 어떻게 생각 하세요? 전쟁 2016.08.02 107
15466 아프리카에 가서 ㅡ계명을 님 참조 김균 2016.08.02 157
15465 “부활” 앞에서 무너진 “조사심판” 22 leesangkoo 2016.08.02 401
15464 드디어 중이 절을 떠났다! 현각 스님, 양심은 살아 있었다! 계명을 2016.08.02 160
15463 솔직한 고백처럼 보이나 지도자 들로서 는 비급하고 너무도 무책임 한 소리들이다 7 박성술. 2016.08.01 279
15462 독후감 fallbaram. 2016.08.01 134
» 안식교보다 훨씬 나은 교단 얼마든지 있다. 떠나고 싶은 거 하루에도 열두 번 참는다: 왜 참느냐고 묻는 그대에게 2 김원일 2016.08.01 402
15460 목사의 죄? fallbaram. 2016.08.01 199
15459 여러분들의 교회 6 김균 2016.08.01 283
15458 어느 날 2 김균 2016.08.01 164
15457 우리의 울타리. file 러브랜드 2016.08.01 119
15456 깜짝님에게 12 fallbaram. 2016.08.01 3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