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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5 00:53

가을 하늘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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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도 밖으로 나갔다. 만 하루 만이었다. 정문은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어수선하였다.

어지럽고 허기져 힘이 없었다. 견디기 힘든 것들을 견뎌야 하였다.

배는 비었지만 머리는 맑고 경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정문 앞에는 교인들을 태우고 온 대형버스들이 주차해있고

성경주석 자판과 갖가지 좌판이 깔려 있었다. 

 

근처에 인가는 없고 논밭뿐이었다. 몇 발 걷다 논두렁에 앉았다.

맨얼굴에 부딪히는 가을바람이 담백한 쾌감을 주며 살을 파고들었다.


바닥에는 메뚜기가 뛰고 위로는 잠자리가 날았다.

그 위로는 참새와 새들이 날았고 그 위로는 구름이 흘렀다.

또 그 위로는 따스한 가을 태양이 불타고 있었다.


저쪽 멀리에 슬리퍼를 신은 아저씨가 담배를 물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발밑에는 소주병과 오징어도 보인다. 가족 손에 이끌려온 아저씨 같았다.


산속에서는 색소폰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찬송가연주였다.

갈망이 담겨있었지만 일천한 음색이었다. 풋풋하고 멋없이 큰 소리였다.

한강다리 밑에서 도발적으로 불어대던 아저씨보다는 연조가 있어 보였다.


수연은 강당에서 울어대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슬픈 자들의 눈물이었다.

남편의 파산으로 하염없이 울어대던 앞줄의 모기업 사모님의 눈물,


섰다 앉았다하며 믿음 달라며 철철 흘리는 이해 불가한 눈물.

두 팔 벌리고 아버지만을 부르짖는 산발 여자의 웃음기 섞인 울음.


수연은 아픈 자들의 눈물과 갈급한 자들의 눈물을 보았다.

강당 안의 사람들은 새장 속에서 태어난 유약한 새들로 보였다.

모이 먹고 종지 물 먹고 자라난 액세서리 새들로 보였다.


“케이지속의 새들이 창공을 훨훨 날아가는 새들을 본다면 제 멋대로 사는 나쁜 새들이라고 욕하겠지.”


수연은 별별 이색 눈물을 기도원에서 보았다.

함께 패션 워킹을 하던 실연당한 민정이의 폭풍눈물을 보았지만

신의 이름으로 흘리는 종교성 눈물은 난생 처음이었다.


사람은 왜 슬퍼하고 여자들은 왜 더 울어대는가?

눈물은 생래적 칠정이던가.


왜 울며 태어나고 울음 속에 떠나는가?

신생아의 울음은 무슨 의미의 울음이던가?


이승의 숨을 들이키는 용트림인가,

밥줄 떨어져 무한한 공간으로 떨어지는 두려움 때문인가?


안락한 자궁을 떠나는 공포심의 표현인가?

타의에 끌려나온 억울함을 온 몸으로 저항하는 것인가?


수연의 눈에 우는 자들이나 울지 않는 자들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거동하는 자나 누운 자나 모두가 다 우는 자들로 보였다. 

자신도 울고있고  온 세상이 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수연의 생각은 훨훨 가을하늘을 날았다.

유복했던 어린 시절과 성년이 되어 버겁게 마주친 세상이 교차하고 있었다.


내게도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탐독하던 시절이 있었지. 억압 평등 유물사관, 이념 용어들에 괴리감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이념이라 여겼었지.


지상 유토피아 건설의 휴머니즘 발상으로 여겼지. 엄마는 불온서적이라 말했고 교수 오빠는 마르크스를 인간 본성의 몰이해에서 온 실패한 이데올로기라고 단정 지어 주었지.


나는 난해한 추상보다는 현실과 배금을 쫓아 미학탐구에서 돌아서 버렸지.


사람들이 정문을 나와 수연 쪽으로 오고 있었다.

소주병 아저씨는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저씨가 일어서며 병들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는 기도원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몸은 흐느적거렸고 고개는 반쯤 숙여져 있었다. 아저씨는 앞을 향하여 갔다.


어디로 가는가? 술이 깰 때까지 갈 것인가?

아저씨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을 가고만 있었다.

멀어져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에서 종족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수연은 취기로 걸어가는 아저씨가 자기보다 더 낫다고 여겼다.

비틀대지만 목표를 설정하고 가는 그가 대견하게 여겨졌다.

혼란의 도그마 앞에 선 자신보다는 더 정확히 목표를 향해 갈 것이라 생각했다.


낯선 곳, 이색적인 자들의 틈에서  수연의 의식은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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